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6기 공채 개그맨 출신의 '댄서킴' 김기수(42)가 '뷰티 유튜버'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아역배우로 활동했던 어린시절, 분장실을 거쳐 예뻐지는 연예인들을 보며 메이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김기수는 국내에 몇 없는 남성 뷰티 유튜브 크리에이터다.

 

 

김기수는 메이크업은 물론 영상 편집, 촬영까지 모두 독학으로 배워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편집을 도와주는 PD들도 있지만 90%는 김기수가 스스로 제작하고 있다. 현재 구독자 수 12만명 이상, 전체 동영상 조회수는 580만 뷰 이상이다. 그의 채널엔 버건디 컨투어링, 루미너스 여신광채 등 화려한 메이크업들이 가득하다. 

김기수는 강유미, 김기열과 함께 26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 구글캠퍼스에서 열린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에 참석했다. 이곳에서의 발언을 인터뷰식으로 정리했다. 

-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악플 때문이었다. 무대 메이크업 사진을 올렸는데 '안 본 사이에 성형했다'는 식의 기사가 났다. '성괴' '의느님이 만든 얼굴' 등 악플이 3000개 이상 달려 굉장히 상처를 받았고, 내 메이크업 실력을 보여줘야겠단 생각을 하게 됐다. '차 덕후'들이 새로 산 차 사진을 올리는 것처럼, 나도 메이크업 콘텐츠를 공개하게 된 거다. 방송을 시작한 이후로 악플이 선플로 많이 바뀌어서 잘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 유튜브 채널의 장점은. 

내 매력을 100% 발휘할 수 있고, 모니터하며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할 때도 많다. 5~6년간 활동이 없었고 중국에서 DJ 공연을 하며 근근이 먹고 살다, 유튜브를 하게 된 건데 지금은 '댄서킴'으로 인기가 많았을 때와 비교해도 행복지수가 10000% 이상이다. 예전엔 대본에 의했던 거지만 이젠 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영상 제작 과정은.

신상 제품 리뷰가 많다보니 거의 매달려 있다. 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준비 과정이 있어서, 신경쓸 게 많다. 뷰티 유튜브는 정말 작디작은 차이에서 나오는 미학이 있다. 색조가 하나라도 어긋나면 화장이 이상해져서 얼굴에 굉장히 많이 발색을 해 본다. 피부의 희생이 필요한 거다. 모공 하나가 이상해도 안 올리고, 다 찍었는데 촌스러워보여 못 올린 영상도 30개쯤 된다. 메이크업에 어울리는 액세서리 구매도 해야 하고, 외국 트렌드도 섭렵해야 한다. 

 

 

- 기억에 남는 팬이 있나.

유튜브는 나 혼자만이 운영하는 게 아니라 구독자들과 소통하고 키워가는 채널 같다. 팬들을 '꼬요(꼬마요정)'라고 부르는데, '꼬요' 중에 남편과 3년째 부부관계 없이 우울해 있던 분이 계셨다. 남자인 김기수가 화장을 해서 예뻐졌다는 소리에 내 채널을 알게 됐고, 메이크업을 한 후 남편과 사이가 좋아졌다고 했다. 지금은 2세를 가졌다며 '오빠 덕분이다'란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럴 때 방송을 할 맛이 난다. 

- 유튜브를 통해 외국 구독자들도 많이 생겼을 텐데.

'당신은 아티스트'라고 극찬해주시는 분들은 거의 외국분들이다. 그분들은 음소거하고 내가 어떻게 변신하는지에 초점을 많이 맞춰 보시는 편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팬들이 주로 많다. 

- 생각과 다른 반응이 올 때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젠더리스 메이크업(남녀 경계를 허문 메이크업)을 하는데, 대부분 데일리 메이크업에 더 관심이 많더라. 젠더리스 메이크업에, 가발을 쓰기라도 하면 악플이 넘친다. 하지만 조회수, 피드백도 중요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건 잃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구독자들이 원하는 것도 하면서 내가 하고픈 것도 함께 하고 있다. 

내 몸짓 때문에 방송이 여성 비하 논란에 오른 적도 있다. 절대 여성 비하를 하려는 게 아니라, 해당 메이크업에 맞게 퍼포먼스를 하는 것뿐이다. 

- 유튜버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개그맨 후배들도 그렇고, '유튜버 하려면 어떡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굉장히 많이 들어온다. '연예인이니까 대충 해도 반응이 오겠지' 생각해선 안 된다. 대충 하려면 하지 말란 말을 해 주고 싶다.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

 

 

- 유튜브 수익은 어느 정도인가. 

채널 운영엔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돈을 벌어도 리뷰 제품 쓰는 데 들어간다.

- 유튜브에 아쉬운 점이 있나. 

접속자가 많아지면 지연되는 경우가 있다. 곧바로 소통돼야 하는데, 딜레이가 생기니 실시간 소통이 좀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개선해주시면 좋겠다. 아, 화질도 좀더 좋게….(웃음)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겨울쯤에 제가 참여한 브러시 제품이 나온다. 제 나이가 이제 마흔 셋이다. 얼굴에 '착붙'되려면 그만큼 좋은 제품을 써야 하는데 내가 쓰는 거니까 얼마나 좋겠나.(웃음) 요즘은 한류가 케이팝에서 케이뷰티로 이동하고 있는데, 해외 초청이 많아서 내년엔 외국 강연을 자주 다닐 것 같다. 

사진=라운드테이블(지선미),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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