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강호의 흥행 역사가 또 한 번 대기록으로 채워졌다. 그의 필모그래피 중 ‘괴물’ ‘변호인’에 이어 ‘택시운전사’까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쌍천만’을 넘어 ‘또 천만’ 배우로 등극했다. 무려 세 번의 천만 흥행으로 ‘국민배우’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 송강호의 천만영화에는 어떤 코드가 관통하는지 짚어봤다.

 

‣ 공감 UP '소시민의 삶'

‘괴물’(2006), ‘변호인’(2012), 그리고 ‘택시운전사’까지 송강호표 천만영화는 소시민의 삶을 그리며 관객들의 공감을 샀다.

‘괴물’에서 송강호는 한강변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남자 강두로 분했다. 딸의 핸드폰을 바꿔주기 위해 손님들이 남긴 동전을 모으는 모습에서 관객들의 쓴웃음을 유발했다. ‘변호인’에서는 오로지 돈만 생각하는 속물 변호사 송우석으로 변신, 국밥 한 그릇에 미소 짓는 모습부터 돈 한 푼 더 벌기 위해 남들이 하지 않는 등기업무를 하는 모습은 돈에 이리저리 치이는 우리네 모습을 정확히 표현했다.

이 모습은 ‘택시운전사’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작 중 만섭은 사글세방에서 집세를 걱정하고, 큰돈을 준다는 외국 손님의 제안에 험한 일도 서슴지 않는다. 여기에 작은 일에도 분노하고 공감하는 ‘정’까지, 오직 송강호만이 품은 감수성으로 관객들을 스크린 속으로 몰입시킨다.

 

‣ 가슴 울리는 강렬한 '메시지'

송강호의 천만영화는 늘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한다. 이는 소시민적 캐릭터의 어깨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사회를 향한 강렬한 메시지 때문이다.

환경오염으로 탄생한 괴물과 사실 왜곡과 정보통제에 급급한 정부의 모습을 소묘한 ‘괴물’은 비극과 희극을 오가며 깊은 비판의식을 전했다. 또 ‘변호인’은 81년 부림사건의 변호를 맡은 송우석 변호사를 집중조명하면서 당시 정권에서 자행된 고문과 탄압을 비판하고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사로 많은 관객들을 눈물짓게 했다.

‘택시운전사’는 한국 민주주의 역사를 상징하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다. 외신기자가 목숨 걸고 찍었던 필름이 아니었다면 세상에 알려지지도 않았을 비극을 스크린에 옮겨내 대중의 무지를 깨운다. 가해자나 피해자의 시선이 아니라 외부인의 시선으로 관객의 공감을 높였다.

 

‣ 현실-영화 관통하는 '실존인물' 캐릭터

천만 관객을 돌파했던 국내영화 15편 중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한 작품은 ‘명량’ ‘광해, 왕이 된 남자’ ‘변호인’ ‘택시운전사’까지 총 네 편이다. 그 가운데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두 편에서 송강호가 주연을 맡았다. 많은 배우들이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걸 꺼려하지만 송강호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내며 천만 흥행에 성공했다.

‘변호인’은 익히 알려졌다시피 한때 비운의 사건으로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부림사건의 변호를 맡은 그는 약자의 편에서 당당히 “국가란 국민”이라고 외치며 카타르시스를 분출했다. 송강호의 연기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젊은 날이 오버랩 돼 ‘사람이 먼저’인 사회에 대한 열망을 일으켰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목숨을 걸고 광주로 취재를 떠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태워준 택시운전사 김사복씨의 사연을 가져왔다. 송강호는 김사복씨를 변주한 만섭 역을 맡아, 광주 시민들에 대한 애처로움과 곡해된 사실에 분노하는 모습을 담담히 연기하며 국내외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다.

 

‣ 감동 배가하는 '부성애'

그 동안 ‘부성애’는 흥행 보증수표로 많은 작품에서 활용돼 왔다. 하지만 송강호보다 작품 속에 부성애를 더 멋지게 녹여내는 배우를 찾기란 쉽지 않다.

송강호는 ‘괴물’에서 우리 주변 지극히도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무시무시한 괴물과 맞서는 슈퍼 히어로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줬다. 강두는 평상시엔 어눌하고 멍청해 보이는 인물이다. 하지만 딸을 위해서는 두려움을 잊고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한다. 무시무시한 괴물에 맞서 총구를 겨누고, 정부의 방해를 기지로 따돌리는 등 ‘아버지의 멋’을 과시했다

'변호인'에서도 많이는 아니나 현실 아버지의 모습이 등장한다. 변호 업무에 치여 두 자녀와 별반 놀아주지도 못하는 전형적인 가장을 연기했고 '처자식 잘 먹여 살리겠다'고 열일하는 아버지의 면모가 익숙함을 전했다.

‘택시운전사’ 속 만섭은 홀로 딸을 키우는 싱글대디다. 목숨이 위협 받는 상황에서도 그의 머릿속엔 오직 딸 걱정뿐이다. 마지막에 딸에게 부끄러운 아버지가 되지 않기 위해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어”라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찔끔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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