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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현철, 천재 뮤지션의 귀환...“행복한 의무 수행 중”

김현철(50). 1980년대 후반 그 이름 석자는 가요계의 핫이슈였다. 천재 뮤지션으로 추앙받았던 고 유재하를 상실한 아쉬움을 덜어낼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당시 가요의 서사인 이별의 정한을 잿빛 감수성과 세련된 터치의 퓨전재즈, 어번 팝으로 버무려 젊은 리스너들을 사로잡았다. 작사·작곡·프로듀싱 능력까지 겸비한 20대 청년 가수의 탄생은 ‘음악 명가’ 동아기획의 전성기를 더욱 확장시켰다.

30년이 흘렀고, 2006년 ‘토크 어바웃 러브’ 이후 13년 만인 지난 23일 음반을 내놓았다. 올가을 발표할 정규 10집의 프리뷰 격 앨범이다. 타이틀도 ‘10th-프리뷰’다. 세월의 숙성 덕일까, 날카로웠던 말투와 눈빛은 푸근 모드로 바뀌었다. 음반기획·매니지먼트사 대표로, 방송인으로 활동하며 대중과 더욱 가까워진 뮤지션을 초여름의 경리단길 카페에서 만났다.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한 음반에는 쟁쟁한 후배 뮤지션들이 함께했다. 타이틀곡인 발라드 ‘한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는 마마무 화사와 휘인이 부른다. ‘드라이브’(feat. 죠지), ‘투나잇 이즈 더 나잇’(feat. 쏠)’, ‘열심’, ‘웨딩 왈츠’(feat. 옥상달빛)까지 총 5트랙이 수록됐다.

”왜 13년 만이냐고? 음악은 왜 안 했느냐고? 여러 의미로 음악이 재미없어졌다. 옛날엔 음악작업이 신명 나서 시작했는데 어느새 짐이 돼버렸다. 악기와 미디, 컴퓨터를 다 팔고, 스튜디오도 정리한 지 7~8년 됐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다시 음악이 재밌어졌다. 음표 하나 그리는 게 그렇게 재밌더라. 자연스럽게 10집을 준비하게 됐다.“

‘업’인 음악을 하지 않았음에도 회사를 조그맣게 차리고 꾸준히 방송 출연, 대학 실용음악과 강의를 했기에 나름대로 지낼 만했다. 그런 삶도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음악을 안하고도 먹고 사는 게 가능했던 환경에 감사한다. 요즘 음악이 재밌어진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해서다. ‘꾸역꾸역’ 했다면 지금까지 열정적으로 (음악을)할 수 있었을까란 물음표가 떠오른다.

2년 전 어느 날, 고 조동진 추모 콘서트를 하던 무렵 한 기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뜬금없이 “시티팝에 대해 아느냐?”고 묻기에 “모른다”고 하자 “미디엄 템포에 브라스 파트가 들어가고 일본에서 유행하는 장르인데 인기다. 우리나라에서도 핫해지고 있다”고 설명하는 거였다.

한동안 잊어버리고 지냈는데 젊은 뮤지션 죠지의 무대에 게스트로 초청받는가 하면 일본에 있는 후배가 “아마추어 DJ들이 클럽에서 형 1집 ‘춘천가는 기차’ 음악을 틀곤 한다”며 다시금 ‘시티팝’을 거론했다. 그는 몰랐지만 ‘시티팝 원조’였던 셈이다.

“새로움에 집착하진 않는다. 이번 음반에는 살면서 터득해온 게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않을까 싶다. 흥미로운 건 내가 즐겼던 문화가 너무 옛날 게 되니까 다시 새로운 패션이 되는 듯하다. 나사와 같다. 위에서 보면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어딘가를 향해 발전해나간다. 30년 전 유행하는 걸 다시 한다고 해서 똑같은 게 아닐 거다.”

후배 뮤지션들의 도움에 가슴이 절로 벅차오른다. 죠지와 쏠은 직접 찾아가서 만났다. 선배 가수 최백호도 기꺼이 손을 내밀어줬다. 마마무 음반의 제작자이자 대학 후배인 김도훈은 김현철의 ‘발라드’ 언급에 마마무를 ‘강추’했다.

올가을 정규음반은 더블 앨범으로 내놓는다. 유물이 되다시피한 LP와 카세트테이프, CD로도 발매한다. 앨범 타이틀은 가제이긴 하나 ‘돛’으로 정해놓고 있다. 너무나 숨차게 달려온 지난 날, 이제 바다로 나가기 위해 푸른 돛을 올려보겠단 의지를 담았다. 음악인생 30년이 돼서야 이제 망망대해로 항해를 시작하는 셈이다. 자신의 음반을 통해 여러 세대가 모이고, 음악이 모였으면 하는 소망이다.

신보 작업에서 가장 어려웠던 지점은 작곡이나 프로듀싱이 아닌 노랫말이다. 느끼는 건 많은데 어떻게 함축적으로 표현할지가 대략 난감해서다. 간단치 않은 고민 끝에 완성된 ‘웨딩왈츠’는 결혼식 축가다. ‘투나잇 이즈 더 나잇’은 남녀가 오늘 밤 같이 지내자는 내용을 담았다.

정규 앨범에 수록될 완성곡도 꽤 많다. 백지영 박정현 박원 정인 등 많은 후배들이 불러 놓았고, 부를 예정이기도 하다. 과거 시인과 촌장이 노래한 ‘푸른 돛’의 리메이크, 올여름 절친 선배 뮤지션 조동익을 만나러 제주에 내려가 공동작업할 노래를 음반을 열고 닫는 트랙으로 배치할 계획이기도 하다.

“예전엔 작곡부터 노래, 믹싱, 마스터링까지 내가 다 해야 직성이 풀렸는데 지금은 내려놓는 것의 연속이다. 나보다 더 잘 부를 수 있다면 곡은 그 사람 거다. 프로듀서 롤을 해보니까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 내 음악 안에 녹여내면 된다. 가창이 내 목소리가 아니어도 전혀 상관 없다. 특히 발표 이후엔 듣는 사람의 노래가 되는 거지 내 노래가 아니다. 그래서 가창력 있는 가수를 모셔다가 곡을 쓰거나 코웍해서 하나하나 완성해나갈 예정이다.”

이소라 윤종신 윤상 유희열 이적 등 90년대 앞서거니 뒷서거니 동시대를 호흡했던 실력파 뮤지션들이 음악뿐만 아니라 방송 진행자로서 맹활약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는 그의 감상이 궁금해졌다.

“싱어송라이터의 힘이 대단하구나를 느낀다. 거의 자기들이 곡을 만들거나 가사를 썼던 사람들이었는데 지금 방송 진행하고, 회사도 운영하고 있다. 그런 힘이 있는 존재가 바로 싱어송라이터이구나 싶다. 신통방통하다.(웃음)”

음반발매가 급선무라 다른 생각할 겨를이 없으나 여건이 허락한다면 전국투어는 꼭 해보고 싶다. 최근 대학로 소극장 학전에서 1주일간 콘서트를 하면서 묘한 감정이 차올라 울컥했다. 공연이 끝난 뒤 60대 관객이 다가와 김현철의 앨범을 몽땅 꺼내놓으며 사인을 요청했을 때 ‘가수에게 음악은 의무’임을 절감했다.

“이제 관객동원이 쉽진 않겠으나 50석이든 100석이든 팬들과 직접 만나고 싶다. 너무 고마워서 음악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존재들이다. 초창기엔 자기가 잘하면 모든 게 ‘권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의무’라는 걸 깨닫게 된다. 누군가가 나를 기다려주고 있다면, 해야만 하는 행복한 의무다. 그만뒀던 13년 그리고 다시 시작한 지금이 난 만족스럽다. 그런 의무를 해나가는 것 같아서.”

사진= FE엔터테인먼트 제공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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