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한국 정부를 향해 미투 운동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사진 출처=여성가족부

국민일보가 지난 2월 28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앞서 2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 제8차 한국 국가보고서 심의 영상회의록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매체는 이날 회의가 국제여성헌법 격인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이행 상황을 심의하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회의에는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과 법무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 실무자,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화제는 최근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운동과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 등이었다.

유엔은 한국 정부를 향해 크게 두 가지를 비판했다.

첫 번째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이에 따른 2차 가해에 대한 것이었다. 루스 핼퍼린-카다리 부의장은 "(한국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을 무고죄로 고소하거나 이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모든 피해자를 침묵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말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장관은 "성폭력 피해자가 무고죄나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는 문제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최근 정부도 피해자가 직장을 그만두는 등의 2차 피해 문제를 강조하고 있다"는 두루뭉술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사진 출처=픽사베이

성폭력 처벌 수준을 높여야 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카다리 부의장은 "한국 형법은 강간을 너무 엄격하게 정의하고 있어 문제"라며 "CEDAW는 일반권고에서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기준으로 설정토록 하고 있다"고 한국 관련법이 국제 기준과 일치하는지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국내법에 따르면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에 한해 규정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대한민국은 모든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반의사불벌죄를 전면 폐지했다"고 답하는 등 질문과 관계 없는 답을 내놨다.

그러나 카다리 부의장은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아예 형법의 영문 번역본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매체는 또 한국 정부의 무책임한 답변이 이어지자 로사리오 마날로 위원이 회의 중단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마날로 위원은 "지금 한국 정부는 추상적인 정보만 제공하고 있다. 한국의 양성평등 실태를 파악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회의는 시간낭비였다. 유익한 대화가 아니었다"며 "(준비한) 자료를 읽을 거면 차라리 그 자료를 우리에게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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