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개봉한 '부산행'에서의 연기력 논란을 딛고 일어선 안소희가 영화 '싱글라이더'(이주영 감독, 2월 22일 개봉)에서의 활약으로 한층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였다. 극중 안소희는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로 돈을 모아서 한국에 돌아가는 꿈을 가진 학생 유진아 역을 맡아 충격적인 반전의 실마리를 건넨다. 영화 개봉 하루 뒤인 23일,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수줍은 미소를 띤 안소희를 만났다. 이병헌, 공효진과 같은 명품 배우들 틈바구니에서 잔뜩 긴장한 채 고군분투했던 그녀의 성장일기를 전해들었다.

 

Q. '부산행' 보다 연기가 늘었다는 평이 많다.

A. 저도 '부산행'을 보고나서 아쉽고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물론 아직도 다듬어야할 부분도 많고 부족한 부분도 많은데, 그래도 전작보다는 많이 나아졌고 발전했다는 말을 들으니까 정말 감사하고 좋아요. '싱글라이더' 영화 특성상 좀 더 섬세하게 보여드리고,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이번만큼은 좀 잘 해내고 싶어서, 감독님하고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선배님들한테도 많이 질문을 하기도 하면서 열심히 하려고 했어요.

Q. 시나리오와 캐릭터 중 어떤 것에 이끌려 '싱글라이더'를 선택하게 됐는지?

A. 우선 전체적인 시나리오를 읽고난 후 너무 느낌이 좋아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싱글라이더'가 화려하고 큰 임팩트로 시작되는 영화는 아니잖아요. 저에겐 그런 스타트가 오히려 더 집중하게 해준 것 같고, 읽으면 읽을수록 잔잔하면서도 몰입을 계속 부르게 되는 작은 포인트들이 인상적이었어요. 나중에는 정말 큰 임팩트를 주는 장면도 있었고요.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가 등장할 때 제일 신선하고 충격적이었어요.

 

 

Q. '싱글라이더' 오디션에서 이주영 감독을 설득한 무기가 있다면?

A. 감독님이 지나 캐릭터를 쓰실 때 저를 많이 떠올렸다고 하셔서 굉장히 놀랐거든요. 영화 기획이 많이 진행되지 않았을 때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봐서 읽어본 적 있어요. 좋은 시나리오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이병헌, 공효진 선배님이 캐스팅 됐다는 소식을 듣고나니까 정말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감독님을 뵙고 오디션을 봤죠. 감독님께 제가 시나리오를 보고 느낀 점, 지나와 저의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 조금 더 마음이 가고 꼭 연기해보고 싶다고 말씀 많이 드린 것 같아요. 

Q.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로 모든 돈을 한번에 잃어버리고, 한국에 돌아가지 못해 안절부절 못하는 학생 유진아 역을 맡았다.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 캐릭터에 공감 가는 부분이 있었나?

A. 저는 지나가 굉장히 불쌍하고 짠하게 느껴졌지만 사실 공감 가는 부분도 있었어요. 지나는 평범한 10대 생활을 보낸 스물한살 친구잖아요. 영화 스토리와는 관계 없이, 지나가 호주에서 혼자 있었던 시간이 제가 원더걸스 활동 시절에 미국에서 보냈던 시간을 많이 상기시키더라구요. 저는 주위에 멤버들이랑 스탭 분들이 계셔서 많은 도움을 받긴 했지만, 그래도 쉽진 않았던 시간이었어요. 가족들과 떨어진 채 언어도 정말 다른 곳으로 일을 하러 간 거니까. 하지만 멤버들끼리 좀 더 돈독해질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기도 해요.

 

Q. 촬영장에서 매 장면마다 모니터링을 하고, 이주영 감독과 끊임없이 얘기를 하는 등 부지런히 움직인 건 촬영 하는 내내 걱정이 많아서였나? 

A. 사실 촬영하기 전부터 걱정은 많이 됐어요. 워낙 대선배인 두 분과 함께 연기하는 거니까 "어떻게든 꼭 해야만 해!"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괜히 걱정되고 긴장됐거든요. 너무 걱정스러워서 나중에는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내가 괜히 폐를 끼치는게 아닐까? 내가 감히 연기에 껴도 될까? 근데 막상 촬영 현장을 가보니 선배님 두 분이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리딩을 하면 할수록 조금 더 편하게 촬영한 것 같아요.

Q. 연기를 배워가는 상황에서 매 작품마다 배우고 느끼는게 있었을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선 어떤 걸 얻었나?

A. '싱글라이더'는 호주에서 촬영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많이 배운 느낌이예요. 영화 전체의 60~70% 분량을 호주에서 한 달 내에 찍어야 했거든요. 정말 타이트하고 빡빡한 일정인데다가 스탭들도 절반은 호주 스탭이라 촬영을 하는 동안 어려움을 많이 느꼈어요. 촬영 전에 내 나름대로의 준비 시간을 가지는 게 정말 중요하고 많은 도움이 된다는 걸 느꼈죠.

 

Q. 감정 연기가 중요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힘들었을텐데, 연기파 배우 이병헌과 합을 맞추면 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A. 해변가에서 지나가 재훈을 만나고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이 있어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중요한 장면인만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는데, 그래서인지 많이 긴장하는 바람에 좀 헤맸거든요. 그때 이병헌 선배님이 "네가 진짜 나한테 도와달라고 해야한다. 날 돌아볼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진심으로 말을 해야 돌아볼 수 있고 관객들이 돌아볼 수 있다"고 조언하시더라구요. 그리고는 "내가 여기 앞에 서있을테니 나한테 말하듯 연기해봐라"라며 카메라에 나오지 않으시는 장면에서도 꾸준히 도움 주셨어요. 그때 연기를 하면서 지나가 재훈에게 말하는 거 반, 제가 이병헌 선배님께 말하는 거 반을 실어 "도와주세요!" 하고 외쳤던 것 같아요.

 

Q. 이병헌은 촬영 현장에서의 열의를 보고 믿어도 되겠다 싶었다고 하던데.

A. 선배님께서 저를 좋게 봐주신 것 같아서 정말 놀라웠고 감동 받았어요. 좋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문자까지 드렸구요. 처음에는 되게 겁도 나고 주저도 됐거든요. 내가 감히 선배님께 여쭤봐도 될지, 따로 준비하시는데 내가 혹여 방해가 되는 건 아닐지… 그런데 선배님은 연기에 대해 질문 드리면 항상 제가 생각하지 않았던 것 까지, 질문한 것 이상의 답변을 말씀해주셨어요. 그 이후에는 제가 선배님께 좀 더 많이 여쭤보고 답변도 열심히 들었는데 그걸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Q. 영화에서 마주치는 장면은 없었지만, 공효진과도 돈독한 사이를 다진 것 같다.

A. 호주에서의 시간은 효진 언니랑 가장 많이 보냈거든요. 이병헌 선배님은 워낙 쉬지 않고 촬영하시기도 했구요. 효진 언니가 제게 먼저 밥 같이 먹자고 하시고, 시내 구경도 같이 가고 그랬죠. 그 외에도 언니가 제 캐릭터도 같이 고민해주시고, 너 내일 무슨 촬영하냐, 이거 하지 않느냐, 준비는 많이 했냐, 이런 부분은 감독님께 물어봐도 된다, 등 말씀을 정말 많이 해주셨어요. 특히 "네가 이 장면을 연기할 때 물음표가 있으면 안돼. 물음표가 없어진 상태에서 연기를 해야해" 라고 조언해주신 게 가장 기억에 남네요. 

Q. 2006년 원더걸스로 데뷔한 이후 2013년 배우로 전향했다.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와, 연기를 통해 얻는 게 궁금하다.

A. 사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좋아했어요. JYP 오디션 볼 때 연기도 했었거든요. 2007년 영화 '뜨거운것이 좋아'를 찍고 나니까, 내가 현장에서 되게 많이 웃고 즐겁게 일했다는 걸 느꼈고 제대로 해보고 싶어지더라구요. 또 연기를 하면 여러 캐릭터, 여러 직업, 여러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와요. 일상에서의 경험을 연기로 표현할 수도 있구요. 내가 궁금했던 것들을 작품을 통해 경험해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같은 것보다는 다양한 캐릭터를 해보고싶은 마음이 있어요. 액션도 좋고, 누구나 어? 하고 소리 낼만 한 캐릭터나 장르라면 가리지 않고 다 해보고 싶어요.

 

Q. '싱글라이더'를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A. 이 시나리오를 읽을 때에도, 영화를 보고 나서도 느꼈지만 관객분들에게도 똑같은 생각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살면서 놓치고 있는게 있지 않을까? 있다면 뭘까? 저도 미국 생활하면서 제 자신에게 물어보기도 했던 질문들이요. 저는 너무 일찍 활동을 시작했고, 감사하게도 잘 돼서 바쁘게 지내다보니까 저만의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놓쳤던 것 같아요. 제 나이대에만 할 수 있는 것들 있잖아요. 그래서 이젠 좀 더 경험하고 즐겨보려고 해요. 지나처럼 배낭 여행을 해본 적은 아직 없지만 나홀로 여행을 꼭 해보고 싶어요. 

 

 

사진 최교범(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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