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까지 뮤지컬 배우가 안됐으면 꿈을 포기했을 것 같아요." 

박새힘은 선택의 연속인 인생 속에서 자신이 꿈을 따라갔고, 꿈을 놓지 않고 계속 도전한 성과가 뒤늦게 빛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수레바퀴 아래서'를 통해 관객들도 자신의 목소리를 귀를 기울이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사진=싱글리스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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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수레바퀴 아래서'는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의 어린 시절 경험담을 담은 자전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과는 조금 다른 줄거리를 보이지만, 주인공 한스의 신학교 시절에 중심으로 자유로운 영혼의 하일러를 만나 변화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지난해 뮤지컬 리딩 쇼케이스를 통해 처음 소개됐고, 긍정적인 반응 속에 본 공연을 올리게 됐다. 

쇼케이스에서도 한스로 참여한 박새힘은 '수레바퀴 아래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이번 작품과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자신의 바람대로 합류한 이후에는 9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 축약된 내용을 담아내기 위한 고민이 첫 등장 장면부터 시작됐다.

"본 공연으로 올라오면서 살이 많이 붙었어요. 가장 걱정됐던 것은 원작 소설에서는 신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고난과 압박감이 잘 묘사되어 있는데 공연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았어요. 두 번째 한스 넘버에서 다들 행복해 하는데 노래도 발랄하고 그냥 행복한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았어요. 지금도 걱정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원작을 보고 온 관객들이 많아서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요."

사진=싱글리스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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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힘은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 한스 역을 맡아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무대에서 머물며 극을 주도한다. 지난 2021년 뮤지컬 '문스토리'로 데뷔해 '인터뷰', '데미안', '시데레우스', '미드나잇:액터뮤지션'까지 빠르게 대학로 무대에서 자리잡았지만 타이틀롤에 대해서는 "부담이 엄청 많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말투와 다르게 자신만의 캐릭터 구축에 대한 질문에는 오랜 고민이 엿 보였고 자신감도 느낄 수 있었다.

"앞선 작품들에서 홍나현이나 임찬민 등 주변 배우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제가 잡생각을 하면 대사를 틀리더라고요. '데미안'에서 홍나현이 '사랑하자' 했는데, 이번에는 이서영이 무대 올라갈 때마다 '사랑하자'고 해서 부담감을 덜고 있어요. 허순미도 '넌 그냥 한스야 널 믿어'라고 해줬어요. 그래도 '신이 나를 만날 때' 이후로 조금은 무대 부담감이 적어진 것 같아요." 

"캐릭터는 하일러를 만나기 전까지는 무채색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무미건조한 세상에 색칠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대사가 있는데 통제가 되고 있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안보였으면 했어요. 그러다 하일러의 습관들을 조금씩 입히면서 동기화가 되고자 했어요."

사진=싱글리스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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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공연 시간 안에서도 한스가 선보이는 감정변화는 꽤 다양하다. 규율과 통제에 대한 비판부터 캐릭터간의 밀도 높은 우정과 감정교류 등 많은 것을 함축적으로 담아낸다. 특히 한스의 동급생 힌딩거의 죽음에서 시작되는 한스 감정의 변곡점과 고음의 넘버가 어우러지는 장면은 극의 주요 관전포인트가 된다. 이를 표현한 박새힘은 '극악의 넘버'라며 혀를 내둘렀지만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차분하게 이를 풀어냈다.

"힌딩거와 한스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저의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학교에 따로 스카이반이 있었는데 쉬는 시간도 없이 자료를 보고 있는 모습을 봤었어요. 극 중 캐릭터도 비슷한 억압을 받았을 텐데 그렇게 살다가 죽었을 때 공부하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부질없다고 느꼈을 것 같았어요.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하는지 몰랐을 것 같고 담 밖에 있는 현실과 다른 자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 같았어요."

"노래는 고음이 많은데 앞선 작품에서 감독님에게 특훈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그때 소리를 내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지금도 고음의 노래들이 어렵지만 주다온이 노래를 잘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사진=싱글리스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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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번 작품은 배우 박한근의 연출 데뷔작이자 원작과 다른 젠더프리로 관심을 모았다. 박새힘은 연출에 대해 감사한 마음과 함께 '흔들릴 때마다 채찍이 아닌 당근으로 자신을 잡아줬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더 섬세해진 감정연기'와 '미묘하면서 깊은 끈끈함'을 이번 뮤지컬만의 특징으로 꼽았다.

"박한근 연출님이 리딩 공연 때부터 '한스는 박새힘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해줬어요. 잘 표현할 것 같다고 해주셨는데, 밝은 기운 속에서도 저만의 가라앉는 무드와 약간의 어두움이 섞여있다고 했어요. 그리고 항상 당근을 주셔서 온전히 극을 이끌어가야하는데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박새힘은 '수레바퀴 아래서'의 메세지에 대해 "하고 싶은대로 하자"라고 전하면서 막공까지 한스의 용기 있는 선택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을 이어갈 것임을 밝혔다.     

"항상 인생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 같아요. 중요도를 떠나서 내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관객들이 한스처럼 내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②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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