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오늘(17일) 오전 5시35분쯤 구속됐다. 이달 28일 수사 기간 만료를 앞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큰 산을 넘으며 박 대통령 조사에 남은 역량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함께 청구된 박상진 대외담당 사장의 영장은 기각됐다. 삼성 창립 이래 총수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한정석 판사 특검 주장 인정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라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박 사장에 대해선 “피의자의 지위와 권한 범위, 실질적 역할 등에 비추어 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 측은 최순실 일가 지원이 박 대통령의 사실상 강요에 따른 것이며 ‘피해자’라는 주장을 펴왔다. 하지만 법원은 결과적으로 삼성의 최순실 일가 지원과 박 대통령의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 사이에 대가성이 있다는 특검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 이재용 부회장 혐의는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 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5가지다.

이 부회장은 삼성이 승마 선수 육성을 명분으로 2015년 8월 최순실이 세운 독일 회사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21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원가량을 송금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삼성은 최순실과 그의 조카 장시호(38·구속기소)가 세운 사단법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도 16억2800만원을 후원 형식으로 제공했다. 최순실이 배후에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에도 주요 대기업 중 최대인 204억원을 출연했다.

특검팀은 코레스포츠에 보낸 35억원에는 단순 뇌물 공여 혐의를, 재단·사단법인인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과 동계센터 후원금 16억2800만원에는 제3자뇌물 공여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코레스포츠 지원금 35억원과 정유라에게 제공된 명마 구입 대금 집행에는 특경법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 삼성·경제단체 반응은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연 매출 300조원에 이르는 글로벌 거함이 방향을 잃은 채 흔들리게 됐다는 반응이다. 눈앞에 산적한 경영 현안도 문제지만, 가장 큰 걱정은 그동안 시간을 두고 검토해왔던 경영혁신 작업, 사업구조 개편 및 투자, 인수합병(M&A) 등 중요 사업들이 표류하게 됐다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임기가 정해진 CEO로서는 대규모 투자와 M&A를 추진하는 데 권한과 책임에 한계가 있다”며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경총 역시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경영계는 충격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 매출액의 11.7%, 영업이익의 30%를 차지하는 대한민국 대표기업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경영공백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와 국제신인도 하락은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이건희 회장이 3년째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더해, 삼성그룹의 사업계획 차질뿐만 아니라 25만 임직원과 협력업체, 그 가족들까지도 불안감이 가중되는 등 그 충격이 매우 클 것”이라며 “삼성그룹과 관련해 제기된 많은 의혹과 오해는 향후 사법절차를 통해 신속하게 해소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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