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2006, 감독 최동훈)에서 평경장과 정마담으로 호흡을 맞췄던 백윤식과 김혜수가 백발로 변신, 11월 영화판에 돌아온다. 백윤식은 '반드시 잡는다'에서 미제사건 살인범을 추적하는 동네 터줏대감 심덕수 역을, 김혜수는 '미옥'에서 조직을 재계 유력기업으로 키워낸 언더보스 현정을 연기한다.
 

캐릭터에 완벽빙의된 그들이 남긴 명대사들을 돌이키며 신작을 기다려보면 어떨까.

 

‣ 백윤식
 

• ‘싸움의 기술’ - "너 나 한번만 더 손대면, 그땐 피똥 싼다?"

백윤식은 2005년 ‘싸움의 기술’에서 멕시코의 푸른 바다로 떠날 날을 기다리며 은둔 중인 전설의 고수 오판수 역을 맡아 영화팬들의 기억에 각인됐다. 독창적인 싸움의 기술과 더불어, "피똥 싼다"라는 찌릿한 대사를 자신만의 억양과 표정으로 맛깔나게 살려 인생 캐릭터를 완성했다. 이 명대사는 10년이 넘었음에도 최근 ‘리니지 M’ 게임광고에 활용될 정도로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 ‘범죄의 재구성’ - “내가 청진기 대면 견적 나와, 나 김선생이야”

최동훈 감독의 ‘범죄의 재구성’에서 백윤식은 사기꾼들의 대부 김선생 역을 맡아 완벽한 시놉시스 개발자 최창혁(박신양), 팜므파탈 사기꾼 서인경(염정아), 최고의 떠벌이 얼매(이문식)와 함께 유다른 케미스트리를 선사했다.

“내가 청진기 대면 견적 나와”란 김선생의 대사엔 남다른 카리스마와 독보적인 사기꾼 이미지가 축약돼 있다. ‘범죄의 재구성’에선 반드시 안 잡혀야 했던 김선생이 이번 영화 ‘반드시 잡는다’에선 범인을 반드시 잡으려는 심덕수 역을 맡은 것도 특별한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 ‘타짜’ - "아수라발발타~"/"세상이 아름답고 평등하면 우리 같은 사람은 뭘 먹고 사냐?"

‘타짜’에서 최동훈 감독과 재회한 백윤식은 도박에 빠져들어 타짜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 고니(조승우)의 스승 평경장 역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남겼다. 팜므파탈 정 마담(김혜수), 극악무도한 죽음의 타짜 아귀(김윤석) 등에 밀리지 않는 연륜과 카리스마로 팬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특히 “아수라발발타~”하는 그의 도박 주문(?)은 작품에 유쾌함을 한 방울 톡 떨어뜨렸다. 여기에 “세상이 아름답고 평등하면 우리 같은 사람은 뭘 먹고 사냐?”라는 대사로 남다른 타짜철학을 설파해 신스틸에 성공했다.

 

• ‘내부자들’ - "이런 여우같은 곰을 봤나~" /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

2015년 개봉해 역대 청소년관람불가 작품 흥행 신기록을 세웠던 ‘내부자들’은 화려한 캐릭터가 즐비했다. 자신을 폐인으로 만든 일당에게 복수를 계획하는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 비자금 파일과 안상구라는 존재를 이용해 성공하고 싶은 무족보 검사 우장훈(조승우)는 물론, 이경영-백윤식-김홍파 세 배우의 역대급 악역 캐릭터도 현실감을 더했다.

백윤식은 ‘내부자들’에서 언론을 쥐고 흔드는 조국일보 논설 주간 이강희 역으로 출연, 정치-경제의 뒷거래 판을 짜는 설계자로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이 대사는 당시 ‘과하다’는 평을 받았지만, 지난해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사석에서 똑같은 말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씁쓸함을 남겼다.

 

‣ 김혜수
 

• ‘타짜’ - "나 이대 나온 여자야!"

‘타짜’는 김혜수의 섹시함과 강력한 눈빛 등 다채로운 모습을 볼 수 있던 작품이다. 도박판의 설계자 정마담 역으로 출연한 김혜수는 도박 단속을 나온 경찰 앞에서 “나 이대 나온 여자야!”라고 당당히 외치면서 ‘센 언니’ 이미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대’가 상징하는 지성미와 다소 상반되는 ‘센 언니’ 이미지가 겹쳐지면서 관객들은 아이러니한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 대사는 “사쿠라여?” “쫄리면 뒈지시던지”와 함께 ‘타짜’를 상징하는 대사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 SBS 드라마 ‘스타일’ - "엣지 있는 걸로!"

김혜수의 활약은 스크린에만 그치지 않는다. 2009년 유명 패션지의 에디터들을 중심으로 패션업계의 화려한 모습을 그린 SBS 드라마 ‘스타일’에서 에디터 박기자 역을 맡아 당당하고 멋진 골드미스 역할을 해냈다. 지금 김혜수의 시크한 도시여자 이미지는 이 작품에서 완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시그니처 대사인 “엣지 있게!”는 2009년 당시 수많은 광고에 활용되며 다양한 분야의 ‘엣지’를 살리는 계기가 됐다. 더불어 김혜수의 엣지 있는 헤어와 패션스타일은 대사와는 또 다른 열풍을 이끌기도 했었다

 

• ‘차이나타운’ - “증명해봐, 네가 쓸모있다는 증명”

김혜수의 신작인 ‘미옥’은 여성 중심의 심도 깊은 누아르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녀에게 이는 어색한 장르가 아니다. 앞서 2015년 차이나타운을 배경으로 한 영화 ‘차이나타운’에서 지하조직의 대모 엄마 역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누아르에 도전해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그녀의 서늘함은 “증명해봐, 네가 아직 쓸모 있다는 증명”이라는 대사에서 잘드러난다. 자신의 조직원 일영(김고은)이 석현(박보검)을 만난 후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던지는 대사다. 냉혹한 차이나타운의 생존법칙을 정확히 담아낸 엄마의 한마디는 관객들의 심장을 파고 든 명대사로 손꼽히고 있다.

 

• tvN 드라마 ‘시그널’ - "잊혀지지 않는다는 게 가장 힘든 거야..."

‘역대급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았던 tvN 10주년 특별기획 ‘시그널’은 방영과 함께 많은 시청자들의 인생작이 됐다. 미제사건을 중심으로 타임 슬립(time slip) 혹은 타임 루프(time loop) 스타일을 취한 스릴러 장르에서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명배우들과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명대사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

이재한(조진웅)의 옛 연인이자 15년차 베테랑 형사인 차수현 역을 맡은 김혜수는 한국 수사물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 리더를 연기해냈다. 극 중 그녀가 내뱉는 “잊혀지지 않는다는 게 가장 힘든 거야” “수갑 하나당 짊어진 눈물이 2.5리터다”라는 대사는 많은 시청자들의 가슴에 콕 박혔다.

 

이처럼 백윤식과 김혜수는 다양한 작품 속에서 주옥같은 명대사들을 많이 남겨왔다. 과연 이번 신작 ‘반드시 잡는다’ ‘미옥’에선 어떤 명대사를 남길지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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