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였다면 어땠을까. ‘역모-반란의 시대’를 보고나서 든 생각이다. OCN ‘보이스’, SBS ‘무사 백동수’를 연출한 김홍선 감독이 메가폰을 들어 자신의 강점을 유감없이 발휘했지만, 진하게 묻어 나오는 드라마 색채가 스크린에 잘 동화되는 모습은 아니었다.
 

‘역모-반란의 시대’는 1728년 영조 4년 ‘이인좌의 난’ 이후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후일담을 소재로 한 무협 액션극이다. 내금위 사정에서 의금부 포졸로 좌천당한 조선 최고의 검 김호(정해인)가 홀로 왕좌를 노리는 역적 이인좌(김지훈)와 어영청 5인방에 맞서 위해 칼을 빼드는 하룻밤의 대결 스토리를 담았다.

영화는 오프닝에서 프롤로그 형식으로 역사에 기록된 이인좌의 난 전부를 애니메이션으로 축약해 보여준다. 이는 후일담에 극히 집중하겠다는 목적을 확고히 하는 의도로, 스스로 하룻밤이라는 제한시간을 걸어두는 모양새다.

여기서부터 ‘역모-반란의 시대’는 장점과 단점이 명확히 갈린다. 장점은 이 하룻밤동안 빽빽이 채워진 ‘액션’이다. 이미 숱한 드라마에서 ‘사이다 연출’ ‘장르물의 장인’이라는 호평을 받았던 김홍선 감독의 강점을 유감없이 발휘할 판이 깔릴 토대가 마련된다. 반면 단점은 오직 하루만을 조명하는 까닭에 김호, 이인좌, 어영청 5인방, 영조, 대비 등등 무수히 많은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이는 캐릭터 매력으로 승부를 보는 ‘무협 액션’ 영화에서 꽤나 큰 리스크라고 볼 수도 있다.

 

결국 ‘역모-반란의 시대’의 관건은 캐릭터들을 얼마나 그럴듯하게 설명하고 전달하는 가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영화는 버거워 보인다.

이인좌의 사연은 이미 프롤로그를 통해 납득할 수 있고, 주인공인 김호의 사연 역시 중심을 잡고 있기에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무술의 달인”이라는 대사와 잠깐의 플래시백으로 소개되는 어영청 5인방, 자격지심에 휩싸여 있는 듯한 영조, 함께 반란을 도모하는 기타 등등 인물들의 사연과 생각은 명확히 들여다볼 기회가 없다. 단지 서사 흐름 가운데서 그가 아군인지 적군인지만 파악될 뿐이다. 다 다루지도 못할 등장인물을 욱여넣은 것처럼 보인다.

이 대목에서 만일 ‘역모-반란의 시대’가 영화가 아닌 호흡이 긴 TV드라마였더라면 더 흥미로운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물론 액션신에서는 이런 아쉬움을 상쇄해줄만한 리듬감을 갖추고 있다. 쉴새 없이 몰아치는 액션은 남성팬들의 취향을 저격한다. 또 엉겁결에 무인에서 포졸로 굴러 떨어진 김호의 곤봉액션은 신선하고, 손이 꽁꽁 묶인 채로 간수의 목을 베는 이인좌의 액션은 멋이 뚝뚝 흘러넘친다. 배우들의 노고를 단숨에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액션신들 또한 약간은 아쉽다. 사실 액션이 관객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오기 위해선 배우의 열연 뿐 아니라 카메라의 역동성은 필수다. ‘역모-반란의 시대’의 액션신은 카메라의 역동성 측면에서는 다소 투박하다. 최근 액션 트렌드엔 조금 벗어난 느낌이다. 이 지점은 TV에 투사될 때는 간과하기 쉽다. 하지만 화면의 크기가 수십 배는 더 큰 극장 스크린에서 카메라의 움직임은 더 크게 보인다. 특히 서사보다 액션에 더 큰 비중을 둔 작품이기에 이 단점은 더 부각된다.

 

러닝타임 1시간42분. 15세 관람가. 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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