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질감의 영화들이 가득한 2018년 겨울 박스오피스에서 기대작들의 흥행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연일 새로운 흥행 기록이 쏟아지는 가운데 저예산 한국영화들도 속속 개봉을 예고해 신선함을 지핀다. 남다른 울림을 간직한 ‘작은 영화’들을 살펴봤다.

 

‣ 누에치던 방

10년째 고시생으로 살고 있는 채미희(이상희)는 어느 날 지하철에서 마주친 여학생(김새벽)을 따라간다. 채미희는 그러던 중 만난 조성숙(홍승이)에게도 다짜고짜 친한척을 하고, 그들은 조금씩 새로운 관계를 쌓아간다. 한편, 조성숙과 같이 살고 있는 김익주(임형국)는 채미희의 무례한 침입이 불쾌하지만, 낯선 그녀에게 자신의 나약한 모습을 꺼내어 놓는다.

‘누에치던 방’(감독 이완민)은 지난 시기의 실패와 상처,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이 갑자기 되돌아오면서 발생하는 일을 바라보는 영화다. 과거에 해결하지 못하고 회피했던 일들을 다시금 만났을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고 있다. 이런 섬세한 메시지 뿐 아니라, 이상희 김새벽 이주영 등 독립영화 대표 여배우 3인이 출연해 작품에 신뢰도를 쌓는다. 러닝타임 2시간3분. 15세 관람가. 31일 개봉.

 

‣ 숲속의 부부

'숲속의 부부'는 세상 끝에 내몰린 한 가장이 아내를 데리고 무작정 숲속으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스스로가 만들어낸 환상 속 살인마가 돼버린 한 남자의 금기를 넘어선 적나라한 살인행각으로 그의 혼란을 표현해낸다. 2년 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故) 김성민의 유작이기도 하다.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X등급을 받았던 '숲속의 부부'는 최근 무삭제 버전으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모차르트 타운' '애니멀 타운' '댄스 타운' 등 매 작품 파격적인 표현과 거센 에너지로 논란을 일으켜온 전규환 감독의 신작으로 이번에도 눈을 의심할 정도의 ‘파격 전라신’을 예고해 눈길을 끈다. 러닝타임 1시간45분. 청소년 관람불가. 2월15일 개봉.

 

‣ 게스트 하우스

배우의 꿈을 위해 틈만나면 오디션을 보려 강릉을 탈출하는 정우(김성제). 누나와 함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관심이 안 간다. 그러던 그의 앞에 어느 날, 히로코(치순)가 나타난다. 은퇴한 전 일본국가대표 컬링 선수인 그녀는 동계올림픽 특집 방송을 위해 강릉을 찾아왔다. 누나의 등살에 떠밀려 히로코의 가이드가 된 정우. 서로를 알아가며, 어느 새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게스트 하우스’(감독 조성규)는 우연한 만남과 설레는 연애과정이 담긴 풋풋한 멜로드라마다. 동계올림픽을 앞둔 강릉을 배경으로, 컬링이라는 소재와 연애를 절묘하게 연결시켜 이색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조합을 완성해냈다. 아이돌 그룹 초신성의 멤버 김성제와 재일교포출신 배우 치순이 공연, 강릉의 커피향처럼 그윽한 멜로를 선보여 궁금증을 자아낸다. 러닝타임 1시간34분. 2월22일 개봉.

 

‣ 환절기

고3 아들 수현(지윤호)을 키우며 남편과 떨어져 사는 미경(배종옥). 어느 날 수현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 용준(이원근)을 데리고 와 함께 지내게 된다. 몇 년 후, 국에서 제대한 수현은 용준과 함께 떠난 여행길에서 사고를 당해 중태에 빠지고, 식물인간이 돈 아들 수현을 지키는 미경은 혼자 멀쩡한 용준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그러다 미경은 아들 수현과 용준, 두 사람 사이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다.

이동은 감독의 데뷔작 ‘환절기’는 감독 자신이 그래픽 노블로 만들었던 작품을 영화로 재탄생시켰다. 그만큼 커다란 작품에 대한 애정으로 만들어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배우 배종옥이 미경 역을 맡아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해 눈길을 끈다. 아들의 동성애 사실에 괴로워하던 어머니가 천천히 마음을 여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그려지면서 공감할 수 있는 희망이 제시된다. 러닝타임 1시간41분. 15세 관람가. 2월22일 개봉.

 

‣ 괴물들

사물함 속 제초제 음료수를 마신 교내권력 1인자가 입원하자 2인자인 양훈(이이경)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재영(이원근)을 제물로 삼은 양훈의 괴롭힘이 점점 더 심해져 가던 어느 날, 양훈은 재영에게 자신이 짝사랑하는 보영(박규영)의 뒤를 밟게 시킨다. 재영은 보영과 똑같이 생긴 예리를 통해 상황을 모면해보고자 하는데...

청춘누아르 ‘괴물들’(감독 김백준)은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10대들의 권력과 폭력의 비극을 담는다. ‘제초제 음료수 사건’이라는 충격적 실화를 모티프로 권력과 폭력의 이면을 완성도 있게 그려냈다. 최근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활약하는 이원근과 이이경이 캐스팅돼 기대를 높인다. 학교 폭력, 왕따 문제 등이 아직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여겨지는 가운데, 이 작품이 전달할 메시지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3월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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