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 최악의 참사가 발생했다. 21일 충북 제천시 하소동의 9층짜리 복합상가에서 화재로 무려 29명이 사망하며 국민들을 착잡하게 하고 있다. 

건물의 외장재로 쓰인 소재인 ‘드라이비트’가 화재에 취약해 예견된 참사였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알려진 화재 예방수칙도 복합적으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더욱 피해가 커졌다. 

행정안전부가 제공하는 재난대비 국민행동요령은 고층 아파트, 지하철, 다중이용업소, 주상복합건물 등으로 나눠 화재 예방수칙과 대피법을 설명하고 있다. 

문제는 개인이 철저히 실행해도 실제 화재 때는 한계가 있는 부분도 많다는 것이다. 당장 살고 있는 집이나 근무하는 건물에서 화재가 났을 때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지 걱정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미로형의 통로로 건축된 건물’ 

이번에 불이 난 건물은 목욕탕과 스포츠센터, 식당 등이 함께 있는 다중이용업소로 볼 수 있으며, 내부 구조가 미로처럼 돼 있어 대피가 어려웠다.  

‘다중이용업소’ 항목에는 ‘미로형의 통로로 건축이 된 건물은 유사시 대피에 어려움이 많을 수 있다’고 돼 있다. 결국 미로형 건물은 지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인데, 현실적으로 이번 화재가 난 건물을 비롯해 미로형 건물은 산재해 있다. 

때문에 추가로 ‘이용 전에 출입구 이외에 비상구가 있는가, 또한 비상구가 개방되어 안전하게 지상으로 연결되는지 확인합시다’라고 되어 있지만, 일상 생활에서 건물 안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생각까지 하지 않는다.

 

★옥상으로 피하라? 뾰족한 모양…잠겨있기 일쑤

아파트 등 고층 건물 화재시의 기본 수칙이 ‘옥상으로 대피하라’이다. 내려오다가 오히려 변을 당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화재에서도 고층에 있다가 옥상으로 대피했던 20여명이 헬기와 사다리차 등으로 구조됐다. 그러나 이 건물의 옥상은 뾰족한 모양으로 만들어져 대피하기가 어려운 구조여서 아찔함을 자아냈다. 

건물 모양의 문제뿐 아니라, 많은 아파트에서 투신 방지, 흡연 방지 등의 이유로 옥상 출입구가 잠겨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평소 머무는 건물의 옥상이 대피가 가능한 상태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화재 때마다 반복…’공간 확보 문제’

이번 화재에서는 옥상으로 대피한 사람들 중 3명을 소방당국의 사다리차가 아닌 민간 외벽청소 사다리차가 구조했다. 주변에 주차된 차량 때문에 소방당국의 사다리차가 제대로 쓰일 수 없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행정안전부의 ‘아파트 화재 대처법’에는 ‘소방차 전용 주차공간은 항상 소방차가 사용할 수 있게 확보돼 있어야 한다’, ‘비상시 인명구조를 위한 공기안전매트를 위한 공간은 확보돼야 한다’고 ‘공간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소방차 전용 주차공간’이 건물 주위에 마련돼 있기는커녕 7~8m의 도로 폭조차 확보되지 않아 소방차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게 현실이다. 

 

★비상구 숙지? 막혀 있는데…

건물 안이 미로처럼 복잡했던 것은 물론, 있는 비상구도 제대로 탈출하기에 무리였던 정황이계속 드러나고 있다. 화재 현장의 2층 목욕탕을 이용했던 목격자는 “비상구가 목욕용품 바구니 등으로 막혀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계단으로 통하는 비상구가 있긴 하지만 비상구라고 쓰여 있지도 않고, 거의 존재를 모른다”고 했다. 잠겨 있지 않았더라도 나가기가 힘든 상황이었다는 이야기다. 

설상가상으로 2층 출입구 자동문은 작은 버튼을 제대로 누르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아 연기 속 급박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빠져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증언도 있었다. 평소 다니는 건물의 출입구와 비상구를 정확히 알아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우는 대목이다. 

 

사진출처=행정안전부, 제천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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