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불특정 다수가 접하는 매체 특성에도 불구하고 여성을 주시청자로 삼아왔다. 그런 까닭에 좋은 시청률을 위한 필수불가결 요소로 매력적인 남자주인공, 현실에 굴하지 않는 캔디같은 여자주인공을 꼽아왔다. 그러나 대중의 문화적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드라마 역시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올드미스 다이어리’ ‘달콤한 나의 도시’의 경우 당시만 하더라도 여자 주인공이 ‘주’를 이루는 드라마는 신선함 그 자체로 다가왔다. 과거 수동적이던 여성 캐릭터들은 진화에 진화를 거쳐 드라마를 이끄는 중심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SBS ‘시크릿 마더’와 OCN ‘미스트리스’는 욕망을 품고 있는 선굵은 여자 주인공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두 드라마는 지금까지의 드라마들이 여성의 내재된 욕망을 ’모성애’로 귀속시켜온 것과는 사뭇 다른 결을 취하고 있다. 욕망과 현실적인 괴리를 묘한 긴장으로 묘사하며 스릴러라는 장르로 승화시켰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안방극장을 물들이고 있는 두 심리 스릴러를 살펴봤다.

 

♦︎ #강남#복수#계층#열등감 '시크릿 마더'
 

(사진=SBS)

‘시크릿 마더’는 강남의 특수한 문화적 특수성을 전제로 깔고 있다. 드라마는 자녀의 성적이 곧 엄마들의 계급이 된다는 강남 ’상류층’의 세계가 적나라하게 비춘다. 김윤진(송윤아 분), 강혜경(서영희 분), 명화숙(김재화 분), 송지애(오연아 분)는 겉으로 봤을 때 자신의 하루를 오롯이 자녀를 위한 데 할애하는 여자들이다.

하지만 그 면면을 살펴보면 과거의 아픔을 잊기 위해 아들에게 필요이상의 에너지를 쏟는 김윤진, 학력에 대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강혜경, 하루 아침에 졸부가 된 ‘그들만의 리그’인 강남 상류층에 진입하려고 아둥바둥하는 명화숙, 전직 호스티스로 자신의 과거를 지워버리고 싶어하는 송지애 모두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이 얼음장 같은 세계의 균열로 김은영(김소연 분)이 비집고 들어왔다. 해외명문대 출신의 입시보모로 김윤진에게 접근했지만 그녀의 주목적은 바로 ‘복수’. 지금까지 공개된 바에 따르면 김은영은 언니의 죽음과 관련한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김윤진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했다.

입시라는 거대한 욕망의 산물인 강남, 그리고 이를 둘러싼 개개인의 욕망이 만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릴러가 전개되며 첫 방송부터 ‘시크릿 마더’는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 #30대#성#관계#과거 '미스트리스'
 

(사진=OCN)

‘미스트리스’는 인생의 전환점에 선 네 여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저마다의 모양은 다르지만 20대와는 또 다른 30대 여성들의 불안한 심리를 그려낸다.

모든 욕망이 성(性)으로 귀결될 수는 없지만 ‘미스트리스’는 네 명의 여성 캐릭터와 대립하는 네 명의 남성 캐릭터를 등장시키며 대척지점으로 몰고 간다. 각자의 일상에 충실하던 장세연(한가인 분), 김은수(신현빈 분), 한정원(최희서 분), 도화영(구재이 분)은 불현듯 나타난 네 남자로 인해 위기에 놓이게 된다.

우선 네 여자에게 접근하는 한상훈(이희준 분), 차선호(정가람 분), 권민규(지일주 분), 강태오(김민수 분)는 과거에 귀속된 기억을 다시금 들추게 만든다. 한상훈은 장세연의 죽은 남편 김대영(오정세 분)이 살아있음을 확신하는 보험사기 조사원이지만, 그녀에게 접근할 때는 사심이 있는 척 연애의 감정을 내세운다.

권민규는 현모양처를 꿈꾸는 한정원의 내재된 성적 욕망을 건드리고, 강태오는 전 여자친구인 도화영과 묘한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차선호는 정신과 전문의인 김은수가 불륜관계로 얽혔던 차민재(이해영 분)의 아들로 찾아와 어느새 곁을 파고들고 있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