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와서 너무 기뻐요. 2010년 마지막 공연 때 '루시로 꿈꿀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지킬앤하이드'로 다시 꿈꿀 수 있어서 제게는 큰 의미죠"

뮤지컬 배우 선민이 '지킬앤하이드'로 다시 돌아왔다. 2010년 20대 초반의 나이에 루시 역을 맡았을 당시, 앳된 모습으로 '애기루시'라는 별명을 획득했던 그다. 이제는 세월이 많이 흐른 만큼 한층 성숙해진 루시를 선보이고 있다.

"처음 했을 때는 어리기도 했고 뭘 많이 몰랐죠. 김선영 선배님께서 추천해주셔서 오디션을 보고 급하게 하게 됐거든요. 연기도 안 해봤었고, 거의 대사를 외워서 하는 수준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이제는 이 역할을 여러번 했으니까 제 안에서는 더 명확해졌죠"

"노래 가사, 대사에 더 집중하고 노래를 빌려서 (목소리를) 내는거라고 생각해요. 제 안의 내면적 성향을 루시에게 이입해서 최대한 내 얘기로 표현하려는데 집중해요. 제안에서 비슷한 얘기를 찾아서 하려는 편이죠"

'지킬앤하이드'는 한 인물 안에 지킬과 하이드로 표현되는 선과 악, 인간의 이중성을 다룬 작품이다. 극중 루시는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런던의 클럽 무용수다. 지킬에 의해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되지만, 하이드에 의해 비극을 맞이하게 되는 인물. 결코 단순하지는 않은 인물이며 극이 변주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역할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다시 루시를 마주한 선민은 그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예전에는 어떻게 했는지 잘 기억이 안나요.(웃음) 근데 아마도 지금 더 깊게 캐릭터를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루시는 상처를 많이 받고, 희망도 얻는 인물이죠. 자기 의지로 뭔가를 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에요. 절망적인 상황에서 꿈도 가질 수 없고, 뭘 원하는지도 잘 모를 것 같아요. 그런 상황에서 지킬이 진짜 친구가 돼주죠. 진심으로 나에게 다가와준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새 인생을 찾는 용기를 갖게 되는 것 같아요"

"또 이후에 지킬이 변화를 이끄는 트리거가 되죠. 그런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전 루시라는 인물을 더 희망이 없는, 억눌림당하고 핍박 받는 그런 사람으로 설정을 했어요"

어느 누구에게나 살면서 도움의 손길을 받아본 적은 있을 터. 극중 루시가 지킬의 도움을 받는 것처럼 선민도 그런 경험이 있지는 않을까. 그는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내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 뿐이라는 견해도 드러냈다.

"가장 도움이 되는건 역시 가족이죠. 어떤 순간에도 내 편이 되는건 가족 뿐인 것 같아요. 근데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결국은 자기 스스로 자기 문제를 감당하고 해결하고 풀어나가야하는게 아닌가 생각해요"

②에서 계속됩니다.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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