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로써 빛을 내던 '크리스탈'의 다음 모습은 정수정이었다. 그 빛을 잃지 않고 여전히 아름답게 자신만의 이야기로 반짝반짝 채우는 배우 정수정을 최근 서울시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정수정이 출연하는 이번 영화 '거미집'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이미 완성된 영화 속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 분)이 영화의 결말을 다시 찍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았다. 그 안에서 정수정은 한유림 역할을 맡아 연기했다. 추석 3파전을 두고 그의 생각은 어떻게 채워져 있을까.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사진=바른손이앤에이

- 지금 기분이 어떤가.

"드디어 개봉하는구나 싶다. 사람들이 많이 볼 수 있다는 기쁨으로만 차올랐다. 촬영할 때 어떻게 찍었는지 다시 한 번 떠오르는 계기가 되어서 좋았다. 어떻게 보면 안도감 같아 보이지만, 이제는 기대감이 더 크다"

- 촬영 때 많이 힘들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이렇게 개봉을 하니 내가 민폐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좋았다. 영화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즐거움 그 자체였다. 나에게는 기분 좋은 나날의 연속이나 다름없다"

- 감독님과 합이 잘 맞았나

"애초에 이 영화는 내가 너무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당대 시대상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 시대의 영화 현장이 무엇인지도 알고 싶었다. 배우라면, 연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무작정 감독님께 연락해서 하겠다고 했다"

사진=바른손이앤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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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림말고 다른 역할도 하고 싶었다고 들었다

"솔직히 전여빈 씨가 연기한 미도도 욕심이 났다. 그치만 모두가 유림과 싱크로율이 높았다고 하니 유림으로 만족하겠다."

- 김지운 감독님도 유림 그 자체라는 표현을 거듭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유림이라는 역이 저랑 정말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게, 유림처럼 저도 영화 촬영 당시에 다른 작품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많이 힘들었다. (웃음) 그렇다고 유림이 화내는 것처럼 화내진 않았다. 체력적으로 너무 힘든게 느껴지기도 했다. 알다시피 유림이는 아이 같지 않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 욕심을 내고 싶어하는 그런 모습이 나랑 너무 닮았다"

- 겪어 보지 않은 시대상이라서 어려웠을 것 같다

"정말 어려웠다. 해당 시대에 맞는 영상도 많이 찾아보고 그랬다. 그런데 알아보는데도 한계가 있더라. 오히려 내가 직접 연기를 해보니 알겠다 싶은게 있었다. 머릿속으로 여러가지 시뮬레이션을 해보았지만 대사를 내 뱉는 순간 유림이 되었고, 그 톤으로 계속 연기했다. 저는 '에라 모르겠다. 해버리자' 라고 생각하면 그 안에서 후회없이 해버리는 스타일이다"

사진=바른손이앤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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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스러운 칸의 자리에도 갔던 정수정. 배우로써 뜻 깊은 자리를 떠올리면 감격스러움 그 자체라고 밝혔다. 언니 제시카와 함께한 사진 역시 화제로 떠오른 바. 칸에서의 그가 느낀 심정과 언니와 함께 감상한 느낌은 어땠는지 물었다. 

- 칸에서 한 인터뷰가 인상 깊다

"영화를 찍었지만 저에게 영화 같은 일이었다.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박수갈채가 쏟아지는 12분은 오히려 짧은 기분이 들었을 정도다. 이대로 끝나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와 내가 여기서 이런 박수를' 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게다가 드레스를 입고 영화를 보기까지 했으니 환상적이었다"

- 언니 제시카가 많이 응원했을 것 같다. SNS에 사진이 올라온 걸 보고 자매 애정이 남달라 보였다 

"으레 모든 자매들이 다 그렇듯 우리집도 비슷하다. 생각보다 둘 다 무뚝뚝한 편이다. 촬영할 때도, 촬영하기 전에도 언니한테 많이 조언을 들었다. 제 영화를 시사회에서 보고 '잘 봤다. 너 예쁘더라' 정도로 코멘트를 남겼다. 칸에 갔을 때도 비슷했다. 언니는 뒤에서 나를 항상 챙겨주는 사람이다. 든든하다"

- 칸에 다녀와서 한층 더 성장한 기분이 들었을 것 같다

"특별한 경험이고, 감사한 일이라 여긴다. 그래서 하나의 발판을 밟았다고 여기고 있다. 너무 좋은 기억만 가득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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