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진정성이란 무엇인가. 지난 6일 막을 내린 연극열전8의 두 번째 작품인 연극 '마우스피스’의 주인공 데클란 역을 맡은 이휘종이 그 질문에 답을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공연계가 어려운 와중에도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마우스피스’를 통해 이휘종은 또 한번 배우라는 직업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

‘마우스피스’는 중년 극작가 리비가 17세 데클란을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며 예술 작품의 진정성을 관객들에게 묻는다. 인터파크 티켓 연극부문 일간, 월간 예매율 모두 1위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어 화제가 됐다. 이휘종은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며 어려운 시국 속에서도 공연을 보러와준 관객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마우스피스’라는 제목은 대변자 또는 입을 대는 부분 등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어요. ’마우스피스’를 처음 만났을 때 예술의 진정성보다 사람 사는 이야기라고 느꼈어요. 공연이 진행되면서도 그 느낌이 변하지 않았죠. 저는 제가 맡은 데클란의 시점으로 ‘마우스피스’를 바라봤어요. 데클란은 극중에서 아는 게 별로 없는 인물로 나오죠. 깊숙이 예술을 생각하기 보다는 데클란이라는 인간 자체에 중점을 두려고 했죠. 아버지의 부재, 금전적인 문제 등 피부로 와닿은 것들이 데클란을 설명해요.”

“데클란은 거친 친구예요. 상대방을 위협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센 척하는 아이죠. 그래서 연기를 할 때도 대사를 툭 던졌어요. 리비가 데클란에게 궁금증을 유발하도록 말이죠. 데클란은 직접적으로 자기가 원하는 걸 말하고 싶지만 그걸 돌려서 이야기해요. 그에게 가장 중요한 인물은 여동생 시안이었어요. 시안이 사라졌을 때 데클란은 빛을 잃은 것 같았죠. 마치 잭 니콜슨 주연의 ‘이보다 더 좋은 순 없다’에서 주인공이 소중한 강아지를 잃었을 때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데클란은 예술적 재능을 펼치고 싶어도 누구한테도 주목받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를 구원해주는 사람이 리비다. 리비를 통해 자신의 예술적 진정성을 찾아가는 데클란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이휘종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서른이 된 저와 17세 데클란을 비교한다면, 공연 처음 30분까지의 데클란이 저와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그 나이대의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 센 척하고 싶어하죠. 저는 다른 사람한테 제 감정이나 어떤 상태를 잘 표현하지 않는 편이에요. 저를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으면 정말 감사하고 그렇지 않으면 크게 걱정하지 않는 편이죠. 슬프고 화난 걸 티내지 않는 게 데클란과 저의 비슷한 점이 아닐까 싶어요.”

“데클란은 감정 변화가 심한 캐릭터예요. 그게 17세의 매력인 것 같아요. 저와 더블 캐스팅된 장률 배우와 캐릭터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어요. 률 형도 저도 서른이 넘었거든요. ‘마우스피스’가 국내 초연이었기 때문에 17세 데클란을 요즘 청소년처럼 그려낼지 할지, 신조어를 써야할지 생각이 많아졌죠. 나이를 표현함에 있어서 고민을 했지만 그 고민들이 무대에서 다 보여졌던 것 같아요. 극이 진행될수록 17세라는 나이는 잊혀지고 그저 데클란과 리비의 자연스러운 이야기로 흘러갔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연기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휘종은 ‘마우스피스’에 출연한 배우들 중 막내였다. 또한 2인극은 처음이었고 독백 등으로 인한 대사량은 어마어마해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옆엔 더블 캐스팅된 장률 배우와 리비 역을 맡은 김신록, 김여진 선배가 있었다.

“데클란을 분석하면서 률 배우의 연기가 큰 도움이 됐어요. 어떤 장면에서 저와 다른 행동을 하면 ‘저렇게 행동할 수 있구나’하고 깨닫게 됐죠. 관객들이 연극을 봤을 때 ‘마우스피스’가 리비의 이야기 또는 데클란의 이야기로 보일 수 있었을 거예요.. 저희는 이 작품을 데클란의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죠. 률 형과 저는 말을 많이 하며 고민을 나누기보다는 직접 실행에 옮기며 의견을 나눴어요.”

“작품 초반에는 어색함이 있었어요. 김신록, 김여진 선배님 모두 개방적이셔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죠.. 제가 본 신록 선배의 리비는 ‘나의 이야기’를 중요하게 생각한 것 같았어요. 여진 선배의 리비는 데클란에 대한 연민이 조금 더 앞서있는 느낌이었죠. 신록 선배와 연기하면 랩이나 록 음악을 듣는 느낌이었어요. 여진 선배는 비 오는 날 듣는 재즈 같았죠. 서로 다른 매력이 있어서 저도 그에 맞게 다양한 연기를 펼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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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권대홍(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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