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 이윤택 연극연출가에 이어 오태석(78) 연극연출가(극단 목화 대표)까지 성추행 의혹에 휘말렸다.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문화계 ‘거장’들의 잇따른 성추행·성폭행 논란에 ‘거장’에 대한 불신과 회의가 솟구치는 중이다.

 

사진= 남산골한옥마을 제공

앞서 지난 15일 전직 배우 A씨는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리고 ‘ㅇㅌㅅ’이라고 이름을 지목하며 오 대표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했다. 그는 “대학로의 그 갈비집 상 위에서는 핑크빛 삼겹살이 불판 위에 춤을 추고, 상 아래에서는 나와 당신의 허벅지, 사타구니를 움켜잡고, 꼬집고, 주무르던 축축한 선생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소리를 지를 수도, 뿌리칠 수도 없었다”라고 전했다.

당시 A씨는 오 대표를 제지하며 “저는 선생님 딸 친구예요”라고 외쳤지만 동석한 극단 선배는 “네가 걔 친구냐. 세상에 세월 빠르네”라고 말할 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A씨는 “그들은 너털웃음과 함께 술잔을 비웠고 나는 다시 투명인간이 됐다. 내가 젖먹던 힘으로 용기내어 소리쳤을 때 누군가는 ‘그만 하시죠’ 한 마디쯤은 해 줄 거라고 기대했는데”라고 토로했다.

A씨는 지난 17일 다시 글을 올려 “저를 향한 그 어떤 회유와 조정, 갈무리…일체의 시도를 하지 마시길 바란다”라며 “단 한 번만이라도 책임지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 달라”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전직 배우 B씨도 자신의 SNS에 “비교적 늦은 나이에 연극판을 기웃거리게 된 나는 ‘백마강 달밤에’라는 연극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고 극단의 뒷풀이에 참석했다. 그 연출가는 술잔을 들이키는 행위와 내 허벅지와 사타구니 부근을 주무르고 쓰다듬는 행위를 번갈아 했다”고 적었다. 

당초 오태석 대표는 20일 입장을 밝히기로 했지만 이날 오전 극단 목화 측은 “아직 입장 정리가 되지 않았다. 정리되는 대로 발표하겠다”라고 돌연 입장 발표를 연기했다.

오 대표는 1967년 첫 희곡 ‘웨딩드레스’를 발표한 뒤 50여년 동안 극작가, 연출가, 제작자로서 60여 편이 넘는 작품을 연출했다. 84년에는 극단 목화를 창단하고 서울예술대학 교수로 강단에 서며 한국적인 미학을 무대에 구현, 연극계 거장으로 불렸다. ‘초분’ ‘춘풍의 처’ ‘템페스트’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백마강 달밤에’ ‘천년의 수인’ '자전거' 등의 대표작이 있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