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서 이어집니다...

뿐만이 아니었다. 망고는 이상한 취향으로 집에 있는 온갖 비닐을 자꾸 뜯어먹었다. 아무리 치운다고 해도 어디서 비닐이 자꾸 나오는지 ‘부시럭’ 소리가 나면 “망고!”를 외치며 달려가야 했다.

사진=선물받은 꽃을 뜯어먹는 로아

이밖에도 하메의 화분에서 자라나던 식물 줄기를 씹어서 노랗게 말라죽게 한 로아, 싱크대 위에 올라가 검정 범인 발자국을 남긴 로아, 옷장 한가운데를 점령해 옷마다 수북히 털을 뿌리고 다닌 망고, 덩치가 커서 내 가슴에 다리를 올릴 때마다 심장을 아프게 했던 망고... 쉽지 않았다. 쉽게만 생각했던 게 큰 잘못이었음을 깨달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한 달 살이를 어떻게든 해나가야 했다.

고양이는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고 누가 말했던가. 내가 아는 두 고양이는 세상 그 어떤 생명체보다 외로워했다. 외출했다 들어올 때 도어락 누르는 소리가 나자마자 강아지마냥 이미 현관 앞에서 대기타고 있는 모습으로 심쿵 모먼트를 선사했고 때때로 뭐가 당신들 마음에 들었는지 벌러덩 드러누워 배를 보여주며 만져달라고 해 심장이 자꾸 아팠다.

나는 집사가 맞았다. 주인님 취향과 기분을 시의 적절하게 파악해 간식을 대령하고 쓰다듬어달라면 쓰다듬어주고 저리 가라 하면 자리에서 사라져주는 집 서열 끄트머리 집사.

사진=로아와 망고

그렇게 아이들에게 조련되어 갔지만 동시에 부채감도 커졌다. 외출하면서 밥과 물을 제대로 식기에 채워놓고 나왔는지 기억나지 않으면 나 때문에 굶을까봐 미안했고 일하느라 저녁에 놀아주지 못한 날엔 무기력하게 누워 있는 냥이들을 보기 힘들었다. 조금만 울어도 뭔가를 요구하는데 내가 캐치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또 미안해졌다.

그래서 한 달이 지나고 로아와 망고가 떠났을 때, 해방감을 가장 먼저 느꼈다. 이제 창문도 활짝 열어놓을 수 있고 비닐 걱정 안 해도 되고 잠 못 잘 일도 없구나, 하고 기뻤다. 그럼에도 내가 모르는 사이, 이미 집사라는 정체성이 하나 더 생겨버렸다.

자꾸 눈 앞에 냥이들이 아른거려서 스트릿 고양이들에게 간식을 사다주고, 최근엔 집 없는 새끼고양이를 구조하겠다고 나섰다. 모른 척 지나치던 일들을 마주하며 묘한 기분을 느낀다. 고양이라는 묘한 매력에 홀려버린 걸 어쩌나. 해방감을 느낀 지 한 달 차, 다시금 나이 앞자리가 바뀌면 집사가 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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