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형제처럼 지내고, 웃음이 떠나질 않아요.”

JTBC ‘팬텀싱어3’ 우승팀인 라포엠은 음악적 실력도 탄탄하지만 대중을 사로잡은 인간적 매력이 특출나다. 일상에서의 우애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모두가 성악을 전공했다는 유대감을 바탕으로 포항·대구·부산 출신 경상도 ‘상남자’ 쓰리 테너(유채훈·최성훈·박기훈)와 인천 출신 바리톤 정민성 등 지역적 조화를 이뤘다.

듬직한 맏형 유채훈은 중학교 때 교내 밴드부에서 활동하며 가수를 꿈꿨다. 꿈을 이루기 위해 포항예고에 진학했더니 성악과만 있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선생님이 음대에 진학하면 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해줘 열심히 성악연습에 매진, 한양대 음대 성악과에 합격했다. 시나브로 성악 전공자의 길을 걷게 됐다. 하지만 방학 때 틈틈이 가수 오디션을 보러 다니기도 할 만큼 ‘대중적’ 음악에 대한 열망은 쉬 사그라들지 않았다.

2010년부터 팝페라 그룹 에클레시아, AWESOME에서 활동했고 2014년 Mnet ‘트로트X’에 출연하는 등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이런 활동이 이번 경연에서의 폭 넓은 선곡, 프로듀싱 능력, 대중과의 교감에 큰 역할을 했다.

‘불꽃 테너’이자 천방지축 막내 박기훈은 어렸을 때부터 동요를 불렀고, 변성기가 끝날 무렵인 중학생 때부터 성악을 해보라는 권유에 부산예고를 거쳐 서울대 성악과를 수석 졸업했다. 국립오페라단콩쿠르, 중앙음악콩쿠르, 세일한국가곡 콩쿠르는 물론 오스트리아 벨베데레국제콩쿠르, 프랑스 툴루즈 국제성악콩쿠르 등 해외 유수의 대회를 섭렵한 실력파 테너다. 유학을 준비 중이던 그는 인생의 동반자들을 만나면서 유학의 꿈을 접었다.

테너 유채훈(왼쪽)과 박기훈

차분하고 논리적인 최성훈은 어린 시절 피아노를 배우다 대구시립소년소녀합창단에서 보이 소프라노로 활동했다. 자연스럽게 변성기가 지나고나서 자연스럽게 카운터테너에 입문했다. 경북예고, 한예종, 스위스 제네바국립고등음악원에서 수학한 그는 그야말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성악가다.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 등 유명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귀요미 바리톤’ 정민성은 유년기부터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이라 노래방에 갔을 때조차 마이크를 잡지 않았다. 음악이 너무 좋았던 인천예고 1학년 시절, 성악하던 누나의 영향으로 본격적으로 성악을 시작했고, 막상 해보니 속이 시원해지는 경험을 했다. 연세대 성악과를 졸업했고 동아음악콩쿠르, 중앙음악콩쿠르, 국립오페라단콩쿠르 등 다수의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실력을 입증했다. 독일 유학생활을 접고 ‘팬텀싱어3’에 도전해 우승의 영예를 품게 됐다.

“성악가들로만 이뤄진 팀으로 우승을 했고 카운터테너라는 희소성을 자부해요. 저희 멤버들이 ‘팬텀싱어3’에서 장르적으로도 팝페라 넘버뿐만 아니라 오페라 아리아부터 팝, EDM, K팝 등 가리지 않고 도전했어요. 심지어 혼성그룹 느낌을 내면서 신비로운 선율을 들려줬고 때론 성악 4중창만이 줄 수 있는 웅장함도 강조했고요. 점점 특별해지고 색깔이 뚜렷해졌어요. 두 형(유채훈 정민성)이 록, 뮤지컬, 팝, 아이돌 음악 등 다양한 발성을 자연스레 구사하는 것도 장점이죠.”(박기훈)

카운터테너 최성훈(왼쪽)과 바리톤 정민성

‘팬텀싱어3’ 여정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인다. 유채훈은 “백그라운드에서 많이 양보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더 빛이 난다. 팀원들을 받쳐주면서 조화를 이루게 한다”는 프로듀서 평을 꼽았다. 배려라기보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해야겠다”는 지침을 얻은 순간이었다. 누구보다 자신이 해야하는 파트(롤)을 알고 있기에 가능한 깨달음이었다.

정민성은 손혜수 프로듀서의 “크로스오버를 하고 있지 않지만 크로스오버 자체 같다”는 말을 콕 짚었다. 최성훈은 자율조합 경연 당시 성부가 균형있게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선보인 창작가곡 ‘봄날’에 대해 “보석같이 빛난다”는 평을 잊지 못했다. 그동안 비주류인 카운터테너로서 걱정과 고민이 생각나면서 울컥했다. 박기훈은 지용 프로듀서가 “음악하는데 있어 삶의 의미를 찾은 거 같아 고맙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토로했다.

가장 인상적인 곡으로 박기훈은 결승전 첫 곡인 영화 ‘글래디에이터’ OST를 선택했다. 4명 완전체의 첫 넘버이기 때문이다. 최성훈은 라포엠의 유니크한 색깔을 뚜렷히 보여줄 수 있었던 ‘마드모아젤 하이드’, 유채훈은 3명의 팀원이 피아노 한 대를 반주 삼아 오로지 목소리 만으로 승부를 걸었던 ‘엔젤(Angel)’을 선택했다. 네 위너 모두 이번 여정을 통해 그동안 추구해왔던 것과는 정 반대 결의 음악에 몸을 맡겼고, 새로운 걸 찾았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입을 모았다.

샴페인을 터뜨린 시간, 그 달콤함은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 시간이 끝나면 다시 도전과 고민, 성취감의 날들이 펼쳐질 터다. 유채훈은 크로스오버 장르로 메인 음원차트 1위를 해보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왠지 이뤄질 거 같단다. 이 멤버들이라면. 다른 팀들과 더불어 주목받으며 이 시장의 파이를 키워나가고 싶다.

정민성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며 크로스오버 장르에 대한 발걸음을 내디뎠는데 ‘라이브 에이드’ 같이 10만 관객 앞에서 라포엠 공연을 해보고프다. 박기훈은 성악가이므로 성악을 뿌리 삼아 모든 걸 시도해보기를 원한다.

최성훈은 홀로 카운터테너로 공부하고 활동하면서 느꼈던 고충을 털어내고 뜻 맞는 음악 동료들과 함께 도전과 응전의 현실을 헤쳐나가고 싶다. 그토록 원하던 모국 무대를 섭렵해나갈 생각에 가슴이 뻐근하다.

에필로그 가장 현실적인, 착수에 들어가야 할 프로젝트는 라포엠 데뷔 음반 발매다.

“‘팬텀싱어3’에서 사랑받았던 모습들을 첫 앨범에 담아내야겠죠. 거기에 부합할 수 있는 어떤 모습을 보여드리면 좋을까를 조금씩 상상해봐요. 대중성 있는 가요나 한글로 된 노래, 크로스오버의 매력은 재해석이므로 리메이크 곡. 명곡들을 소화해보고 싶어요. 이 과정에서 멤버들이 노래만 부르기보다 작사, 작곡에 참여해 라포엠만의 것을 만들어가면 좋겠다 싶고요. 너무 어렵거나 난해하지 않은 선에서.”

사진=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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