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엘리트의 민낯- 우병우 전 수석과 청와대 비밀노트’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8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집계에 따르면 전국 기준 14.6%의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건국 이후 최악의 국정농단 비선실세 사태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음에도 법률지식을 이용해 법망을 피해가며 ‘모르쇠’와 레이저 눈빛으로 일관하고 있는 우병우(50) 전 민정수석의 과거와 현재, 처가와 최순실-순득 자매와의 밀접한 관계, 청와대 비밀노트 내용이 폭로됐다.

 

1. 경찰인사 비리 담긴 청와대 비밀노트

먼저 제보자가 촬영해 전달한 문서는 청와대 경호실 고위 간부가 사용한 업무 노트였다. 노트 안에는 우병우가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 청와대에서 경찰 인사 부정 청탁과 경찰공무원 시험에서 부정이 자행됐음을 시사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최순실과 주변 인물 이름도 등장했다.

최순실을 알아보지 못하고 검문검색을 했다는 이유로 경호 책임자가 경질됐다는 의혹이 지난해 보도됐는데, 이 노트는 보도보다 훨씬 앞선 2016년 초반 작성됐다. 관련자들이 비선 실세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과 달리 내부에서는 비선 실제 존재를 알고 있던 게 분명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유라의 학사 비리 하나로도 시민들이 분노하는데 이러한 공직 비리는 국가적 분노를 일으킬 것”이라며 “민정수석실 역시 청와대 내부의 문제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 90년대 초 최순실 자매와 호텔 술자리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두해 “최순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 우병우 전 수석이 20대 초임 검사 시절 최순실-순득 자매와 호텔서 술자리를 가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당시 TK(대구경북) 인맥이 아니라 승진에서 불리했던 우병우는 1990년대 초 최순득과 긴밀한 관계였던 회오리 축구단의 호텔 술집 술자리에 초청받곤 했고, 이 자리엔 최순실도 합석했다는 내용이다. 90년대 초부터 최순실 자매와 잘 알고 지내는 사이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제보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이 확인한 결과 제보자가 증언한 모 호텔의 술집은 실제로 존재했었으며 당시 회오리 축구단 단원들은 최순득에 대해 “나이가 있으니 형님들과 코드가 맞았다. 자주 어울리곤 했다”고 말했다.

 

3. 싹수없던 수재의 학창시절

이날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가 공개됐다. 그는 경북 영주고 재학 시절부터 뛰어난 머리를 자랑했고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한 뒤 대학교 3학년 시절인 만 20세에 사법고시에 패스, 소년등과하며 검사로서 생활을 시작했다.

그의 고교 동창은 "그나 나나 싹수가 없었다. 그게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공부 좀 잘한다는 이유로 선생님들이 오냐오냐했다” “고등학교 내내 등록금 한 번을 안냈다. 계속 장학금을 받았고 서울대 입학해서도 (고등학교)이사장님이 등록금을 다 대줬다"고 밝혔다. 고3 시절 담임교사는 ”1,2,3학년 싹 다 장래희망이 '검사'라 물어봤더니 ‘부정부패가 없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뚜렷한 소신을 밝혔다“고 귀띔했다.

 

 

4. 출세와 성공을 좇은 검사

사법연수원 동기들은 “대학교 3학년 때 시험에 합격 한다는 것은 1학년 때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공부만 한 것이다. 세상과 담을 쌓고 있는 아이기 때문에 인성이 아주 좋거나 괴물이 탄생할 수 있는 구조다” “출세와 성공을 위해서는 물불을 안 가렸다”, 전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서영제 변호사는 “그야말로 철두철미, 처음부터 끝까지 검사다. 너무 비인간적일 정도로”라고 말했다.

우병우는 파격 인사로 중앙지검 부장에 올랐고 이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진행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당시 검찰이 사실상 확정되지 않은 피의사실을 언론에 중계하듯이 흘렸다. 검찰은 수사하는 게 아니라 여론전을 통한 정치를 했다. 정치적 공격에 국가 권력기관이 앞장서 그 정권에 충성한 것이다"고 말했다.

승진에서 탈락한 우병우는 검찰조직을 떠나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청와대 민정 비서관으로 입성해 2015년 민정수석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5. 386 엘리트의 추악한 얼굴

 

 

시골마을 수재 소년은 유일한 신분상승의 사다리였던 공부로 서울대 법대에 입학해 사시를 통과, 검사가 됐다. 부유한 집안의 여자와 결혼해 든든한 백그라운드를 얻었다. 동년배 청년들 상당수가 80년대 당시 캠퍼스와 거리에서 민주화 투쟁에 젊음을 바치던 때였다.

검찰조직에서 승승장구,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올랐다가 물러난 그에게 국민들은 ‘국민 밉상’ ‘우꾸라지’라는 별명을 안겨줬다. “부정부패가 없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던 초심만 지켰더라면 피했을 오욕이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반성을 모르고, 오만하다. 의례적으로라도 하는 "국민에게 송구하다"는 말조차 인색하다.

“박대통령을 지금도 존경한다”고 당당히 말하며 “국민은 생각하지 않았느냐”는 국회의원의 질타에 “저희는 기본적으로 대통령 비서입니다”라고 항변하기까지 한다. 자신을 제외하곤 ‘법대로’인 박 대통령과 판박이다. 그에게 국가와 국민, 법과 정의는 없어 보인다.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386세대의 여러 얼굴 중 괴물 엘리트를 보았다.

사진출처=SBS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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