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이 늘어나고, 사람 못지 않게 호강하는 동물들에 대한 뉴스도 들려온다.

그러나 ‘동물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학대받는 동물들의 현실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일부다. 여전히 많은 동물들이 ‘경제적’이라는 이유로 산 채로 털을 뽑히고 가죽을 빼앗기며, 비정상적인 환경에서 본성을 억제당한 채 사육되다 삶을 마친다.

다행히 2010년대 초반부터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이 국내에서도 퍼지기 시작해, 다양한 방식으로 동물 복지를 생각하는 제도와 그 아래에서 생산된 물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미미한 첫걸음의 상태이긴 하지만,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동물 복지에 대한 사례 3가지를 소개한다.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

한국에는 2012년 산란계(달걀)를 대상으로 처음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가 도입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이 인증제는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소/돼지/닭/오리농장 등에 대해 국가에서 인증하고, 인증농장 생산 축산물에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마크’를 표시하는 제도’이다.

산란계에 이어 2013년 돼지, 2014년 육계, 2015년 한/육우, 젖소, 염소에 대해서도 인증제가 도입됐지만, 가장 오래된 동물복지 인증제 대상인 달걀조차 여전히 쉽게 인증마크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시작 단계다. 또한 동물복지 축산물은 일반 축산물에 비해 값이 비싸 소비자들의 선택에 장벽이 된다.

그럼에도 알아볼 가치는 충분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은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의 절차를 소개할 뿐 아니라, 해당 농장 검색이 가능하고 동물복지 축산물 구매처도 안내하고 있어 관심이 있다면 방문해 보면 좋다.

 

★이케아, ‘푸드 베터’ 프로그램 실시

국가에서 시행하는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과 같은 취지의 제도를 사기업에서 시행하는 사례도 있어 눈길을 끈다. 세계적인 가구 기업 이케아(IKEA)가 1월부터 시행하는 ‘푸드 베터(Food better)’가 그런 프로그램이다.

이케아는 매장에서 다양한 음식을 제공하고 있는데, ‘푸드 베터’는 쉽게 말해 닭, 돼지, 소 등 이케아가 공급받는 동물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농가에서 충족해야 하는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푸드 베터’를 통해 첫 번째로 제시된 것은 닭고기에 대한 기준(Better chicken)이다. 이에 따르면 닭 사육장 크기, 조명, 항생제 사용, 운송과 도살 등 이케아에 공급되는 닭 농가와 가공과정이 충족시켜야 할 12개의 기준이 있다. 앞으로 이케아에 조달되는 닭고기 제품들은 2025년까지 해당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이케아는 2025년까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공급되는 닭고기에 대해 12가지 기준 중 추후 분석을 필요로 하는 3가지를 제외한 9가지 기준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케아는 동물 복지 이외에도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생산되는 면화를 면 제품에 사용하는 등 환경에 대한 관심을 계속 가지고 있는 기업으로, 매년 ‘이케아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고 있기도 하다.

 

★’산 채로 뽑지 않는’ RDS 인증 다운

최근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평창 롱패딩’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이 패딩은 스타일도 화제였지만 ‘RDS 인증’을 받았다는 사실이 동물복지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RDS(Responsible Down Standard)란 산 채로 오리나 거위의 털을 뽑는 방식(Live plucking)이 아니라, 빠진 털과 죽은 거위 털만 사용해 제작하는 다운 제품에 부여되는 인증이다. 국내에서도 익숙한 아웃도어 브랜드들인 노스페이스, 라푸마, 밀레 등이 RDS 인증을 받은 ‘착한 구스 다운’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RDS 인증을 받은 것은 물론 기존 다운보다 얇으면서도 봉제선(Cold spot)과 털 빠짐 현상이 없어 퀼팅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따뜻하고 가벼운 신소재 ‘씬다운(THINDOWN)’도 등장했다.

RDS 인증을 완료한 이탈리아의 다운 공급업체 모리나(MOLINA)의 다운을 이용하는 씬다운은 절단과 퀼팅이 자유로워 기존 파카뿐 아니라 슈트, 코트, 가죽, 모피뿐만 아니라 신발, 장갑, 모자에까지 사용할 수 있어, ‘다운의 미래’라고 불리고 있다.

 

사진제공=농림축산검역본부, 이케아, 씬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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