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그널' 열풍 이유 중 하나는 장기 미제사건을 속시원히 풀어준다는 점이었다. 묵혀있던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에게 죗값을 치르게 하는 장면들이 통쾌함을 선사했다. 장기 미제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역시 적지 않다. 영화화돼 다시한번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키며, 긴장감 가득한 전개로 몰입도를 높였다. 

 

 

살인의 추억

봉준호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빠질 수 없는 작품이자 송강호의 연기가 빛났던 '살인의 추억'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시 일대에서 10명의 여성이 차례로 살해된 채 발견됐으나 끝내 범인을 잡지 못한 미해결 살인사건을 뜻한다. 피해자가 모두 여성이고, 시신 훼손흔적, 목이 졸려 살해된 방식까지 동일하다는 점에서 한국에서 발생한 최초의 연쇄살인사건으로 기록돼 있다. 

'살인의 추억'은 구시대적 수사를 펼치는 박두만(송강호)과 과학수사에 힘쓰는 서태윤(김상경) 두 형사의 대조적인 수사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봉준호 감독의 탄탄하고 디테일한 연출력과 독특한 분위기, 배우들의 열연과 인상적인 결말로 진한 여운이 남는다. 

 

그놈 목소리

'그놈 목소리'는 1991년 1월 29일 놀이터에서 놀던 9살 이형호 군이 실종된 후 44일만에 숨진 채 발견된 '이형호 유괴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2006년 1월 28일 공소시효가 만료돼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됐다.

이듬해인 2007년에 개봉한 '그놈 목소리'는 314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미제 사건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특히 모습은 드러내지 않은 채 수차례 전화를 걸어 부모를 괴롭힌 유괴범의 목소리, 억양, 말투 등을 비슷하게 따라한 강동원의 목소리 연기가 인상적이다. 엔딩에는 실제 유괴범 목소리가 등장해, 영화가 끝난 후에도 관객들이 쉽게 자리를 뜰 수 없게 만들었다.

 

아이들...

'아이들…'은 1991년 3월 26일 대구에서 도롱뇽 알을 잡겠다며 집을 나선 다섯 명의 초등학생이 한꺼번에 사라진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대대적인 수색에도 흔적을 찾을 수 없던 이 사건은 발생 11년만에 집 부근 야산에서 아이들의 유골이 발견돼 의혹을 증폭시키기도 했다.

영화는 이 사건을 둘러싼 어른들의 모습에 주목해 추적해나간다. 사건을 파헤쳐 특종을 잡으려는 다큐멘터리 피디 강지승(박용우), 아이들의 부모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교수 황우혁(류승룡), 아이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형사(성동일) 등이 등장한다. 

 

재심

'재심'은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정의와 진실엔 별 관심이 없던 변호사 준영(정우)이 누명을 쓴 현우(강하늘)의 사건을 맡게 되는 이야기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은 2000년 8월 10일, 전북 익산 약촌오거리 부근에서 택시기사 A씨가 흉기에 찔려 살해당한 사건이다. 익산경찰서는 사건 최초 목격자이자, 다방 오토바이 배달원 최모씨(당시 16세)를 범인으로 검거했다.

구체적인 증거가 없고 경찰의 강압수사 의혹이 있었지만, 최씨는 유죄를 선고받아 10년을 복역했다. 2003년 3월, 군산경찰서는 용의자 김모씨에게서 자백을 받았음에도 검찰은 기소하지 않았다.

출소한 최씨는 재심을 청구해, 지난해 11월 무죄를 선고받았다. 16년만에 누명을 벗은 것이다. 공소시효가 9일밖에 남지 않아 영구미제로 남을 뻔했는데,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한 '태완이법'(2015년 7월 시행)으로 인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

 

 

반드시 잡는다 

개봉을 앞둔 '반드시 잡는다'는 미제 추적 사건 스릴러 영화다. 30년 전 미제사건과 동일한 수법의 살인이 다시 시작되자, 동네를 잘 아는 터줏대감 심덕수(백윤식)와 사건 전문가인 전직 형사 박평달(성동일)이 범인을 쫓는 이야기를 그렸다.

백윤식과 성동일의 버디 콤비가 흥미를 자아낼 예정으로, 성동일은 60대 노인 역을 맡아 분장을 감행하기도 했다. '끝까지 간다' 제작사의 두번째 범죄영화다.

'반드시 잡는다' 제작진은 “'살인의 추억' 30년 후를 그렸다”며 “연쇄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아직까지 잡히지 않고, 평범한 이웃의 모습을 가장해 우리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설정에서 출발한 영화”라고 작품을 소개해 기대감을 높였다. 11월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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