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로봇이 실생활로 성큼 다가왔다. 인간의 뇌구조를 분석해 만들어낸 이 로봇들은 이미 병원, 바(Bar), 공공기관에서 모습을 드러내 활동하고 있다. AI 로봇이 실제로 적용된 현실 풍경들을 찾았다.

 

01. 인공지능닥터 ‘왓슨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은 조태현(61)씨가 가천대 길병원 의료진이 제공하는 인공지능 의사 ‘왓슨’의 진료를 받고 있다. /제공=길병원

가천대학교 길병원에서는 국내 최초로 미국 IBM사의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이하 왓슨)’를 도입해 개소한 ‘IBM 왓슨 인공지능 암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인공지능 닥터 왓슨은 290여종의 의학저널·전문문헌, 200종의 교과서, 1200만 쪽에 달하는 전문자료를 습득한 왓슨 슈퍼컴퓨터다.

왓슨은 입력된 환자의 정보를 바탕으로 가장 적합한 치료방법을 분류하고 각각의 근거와 점수를 매겨 나타낸다. 진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내려진 왓슨의 처방은 병원에 근무 중인 기존 의료진의 의견과 거의 일치한다.

왓슨 슈퍼컴퓨터는 2012년 처음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MSKCC)에서 일종의 ‘레지던트’ 생활을 시작한 후 현재도 암 환자 진료경험을 터득하고 있다. 내년이면 전체 암의 약 85%를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02. 로봇 바텐더 ‘카보’

주)로보케어가 개발한 ‘아로(A-RO)’가 서울 강남의 한 술집에서 바텐더 ‘카보’라는 이름으로 얼음을 동그랗게 깎는 일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로보케어

서울 역삼동의 클래식 바 '커피바케이'는 싱글몰트 위스키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핫플레이스다. 이곳에는 최근 신참 바텐더로 AI 로봇 '카보'가 들어섰다. 카보는 바를 운영하는 최순령 대표가 지난해 신경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술정책연구소장과 이야기를 나누다 떠오른 아이디어로 기획돼 개발 8개월 만에 만들어진 로봇(모델명: 아로)이다.

카보의 업무는 사각형의 얼음을 동그란 공 모양으로 만드는 ‘아이스카빙’이다. 이 동그란 얼음은 술과 닿는 면적이 사각 얼음보다 좁아 천천히 녹으면서 위스키의 풍미를 장시간 지속시킨다. 이런 얼음을 만드는 기술은 숙련된 바텐더도 하루에 여러 번 하기 힘든 고난도 기술이지만, 카보는 고속 회전하는 커터로 능숙하게 정교한 구 형태의 얼음을 만들어낸다.

카보는 앞으로 상황에 따라 각종 도구를 바꿔 끼우며 요리나 기타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다. 또한 손님의 모습을 인식하고 대화를 나누는 등의 기술까지 도입할 전망이다.

 

03. 행정 민원 응대 ‘뚜봇’

사진=픽사베이

대구시 여권 민원 업무 현장에서는 다음달 1일부터 대한민국 최초의 행정 민원 응대 ‘뚜봇’이 등장한다. 뚜봇은 사물 형태로 고객을 직접 마주하는 기계가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이용자와 실시간 채팅을 하는 로봇(일명 ‘챗봇’)이다.

뚜봇은 이미 951가지 여권 관련 경우의 수 Q&A가 입력돼 A4용지 286장 분량의 여권 업무 규정도 모두 꿰차고 있다. 이 로봇은 사용자가 채팅으로 쓴 질문을 읽은 뒤, 미리 익힌 자료에서 주요 단어 및 유사어를 찾아 사용자에게 보여준다. 민원 현장에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으면 공무원 여권 업무의 상당수를 대체하게 된다.

다만 뚜봇은 아직 문장 조립 능력이 부족해 답변 적중률이 70% 수준이다. 따라서 복잡한 일은 처리할 수 없어 추가적인 개발이 필요하다. 이후 대구시의 시범 결과가 성공적이면 전국에 서비스를 확대해 차량등록 및 상수도 관련 질의에도 뚜봇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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