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한강공원 등에서 ‘라면 자판기’를 봤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라면 자판기라도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전자동식으로 돈만 넣으면 끓인 라면이 나오는 ‘라면 자판기’가 있는가 하면, 라면을 일회용 용기에 넣는 것까지는 스스로 하고 버튼을 누르면 조리를 해 주는 ‘라면 조리기’도 있다. 

사실 집에서 끓여 먹는 라면에 익숙한 이들로서는 둘 다 신기하다. 전자동식 라면 자판기는 아직 직접 볼 기회가 없었지만, 인공지능 타이틀을 단 ‘라면 조리기’는 최근 집 앞 편의점에도 등장했다. ‘남이 끓여주는 라면’을 먹고 싶었던 필자가 직접 한 번 체험해봤다.

 

 

Step 1. 라면을 고른다

‘인공지능 라면 조리기’라고 쓰여 있는 제법 큰 기계 앞에 서면, 사용설명이 자세히 쓰여 있는데도 망설이게 된다. 결국 점원에게 정확한 사용법을 문의했다. 라면 조리기의 경우 자판기와 달리 라면이 기계에서 나오지는 않는다.

라면 코너에 가서 마음에 드는 봉지라면을 하나 골라서 가져오면, 계산대에서 용기 값이 포함된 값을 받는다. 가장 일반적인 라면인 ‘신X면’을 골랐더니 가격은 2000원이었다. 동네 분식집에서 끓여주는 라면에 비하면 살짝 저렴하긴 하니 일단 합격점이다.

 

'인공지능 라면 조리기'의 모습. 사용설명이 자세하다.

 

Step 2. 용기에 담고 조리 시작

친절한 점원이 직접 시범을 보여줬다. 바코드가 있는 일회용 라면용기에 라면을 담는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반드시 면이 가장 바닥에 닿아 있고, 그 위에 스프나 달걀, 파 등이 올라가야 한다는 점이다. 스프 등이 바닥에 닿아 있으면 타버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후 바코드를 기계에 인식시키고, 인덕션 레인지처럼 생긴 부분에 용기를 올려놓는다. 그리고 조리시작 버튼을 누르면 기계에서 물이 나오면서 라면 끓이기가 시작된다. 정확히 라면 1개에 알맞은 양만큼 물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지만 신기했다. 점원은 “가끔 물을 받아서 올려놓아야 되는 줄 알고 스스로 용기에 물을 붓는 분들이 있다”며 주의를 줬다.

 

라면 조리기에서 물이 나오고 있다.

 

Step 3. 젓가락으로 저어야 하나?

스스로 물을 부어 라면을 끓이고 있는 인공지능 조리기가 신기하고 기특한 가운데, 점원이 일반 나무젓가락이 아니라 편의점 도시락에 들어가는 대나무 젓가락을 특별히 증정한다며 가져왔다. 하지만 특별히 젓가락으로 라면을 젓지는 않았다. 

다른 사용자들은 라면을 저어봤다고도 하는데, 그럴 경우 용기가 훼손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좀 젓는다고 용기가 뚫리지는 않을 것 같지만, 왠지 유해성분(?)이 나올 수도 있으니 안 저어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3분 30초 동안 끓이기가 끝나고 라면이 완성됐다. 컵라면이 아니라 물 부어 끓인 라면을 이렇게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특별히 젓가락으로 젓지 않고 그대로 끓이는 중이다.

 

Step 4. 맛과 편의성, 총평

양쪽 옆을 잡을 수 있게 돼 있는 라면 용기를 조심조심 들고 테이블에 앉아 대망의 시식을 했다. 면이 살짝 꼬들꼬들한 느낌이 드는, 먹다 보면 아주 적절하게 풀린 상태에서 식사를 마무리하게 되는 정도로 익은 라면이었다. 개인적으로 딱 원하는 정도였다. 집에서 라면을 끓이다 보면 이 타이밍을 놓쳐 너무 풀린 라면을 먹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매번 정확하게 이런 상태의 라면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신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회용 알루미늄 코팅 용기의 모습. 편하지만 쓰레기를 양산한다는 점이 좀 마음에 걸린다.

 

만약 라면을 먹을 때 김치와 단무지가 반드시 필요해서 편의점 꼬마김치까지 사야 하는 사람이라면, 분식집 라면 주문과 가격이 다를 바 없어진다. 그러나 분식집과 달리 라면의 종류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어 ‘사리X탕’을 비롯해 여러 라면을 맛볼 수 있고, 치즈나 달걀 추가까지 가능하다는 것은 장점이다. 편리한 것은 두 번 말할 필요도 없다. 다만, 일회용 알루미늄 용기와 나무젓가락을 매번 배출하게 된다는 점은 환경을 생각할 때 다소 꺼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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