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지망생 성추행 의혹에 휘말린 정봉주 전 의원이 "시간 상 맞지 않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이에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현직 기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반박으로 받아쳤다.

 

정봉주 전 의원[사진=연합뉴스]

9일 프레시안은 피해자 A씨의 입장문을 공개했다. 이는 정 전 의원이 “렉싱턴 호텔에 간 사실이 없고, 렉싱턴 호텔 룸에서 A씨를 만난 사실도 없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A씨는 “정 전 의원이 부정한 건 사실관계의 부정이겠지만, 그건 저의 존재와 인격을 부정한 것이기도 하다”며 “그날의 상처도 이제 저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이구나 하는 절망스러움,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건가 하는 두려움이 한꺼번에 밀려온다”고 썼다. 

이어 “이 사람의 성폭력 기준에서는 강제로 여성을 껴안고 키스를 하는 행위 정도는 기억에도 남지 않는 사소한 일이라는 말인가 하는 생각에 이르니 숨이 막히고 소름이 돋는다. 혹시라도 사과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던 제가 바보였다”고 털어놨다. 

A씨는 “정 전 의원이 낸 보도자료 속에서 저의 ‘존재’는 유령이고 세상에 없는 사람”이라며 “혹시라도 제가 마음을 바꿔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고 증언하면 그때는 적어도 제 존재는 인정할까요?”라고 적었다. 

그는 “정 전 의원이 이제 제발, 정말로 제발, ‘미투’라는 말을 입에도 담지 않기를 바란다”며 “많이 모자라고 부족한 제가 감히 미투 물결에 동참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정 전 의원 같은 사람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차라리 저를 고소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글을 마쳤다.

 

사진=채널A '외부자들'

앞서 정 전 의원은 “기사에는 2011년 12월23일(기사에 명시된 성추행 시기) 어느 시간대에 호텔룸에서 저를 만났는지도 특정되지 않았다”며 자신의 자세한 행적을 요약해 전했다. 

그는 “2011년 12월22일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있었다. 검찰이 제게 1차 출두요구를 했다. 22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나는 꼼수다’ 방송을 녹음하고 멤버들과 식사하고 헤어졌다”며 “검찰은 제게 23일 오전 10시까지 출두하라는 내용의 2차 요구를 하면서, 수사관 5명을 제 자택으로 파견했다. 이러한 긴박한 상황에 저는 대책을 마련코자 오전에 민변 사무실을 방문해 변호사들과 회의를 하고, 점심식사를 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바로 이 날 어머니가 쓰러지셔서 하계동 소재 을지병원에 입원하셨다”며 오후에는 병원으로 향했다고 전했다. 이후 검찰이 12월 26일 오후 1시에 출두일자를 확정했다. “언제 강제 구인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혼자 누군가를 만나러갈 여유가 없었고, 그런 상황도 아니었다”는 것이 정 전 의원의 주장이다.

정 전 의원이 보도자료를 낸 직후, 프레시안은 피해자 A씨의 당시 심경이 담긴 이메일과 정 전 의원의 성추행에 대한 지인들의 증언이 담긴 후속 보도를 했다. 피해자가 성추행을 주장한 날에서 약 2주가 지난 시점에 당시 남자친구에게 심경을 담은 이메일이었다. 

공개한 이메일에는 “마지막 포옹을 하고 악수를 나누는 데 정 의원이 입을 맞췄다. 크리스마스 이브였고, 정 의원은 온 국민을 대신해 표현의 자유를 사수하기 위해 감옥행을 2일 앞둔 날이었다”고 적혀 있었으며, 앞서 폭로된 정 전 의원이 성희롱 발언도 자세하게 적혀있다.

보도에는 A씨의 지인 정모씨의 증언도 담겼다. 정씨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A가 정봉주한테서 새벽에 문자가 왔다면서 그걸 보여줬는데 ‘와줄 수 있냐’는 내용이다”며 “아내도 있는 남자가 딸뻘인 사람한테 수감되기 며칠 전, 그것도 새벽에 연락했다는 게 너무 황당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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