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에서 이어집니다.

Q.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새롭게 시도한 제작 기법 같은 것이 있는지?

A.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에 1프레임에 24매를 쓰는 것은 50년동안 전혀 바뀌지 않았다. 프레임레이트를 올린 ‘아바타2’나 헐리웃 CG를 보며 ‘우리도 변해야 하나’ 같은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의 장인적인 방식으로 만들고자 한다. 다만 어쩌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각본이나 스토리보드를 구성한 방식이 다른 작품들과 다를지도 모르겠다.

‘스즈메의 문단속’의 라이벌을 생각한다면 바로 인터넷에 올라오는 굉장히 빠른 템포의 동영상들이 아닐까 한다. 그런 것들에 지지 않을 정도로 정보량이 많은 애니메이션 만들고 싶다. 그래서 문단속의 전개가 빠르고, 이것이 젊은 세대가 ‘문단속’을 좋아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이 빠른 템포가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Q. ‘다이진’이 고양이인 이유는 무엇인가?

A. 다이진은 강아지일 수도 있었다. 일본 신사에 보면 코마이누라는 쌍둥이 개 석상이 있기도 하고. 그럼에도 고양이로 한 것은 다이진이 변덕스러운 자연 그 자체의 상징이 되길 바랬기 때문이다. 아름답지만 무서운 쓰나미 같은 것들이 그렇다. 스즈메가 싸우는 것은 자연이다. 변덕스러운 자연을 형상화한다면 고양이가 맞겠다고 생각했다.

Q. 지난번 내한 당시 한국에서 다음 작품의 실마리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얻었나?

A. 아직까지는 없지만, 이번에는 제주도까지 방문하는 일정이 잡혀 있기 때문에 처음 보는 풍경을 보며 영감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우리 나라를 배경으로 만들어 보시면 어떠냐’는 질문을 듣는데,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 앞으로도 배경은 내가 자란 일본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안의 등장인물들을 다양한 국적으로 설정한다면 그게 현대 사회의 리얼리티가 아닐까 싶다.

최근 10년간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문단속’을 만들며 ‘내가 사는 곳’에 대해 그려내고자 했다.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며 자신을 크게 바꾸는 사건을 만나게 된다. 나에게 있어서는 그게 동일본 대지진이다. 직접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대지진 발생 당시 마음 속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다.

세 작품 모두 동일본 대지진을 생각하고 그린 것이다. 내 발 밑을 보며 만들었다고나 할까. 그렇게 만든 작품이 한국을 포함해 해외에서 인기를 얻는 것을 보면서, 나의 내면을 바라보는 것은 어쩌면 남을 바라보고 이어지게 만드는 길을 발견하게 해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Q.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문단속’은 한국에서 ‘재난 3부작’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3부작’ 명칭에 대해선 어떤가?

A. 앞으로도 재해를 그린 영화를 만들지는 모르겠다. ‘너의 이름은.’을 만들 때 3부작을 만들 생각은 아니었다. 재해에 대한 작품을 그려내다 보니 결과적으로 3부작이 된 것이다. 돌려서 말을 하자면 나는 12년간 동일본 대지진을 잊지 못한 것 같다. 다만 다음 작품을 또 재해로 하면 관객 분들이 질릴 것 같기도 하고,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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