뿐만이 아니었다. 망고는 이상한 취향으로 집에 있는 온갖 비닐을 자꾸 뜯어먹었다. 아무리 치운다고 해도 어디서 비닐이 자꾸 나오는지 ‘부시럭’ 소리가 나면 “망고!”를 외치며 달려가야 했다.
이밖에도 하메의 화분에서 자라나던 식물 줄기를 씹어서 노랗게 말라죽게 한 로아, 싱크대 위에 올라가 검정 범인 발자국을 남긴 로아, 옷장 한가운데를 점령해 옷마다 수북히 털을 뿌리고 다닌 망고, 덩치가 커서 내 가슴에 다리를 올릴 때마다 심장을 아프게 했던 망고... 쉽지 않았다. 쉽게만 생각했던 게 큰 잘못이었음을 깨달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한 달 살이를 어떻게든 해나가야 했다.
고양이는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고 누가 말했던가. 내가 아는 두 고양이는 세상 그 어떤 생명체보다 외로워했다. 외출했다 들어올 때 도어락 누르는 소리가 나자마자 강아지마냥 이미 현관 앞에서 대기타고 있는 모습으로 심쿵 모먼트를 선사했고 때때로 뭐가 당신들 마음에 들었는지 벌러덩 드러누워 배를 보여주며 만져달라고 해 심장이 자꾸 아팠다.
나는 집사가 맞았다. 주인님 취향과 기분을 시의 적절하게 파악해 간식을 대령하고 쓰다듬어달라면 쓰다듬어주고 저리 가라 하면 자리에서 사라져주는 집 서열 끄트머리 집사.
그렇게 아이들에게 조련되어 갔지만 동시에 부채감도 커졌다. 외출하면서 밥과 물을 제대로 식기에 채워놓고 나왔는지 기억나지 않으면 나 때문에 굶을까봐 미안했고 일하느라 저녁에 놀아주지 못한 날엔 무기력하게 누워 있는 냥이들을 보기 힘들었다. 조금만 울어도 뭔가를 요구하는데 내가 캐치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또 미안해졌다.
그래서 한 달이 지나고 로아와 망고가 떠났을 때, 해방감을 가장 먼저 느꼈다. 이제 창문도 활짝 열어놓을 수 있고 비닐 걱정 안 해도 되고 잠 못 잘 일도 없구나, 하고 기뻤다. 그럼에도 내가 모르는 사이, 이미 집사라는 정체성이 하나 더 생겨버렸다.
자꾸 눈 앞에 냥이들이 아른거려서 스트릿 고양이들에게 간식을 사다주고, 최근엔 집 없는 새끼고양이를 구조하겠다고 나섰다. 모른 척 지나치던 일들을 마주하며 묘한 기분을 느낀다. 고양이라는 묘한 매력에 홀려버린 걸 어쩌나. 해방감을 느낀 지 한 달 차, 다시금 나이 앞자리가 바뀌면 집사가 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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