아프리카 위험지역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무장세력에 납치된 뒤 프랑스 군대의 구출작전 끝에 살아난 프랑스인과 미국인, 한국인에 대해 현지와 국내에서 비판론이 일고 있다.

[AFP=연합뉴스] 구출된 피랍자들을 파리 근교 군비행장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직접 맞이하는 모습

이들을 구하려고 극도로 위험한 작전을 감행한 특수부대원 중 두 명이 목숨을 잃자 프랑스인들은 무사히 고국으로 돌아온 자국민과 외국인을 복잡한 심경으로 바라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저녁 비가 내리는 가운데 파리 근교 빌라쿠블레 공항 활주로에 직접 나가 전용기편으로 귀환한 프랑스인 남성 2명과 한국인 여성 1명을 굳은 표정으로 맞이했다.

최정예 특수부대 '위베르 특공대' 소속 알랭 베르통셀로(28) 상사와 세드리크 드 피에르퐁(33) 상사는 침투작전 도중 인질들이 있는 곳으로부터 10m 떨어진 지점에서 발각되자 인질의 안전을 우려해 발포하지 않고 테러리스트들에게 달려들었고 근접사격을 받아 숨졌다.

구출된 프랑스 국민 로랑 라시무일라스(46)와 파트리크 피크(51)는 서아프리카 베냉의 북부의 부르키나파소 접경지대인 펜드자리 국립공원에서 1일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정부가 여행금지구역으로 정한 곳까지 들어갔다가 화를 당한 것이다. 이곳은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코끼리, 사자, 하마, 영양 등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서아프리카의 유명 관광지로, 201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하지만 이 지역과 접경지대인 부르키나파소 남서부는 프랑스 정부가 '적색경보' 지역으로 설정해 아예 여행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곳이다. 테러집단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위험지대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무장세력에 억류된 인질들을 구출하다 순직한 프랑스군 특수부대원들. 왼쪽이 세드리크 드 피에르퐁 상사, 오른쪽이 알랭 베르통셀로 상사[AP·프랑스군=연합뉴스]

40대 한국인 여성 또한 어디에서 어떻게 납치됐는지 아직 파악되지 않아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우리 정부가 여행 자제 또는 여행 철수를 권고한 지역에서 무장세력에 억류됐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우리 외교부도 부르키나파소 남부를 황색경보(여행 자제), 북부를 적색경보(철수 권고) 지역으로 설정해 놓고 있다.

납치자들의 구출과 군인들의 희생 소식이 동시에 알려진 뒤 프랑스인들은 소셜네트워크(SNS)에서 "감옥에 보내야 한다" "벌금형에 처해야 한다" "자신들을 위해 목숨을 잃은 군인들을 위해 입을 다물어야 한다" 는 비난 댓글을 쏟아내고 있다. 파리시민 알렉시 리비에(33)는 연합뉴스에 "사람들은 항공료와 호텔비만 지불하면 여행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문제가 생기면 자동으로 자신을 구해줄 거라고 생각한다“며 ”군대는 나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건데 너무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종문 주불대사는 취재진에 구출된 한국인 여성에 대해 "특별히 아픈 곳은 없다고 했고 겉으로도 큰 이상은 없어 보였다"면서 일단 프랑스군 보호 아래 인근 군 병원으로 건강검진을 위해 이동했다고 밝혔다. 이 여성은 공항에서 한국의 가족과도 통화했다고 한다. 정부는 이 여성이 건강검진을 받은 뒤에는 프랑스 정부와 협의를 거쳐 본인 의사를 확인한 뒤 귀국 일정 등을 조율할 예정이다.

국내 SNS에서도 프랑스 군인에 대한 조문과 구조된 인질들에 대한 비판 글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가지 말라는 데는 가지 좀 마라” “사망한 프랑스 군인 두 분 너무 아깝다” “가지 말라는 곳에 가면 국적 자동포기 의사를 밝힌 것으로 간주해 문제 발생 시 국가는 아무 것도 해주면 안 된다. 개인의 자유의사이니 그걸 존중하자” “과거 X물교회 사건이 생각난다” “억울하게 희생당한 프랑스 군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나라 망신이다” 등이 12일 낮 현재 올려져 있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