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 한국에 상륙한 ‘미투(Me too) 운동’의 기세가 무섭다.
 
 
가장 권위 높은 국가기관인 검찰은 물론 문학계, 예술계, 종교계에 이르기까지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온라인 시대를 맞아 SNS, 포털 사이트 댓글 등에서 익명으로도 쉽게 ‘미투 고백’이 가능해져 힘을 더했다. 너무나 리얼한 피해자들의 고백은 익명이어도 ‘발뺌’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가해자들을 코너에 몰아넣었다. 
 
‘미투 고백’이 이어지자 이에 따른 사과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타입’에 따라 사과하는 시점과 형태도 가지각색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완벽하게 잘한 사과’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모두 사과의 세 가지 필수 요소가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완벽한 사과라면 본인의 잘못을 명확히 드러내고, 상대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고, 재발 방지책도 밝혀야 하지만 이러한 사과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불완전하지만 줄을 잇고 있는 ‘사과’를 4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침묵형
 
 
대표적으로 배우 오달수가 있다. 오달수는 6일 동안 화제의 중심에 있었지만 26일 오전이 돼서야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추문에 대해 “결코 사실이 아니다”를 반복하며 ‘24일까지 있었던 영화 촬영 일정’을 이유로 들었다. 사건에 대해 몰라서였는지, 알고도 입장을 내지 않은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오달수의 해명을 믿는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익명 폭로는 증거가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스마트폰 시대에 본인이 언급된 대형 사건에 대해 몰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고, 알았다면 왜 즉각 부정하지 않았는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오달수의 사과문은 논란을 시원하게 잠재우는 완벽한 사과가 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적극 부정’에 나선 다른 배우 곽도원에 묻어가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속전속결 인정형
 
 
‘침묵형’과 반대되는 유형도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잘못을 인정한 경우다. 배우 조재현과 ’뮤지컬 대부’ 윤호진이 이에 해당된다. 조재현은 tvN ‘크로스’에서 주연을 맡고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과문을 내고 자신에 대한 소문을 인정했으며, 윤호진 역시 ‘피해자의 입장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사과드리겠다’고 밝혔다. 연극배우 한명구, 사진작가 배병우 등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냈다. 
 
폭로를 부정하지 않고 곧바로 사과한 것은 이를 덮으려 하다가 더 큰 화를 입을 수도 있다는 빠른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사과는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죄인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 ‘잘못 살아왔다’는 추상적인 표현들로 일관하고 있다.
 
자신이 정확히 누구에게 어떤 성추행을 저질렀는지 스스로 말하는 용기가 발휘되지는 않았으며, 재발방지를 위한 방법 또한 ‘자숙’ 외에는 없다. 윤호진의 경우 ‘피해자들은 신고센터나 에이콤, 주변 지인을 통해서라도 꼭 연락 주시기 바란다’고 해 약자인 피해자들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는 지적도 받았다. ‘여론에 떠밀려 계산적으로 한 사과’라는 비판 또한 나온다.  
 
 
★자진납세형
 
폭로가 나오기 전에 자진해서 사과한 배우 최일화가 ‘자진납세형’에 해당된다. 그는 몇 년 전 연극 작업 중 성추문 논란이 불거진 사실을 스스로 언급하며 “폭로 글로 피해자의 신상이 밝혀져 또 다른 피해를 입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자진해서 사과했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았는데도 먼저 자신의 잘못을 고백한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지만, 시기상 여러 거물들의 스캔들이 겹치고 있는 상황이어서 최일화의 사과는 ‘선수 치기’처럼 보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폭로가 터져 망신을 당하는 것보다는 먼저 사과해서 일단 빠져나가려는 계산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고운 눈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구체적인 강간과 폭행의 정황을 담은 추가 폭로까지 나와 비난 여론이 더 세졌다. 네티즌들은 추가 폭로가 사실이라면 최일화는 성폭행을 성추행으로 약화시켜 먼저 사과하고 논란을 피해가려 한 것이라며 갑론을박 중이다.
 
 
★발뺌형
 
가장 안타까운 유형이 ‘발뺌형’이다. 잘못을 한 것이 분명한데, 그 사실을 본인만 제대로 알지 못하고 ‘발뺌’만 하다가 사과의 타이밍마저 놓쳐버리는 것이다. 청주대 교수로 있던 때 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폭로에 휘말린 배우 조민기가 여기에 해당한다. 
 
조민기는 자신에 대한 모든 의혹을 공식석상에서 부인했다. 그러나 내용에는 성추행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다. 그는 JTBC ‘뉴스룸’ 인터뷰에서 “가슴으로 연기하라고 손으로 툭 친 걸 가슴을 만졌다고 진술한 아이들이 있다. 노래방에 다녀온 뒤 수고했다고, 격려 차원에서 안아줬다”고 말했다. 
 
이는 조민기의 입장일 뿐, 신체 접촉을 당한 피해자 입장에서는 누가 봐도 성추행이다. 게다가 조민기는 지난해 청주대로부터 성추행 의혹으로 3개월 정직 징계를 받은 상태여서 ‘발뺌’하려던 해명이 오히려 더 큰 비난을 불러왔다. 결국 청주대생들의 공동성명을 비롯해 이어지는 추가 폭로 끝에 현재 조민기는 할 말을 잃은 듯 입을 닫고 있다. 잘못에 대한 인정은 물론 진정성도, 재발 방지 대책도 없는 허술한 해명이 화를 부른 대표적인 사례다.  
 
 
사진출처=싱글리스트 DB, 뉴스엔, 윌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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