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애를 살아오는 동안 신조어는 항상 있어왔다. 불과 몇 년 만에 폐기처분되기도 하지만 꽤 오랫동안 회자되는 신조어들은 그 시대의 문화를 반영한다. 

그 중 요즘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모바일 문화에 익숙하고 아이돌을 비롯한 연예인들에 대한 소비에 익숙한 신세대들이 칭하는 ‘아름다움’의 종류들이다. ‘~미(美)’의 형태로 어떤 말에 ‘아름다울 미’를 붙이는 방식으로 새로운 아름다움의 이름들이 생겨났다.

그 중에서는 여전히 일부에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도 있지만 각종 매체의 기사나 방송 프로그램 코너명, 제목 등에서 쓰이며 점점 ‘세력 확장’을 해 가는 것도 있다. 대표적인 5가지를 재미로 골라본다.

 

★비글미 – 스누피가 바로 그…

여러 가지 아름다움 중에서도 최근 몇 년간 가장 두드러지게 쓰인 것을 꼽으라면 ‘비글미’일 것이다. 개의 종류 중 하나로 유명 만화 ‘피너츠’ 주인공 스누피로 널리 알려진 ‘비글(beagle)’에 ‘미(美)’를 붙인 이 말은 비글의 활발한 성격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졌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비글처럼 촐싹거리는 듯하면서도 활달한 성격의 아이돌에게 주로 붙는다. 흥이 넘친다는 뜻의 '흥부자'와도 맥락이 비슷하다. 아이돌 그룹 중 슈퍼주니어, 방탄소년단, 세븐틴, 걸그룹 마마무, 에이핑크 등이 ‘비글미’의 대표 주자로 꼽히고 있다. 

'비글미'로 유명한 그룹 방탄소년단.

 

★멍뭉미 – ‘멍뭉이’ 애호가라면

‘비글미’처럼 개에서 유래했지만 조금 성격이 다른 것이 ‘멍뭉미’이다. 충실한 반려견의 눈망울처럼 티없이 순수해 보이면서도 어쩔 줄 모르게 귀여운 아이돌이나 연예인들에게 ‘멍뭉미’라는 찬사가 따라붙는다. 이제 각종 매체의 기사에서도 쉽게 이 말을 찾아볼 수 있다. '멍멍이'를 조금 더 귀엽게 변형한 '멍뭉이'는 한국말을 안다면 쉽게 그 느낌을 이해할 수 있다. ‘프로듀스 101’ 1위로 화제가 된 워너원 강다니엘이 ‘멍뭉미’의 대표 주자다. 견종 중에서도 ‘시베리안 말라뮤트’ 같은 듬직함과 귀여운 ‘멍뭉미’를 겸비했다는 평가가 끊이지 않는다. 

'멍뭉미'의 대표 주자 강다니엘.

 

★남친미 – ‘카톡남친’ 삼고 싶은?

남자 연예인들을 평할 때 종종 쓰이는 말로 ‘남친미’도 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한때 미남 연예인들에게 ‘카톡남친’이라는 수식어가 종종 붙기도 했는데, 이는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남자친구의 사진처럼 연예인의 사진을 올려놓는 문화에서 비롯됐다. 일부에서는 언뜻 봐서는 연예인인 줄 모르지만 정말 잘생긴 신예들을 ‘카톡남친’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남친미’ 역시 ‘카톡남친’으로 삼고 싶다는 뜻과 일맥상통한다. 이젠 ‘대세’가 된 박보검이 고교 재학시절부터 ‘카톡남친’으로 많이 활용되며 ‘남친미’를 뽐낸 것으로 유명하다.

'남친미'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배우 박보검.

 

★씹덕미 – 뭔가 욕 같은데 칭찬한거니?

‘씹덕미’의 유래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꽤나 오래 전 방영된 tvN 프로그램 ‘화성인 바이러스’에 등장한 ‘십덕후(오(5)덕 + 오(5)덕=10덕이라는 뜻, 덕후란 일본어 ‘오타쿠’)’가 변형됐다는 것이 첫 번째다. 또 단순히 뭔가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 사회에 민폐를 끼치는 덕후들을 욕하는 의미에서 ‘씹덕’이라고 낮춰 부른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여튼 ‘정도가 심한 덕후’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어감상 막 쓰기엔 조심스럽지만 최근엔 기사에 쓰이기도 했다. 취향이 확실한 연예인에게 ‘씹덕미’가 칭찬의 의미가 되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지드래곤에게 쓰인 바 있다. 

남다르게 취향이 확실한 것으로 유명한 빅뱅 지드래곤.

 

★과즙미 – 처음 들어도 의미가 확

남자 연예인들에게 주로 쓰여 온 위 네 가지 말들과 달리, 여자 연예인이나 아이돌들의 전유물이다시피 한 것이 ‘과즙미’다. 과일의 과즙처럼 상큼하고 톡톡 튀는 아름다움을 말한다. 최근 걸그룹 ‘트와이스’는 아예 과즙미를 주제로 각종 디저트와 함께 한 콘셉트 포토를 공개하기도 했다. 또 뷰티 프로그램 MC를 맡은 송지효 등 여배우 중에서도 상큼한 매력을 어필하는 이들에게 ‘과즙미’가 넘친다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비글미’ 등과 더불어 연예인 기사에서 매우 많이 볼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과즙미'를 주제로 삼은 듯한 트와이스의 콘셉트 화보.

 

사진=연합뉴스, JYP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