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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지우 감독 "창작 재미에 중독, 꾸준한 영화인 되고싶다"

씨네필들의 애정을 한몸에 받고 있는 영화감독 정지우(49)가 신작 ‘침묵’으로 돌아왔다. 1999년 데뷔작 ‘해피엔드’를 시작으로 ‘모던보이’ ‘사랑니’ ‘은교’ 등 숱한 작품에서 인간의 욕망에 대한 예리한 시각을 스크린에 옮겨온 그는 영화팬들의 신뢰를 차곡차곡 쌓아왔다. 물론 이번 ‘침묵’에서도 팬들이 사랑하는 그의 작가관은 거침없이 이어진다.
 


‘침묵’은 모든 걸 다 가진 재벌 임태산(최민식)이 한 사건을 계기로 나락에 빠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부지불식간 살해당한 약혼녀 유나(이하늬), 그리고 살인범으로 몰린 딸 미라(이수경)를 바라보는 임태산의 감정이 변화하는 모습을 담았다. 늘 한결같은 정지우만의 영화매력을 정확히 느낄 수 있는 스토리다.

 

Q. 이번 ‘침묵’은 중국영화 ‘침묵의 목격자’의 리메이크작이다. 원작은 재벌과 검사, 변호사 세 사람의 시선을 교차하면서 펼쳐지는데, ‘침묵’은 임태산만 중심에 둔 채 진행된다는 점이 독특하다.

A. 원작에선 화자가 세 사람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는 각기 다른 관점으로 한 사건을 바라보면서 여러 이면을 보여주는 데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굳이 살인사건 자체를 다면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는가 싶었다. 좀 덜 재밌지 않는가?(웃음) 오히려 임태산이라는 인물의 내면에 집중해서 사건의 시작과 마무리를 바라보는 구조가 더 재밌을 것 같았다. 다채롭고 복잡한 심리를 조명하고 싶다는 개인적 욕심이 들어가 있다.

 

Q. 그런 지점에서 ‘법정스릴러’라는 관객들의 기대와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A. 그렇다. 사실 예고편이나 포스터에서는 법정스릴러의 뉘앙스가 많이 묻어있다. 그래서 그런 쪽을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사랑과 부성애를 조명하는 점에서 본질적으로는 휴먼드라마이지 않을까 싶긴 한데... 조금씩 여러 장르를 아우르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장르에 대한 질문이 나올때는 반농담으로 ‘장르가 최민식’이라고 말하곤 한다.(웃음)

 


Q. ‘침묵’에서 주연 및 ‘장르’를 맡고 있는(웃음) 배우 최민식과는 ‘해피엔드’(1999) 이후로 꽤나 오랜만에 만났다. 오랜만에 함께 한 소감은 어땠는가?

A. 너무 좋았다. 최(민식) 선배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참여를 했다. 그 덕에 배우들 캐스팅단계에서 “최민식 배우가 주인공”이라고 말을 하면 대화가 술술 풀렸다.(웃음) 물론 연기측면에서도 내공이 엄청났다. 임태산이란 캐릭터의 내면이 가장 중요한 영화인데 너무 심상이 티나기보다는 외형과 내면의 밸런스가 적절하게 유지되길 바랐다. 너무 드러내면 이미 결말이 예상되는 영화가 되고, 또 아예 드러내지 않으면 불친절해지지 않는가. 최 선배가 이 지점에서 무척 잘해주셨다. 이런 건 최민식이 아니라면 누가 이렇게 멋지게 해낼까 싶다.(웃음)

 

Q. 언뜻 보면, 부도덕한 재벌이 무너져 내리는 게 통쾌해보이기도 하지만, 그 감정적 배경이 부성애라는 점에서는 씁쓸하기도 하다.

A. 임태산은 자수성가한 재벌이라는 설정이다. 자기 능력으로 그 위치까지 올라간 인물이라면 자기애가 어마어마하게 클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게 무너질 위기에 처한다면, 또 그게 하필 자신이 잘 보살펴주지 못한 딸내미의 잘못 때문이라면, 그 자책감도 어마어마하게 크지 않을까. 부도덕한 인물이 ‘내가 크게 잘못 살고 있었구나’라 깨닫고 모든 걸 놓아버리면서 참회하는 모습은 도리어 더 큰 도덕적 울림을 전달하는 것 같다.

  


Q. 전작은 물론이고 ‘침묵’을 보면 가장 중요하게 대두되는 부분은 인물간의 관계와 감정이다. 평소에도 그런 부분에 관심을 많이 두고 있는가?

A. 많은 관심이 있다. 보통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관계를 보면 참 재미있다. 너무 작고 미세한 일이 상처를 주고 행복하게 하지 않는가. 돈 때문에 생긴 문제는 너무 간단하고 옳고 그름이 명백하지만, 그 외의 사소한 것들은 복잡미묘하다.

일례로 영화 속에서 임태산이 변호사에게 “돈 드는 것도 아닌데, 까짓 거 사과해줄게”라는 대사가 있다. 그런데 실제 일상에서 우리는 돈도 안 드는데 미안하다고 잘 안 한다.(웃음) 자존심 때문에 못하거나, 아주 어쩔 수 없이 하곤 한다. 사과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되는데도 말이다. 이건 일종의 객기이고, 내 위주의 욕망이다. 인물 내면에 있는 이런 욕망이 영화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지점인 것 같다.

 

Q. 그렇다면 영화 속 캐릭터가 아닌, 인간 정지우의 욕망은 무엇인가?

A. 인간 정지우의 욕망은 ‘재밌는 것만 하고 싶다’는 것이다. 사실 부끄럽지만 사회적으로는 좋은 일이라고 여겨지는 것조차도 재미가 없어 보이면 어떻게든 안 하려고 한다. 물론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이게 괜찮은 욕망이라고 인정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직업이었으면 잘려도 애저녁에 잘렸을 거다.(웃음) 그래서 지금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이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이 길에 들어선 게 복이다.

  


Q. 그렇다면 ‘침묵’ 이후에도 그 ‘재미 추구’ 욕망이 계속 이어질 예정인가?(웃음) 사실 작품 텀이 짧은 감독은 아니다. 팬들은 조금 더 자주 보길 원하고 있다.

A. 사실 시나리오를 직접 쓰는 감독은 자주 작품을 하기가 힘들다. 그래도 어느 정도 노하우가 쌓여서 텀이 줄어들고 있긴 하다.(웃음) 영화를 만드는 게 제일 재밌다. 모든 영화인들이 다 그 재미에 중독된 거다. 아무리 다른 거하고 놀아도 촬영현장이 주는 스릴을 넘어서는 경험은 단언컨대 없다. 앞으로도 계속 꾸준히 내 고유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영화인이 되고 싶다.

 

Q. 마지막으로 ‘침묵’ 관객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A. ‘침묵’이 금인 순간이 있다. 살면서 정말 유쾌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하지만 그 순간에 잠깐이나마 침묵하고 생각을 해보게 되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임태산의 마음을 따라가다보면, 마지막 쯤에는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지 않을까한다. 내 삶과 선택을 잠깐이나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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