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 사건의 피해자인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이 방송에 출연해 최근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갑질’ 논란에 대해 차분한 목소리로 핵심을 직격했다.

 

 

24일 방송된 채널A ‘외부자들’에서는 박창진 전 사무장이 초대석에 앉았다. 제작진의 오랜 설득 끝에 방송에 나오게 된 이유에 대해 “제 출연이 노동자의 수치가 아니라 이것을 통해 개선이 돼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에 이 자리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4년 이른바 ‘땅콩 회항’ 당시 사무장이었던 그는 병가와 휴직 이후 2017년 복직한 뒤 21년차 베테랑 승무원임에도 일반 승무원으로 ‘강등’돼 지내고 있다. 그는 “저 같은 내부고발자에게는 시스템적 불이익을 준다. 대한항공에서 제가 영어를 못한다고 하는데 저는 사무장급의 영어점수 상위 10%에 들 정도다”라고 말했다.

조양호 회장,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조현아 전 부사장, 조현민 전 전무 등 VIP를 대응하는 전담팀도 따로 있었다. 박창진 전 사무장은 “매뉴얼도 있고 인력풀도 따로 있다”며 “드라마나 영화 현장을 보면 모여서 대본 리딩을 하는데 똑같다. ‘물을 줬더니 던졌다’와 같은 상황을 예상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 연습도 했다”고 설명했다.

오너 일가의 ‘갑질’ 이유에 대해 박창진 전 사무장은 “대한한공의 상품은 무형의 서비스다. 승무원, 엔지니어 등 다양한 서비스 생산자와 소비하는 고객이 존재하는데 경영진 마인드에는 인간이라는 개념이 빠져있다”며 “노동자란 돈 주고 부리는 하수인에 불과하다. 사람이란 핵심 가치가 빠져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조현아에게 직접 욕설을 들었던 것에 대해서도 자세히 털어놨다. 박창진 전 사무장은 “야수, 괴물이 나에게 덤벼드는 것 같다”면서 “이분들은 정확한 발성법으로 얘기하는 것 같지 않고 마치 울음을 내듯 한다. 이유를 얘기하라고 해서 하면 ‘어따 대고 그러냐’면서 징계한다고 말한다”고 폭로했다. 이에 전여옥 작가는 “‘미녀와 야수’는 들어봤어도 ‘미남과 야수’는 처음 듣는다”고 기막혀 했다.

 

 

박창진 전 사무장은 조씨 일가의 연이은 '갑질' 폭로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바라는 점을 말했다. 그는 “막장드라마나 단순한 호기심에서 끝날 게 아니다. 갑질은 구조적 문제에서 발현됐다”며 “갑질이 계속 일어나는 이유는 망각 때문이다. 갑들의 만행을 용인하는 것도 갑질이다. 그 부분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고 감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땅콩 회항’ 사건 이후 다른 항공사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없었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며 “한국에서는 갑에게 대든 저 같은 사람에게 큰 주홍글씨가 새겨진다. 미국 식당의 한 노신사께서 저를 알아보더니 미국에서 그런 일을 당했으면 돈방석에 앉았을 거라고 했다. 영웅이라는 칭송을 받고 모든 방송과 광고에서도 당신을 칭송했을 거라 하더라”라고 국내 현실에 대해 씁쓸해했다.

당시 행동에 대해 후회하지 않느냐는 MC 남희석의 질문에 “우리 같은 피해자는 마지막 선택으로 폭로나 내부고발을 할 수밖에 없다”며 “권력과 조직을 통해서 나락으로 몰기 때문에 죽음까지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생존하기 위해서 고발 아닌 고발을 하게 됐다. 후회는 안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누군가 비슷한 상항에 처한 분이 저에게 와서 물을 때 선뜻 하시라고 말씀드리긴 힘들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 채널A ‘외부자들’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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