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이것저것 새로운 계획을 세워보는 활력이 샘솟는 시기이지만 한편으론 소통·진로·취업·결혼 등 고민과 불안이 새록새록 밀려들기도 한다. 판타지로 중무장한 뮤지컬보다 내밀한 일상성을 지닌 연극을 통해 위로를 얻고, 진정한 자아를 찾는 계기를 마련해보면 어떨까. 신년 공연가를 의미 있게 질주 중인 작품 3편을 골랐다.

 

■ 연극 ‘빗소리 몽환도’

 

연극 ‘빗소리 몽환도’(1월10~2월4일 대학로 드림시어터)는 지난해 12월 프리뷰 공연 당시 호평을 받은 후 정식으로 상연되는 공연이다. 비 오는 늦은 밤, 도서관 청소부 공상호가 사는 옥탑방에 소설 ‘로미오와 줄리엣’ 여주인공 줄리엣과 똑 닮은 여자 순월(조한슬)이 방문해 월세계약서를 들이밀고는 새로 온 세입자라며 화를 낸다. 이내 방 안으로 들어온 둘 사이에 생겨나는 환상과 현실의 오묘한 경계 속에서 이야기는 점점 흥미롭게 이어져간다.

‘빗소리 몽환도’는 공상호가 현실적인 문제와 환상의 경계에서 자아를 찾는 하룻밤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가치란 무엇인가’ ‘진정한 자아 찾기’라는 물음을 던진다. 주수자 작가의 동명 소설을 토대로 작품 내 에피소드를 묶어 옴니버스 형태로 구성했다. 대학로 베테랑 배우들과 함께 공승호 역에 고구려밴드 보컬 이길영이 출연한다.

 

■ 연극 ’여도‘

 

추리 사극 장르의 연극 ‘여도’(1월13일~2월25일·한전아트센터)는 과거 단종의 시점과 현재 세조의 시점을 오가며 단종 죽음의 실마리를 파헤친다. 조선시대 기록된 역사 중 가장 왜곡이 많은 한 부분을 다루고 있는 만큼 모든 것이 불명확한 단종 죽음에 대한 진실을, 역사적으로 극심한 광증을 보인 세조의 아들 이성과 연결시켜 긴장감 있게 풀어간다.

FT아일랜드 기타리스트 송승현은 단종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미치광이 행세를 하는 이성 역할을 맡았다. 그는 뮤지컬 ‘잭 더 리퍼’ ‘삼총사’ ‘썸머스노우’, 옴니버스 영화 ‘레디액션 청춘’ 등에서 연기활동을 해왔다. 세조 역에 박정학 김정균, 단종 역에 병헌 비범, 혜빈 정씨로 인기 탤런트 공현주가 출연한다.

 

■ 연극 ‘블라인드’

 

연극 ‘블라인드’(2월24일까지 수현재씨어터)는 시각을 잃은 후 세상과 단절된 청년 루벤과 몸과 마음이 상처로 가득한 여자 마리가 만나 마음으로 서로를 느끼며 진정한 교감을 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동명의 네덜란드 영화를 원작으로 한 첫 라이선스 작품으로 개막 전부터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개막 후 원작의 아름다움을 연극적으로 표현해낸 탁월한 무대연출과 생생한 라이브 음악, 미장센을 완성하는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로 호평을 사는 중이다.

기존 연극과는 다른 방식의 다채로운 언어들로 채워지며 극장에 들어서는 순간, 시선을 압도하는 무대는 안과 밖의 경계를 지워 각기 다른 시공간이 공존하도록 연출됐다. 라이브 음악은 캐릭터가 느끼는 감정들을 청각적으로 표현해내며 대사로 다 전달하지 못하는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루벤 역에 라이징 스타 이재균과 박은석, 마리 역에 정운선 김정민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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