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지난 13일 성황리에 개최된 가운데, ‘다양성’ 존중에 대한 문을 활짝 열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을 양자경 주연의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하 ‘에에올’)가 휩쓸었다. 총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에에올’은 무려 작품, 감독, 여우주연, 여우조연, 남우조연, 각본, 편집상을 수상하며 주요 수상 목록을 독점, 7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지금까지 ‘백인 위주의 시상식’, ‘그들 만의 리그’라는 식으로 점점 명성을 잃어가고 있던 아카데미 시상식에 이번 ‘에에올’의 선전은 고무적이다.

양자경은 환갑의 나이로 첫 아카데미 후보로 오른 데 이어 ‘TAR 타르’에서 신들린 듯한 연기를 보여준 케이트 블란쳇을 제치고 여우주연상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그의 이번 수상은 동아시아계 배우 최초 수상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 깊게 했다.

양자경은 시상식에 앞서 백인 위주의 아카데미 수상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SNS 게시물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자신이 상을 받아야 한다’는 뉘앙스 때문에 지탄을 받기도 했으나,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유색 인종의 수상이 힘들다는 점을 꼬집는 취지 자체는 좋았다는 반응도 나왔다.

사실 아카데미가 비판을 수용해 유색인종 배우에 대한 시상을 늘려가고 있는 추세인 것은 맞다. 불미스러운 일로 불명예를 안게 됐지만 지난해 진행된 제94회 시상식에서는 윌 스미스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여우조연상을 받은 아리아나 드보즈 역시 유색인종 배우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우주연상은 지난 제74회 시상식에서 흑인 배우 할리 베리의 유색인종 최초 수상 이후 지금까지 20년간 백인 여배우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리고 이 흐름을 양자경이 깬 것. 그가 수상할 때 아카데미에 초청받지 못하게 된 윌 스미스 대신 할리 베리가 시상자로 나서 기념비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번 ‘에에올’과 양자경이 거둔 쾌거로, 아카데미에서도 잘 만든 영화와 좋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라면 인종에 상관 없이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다는 희망이 본격적으로 싹트고 있다. 여기에 객관성을 더해 진정으로 공정한 심사가 이뤄진다면 앞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 다시 광명이 찾아올 수 있겠다.

사진=OCN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