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전문 칼럼니스트 김신은 잡문집 ‘고마워, 디자인’에서 ‘예쁜 것들은 일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요약하자면 디자인 자체에 ‘힘을 준’ 제품들이 많은데, 그런 제품의 경우 주인이 그 디자인을 대접하느라 마구 쓰는 일이 드물다는 것이다. 많은 집에서 장식장 위에 고이 올려놓고 몇 년에 한 번 쓸까 말까한 멋진 디자인의 제품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예쁜데 일도 열심히 하는 디자인 가전제품들이 너무 많이 등장해 ‘예쁜 것들은 일하지 않는다’도 옛말이 된 것만 같다. 물론 일을 열심히 하는데도 그 ‘미모’가 줄어들지도 않는다. 집에 갖다 놓기만 해도 ‘형광등 100개 켠 것처럼’ 되는 디자인 가전들을 모아봤다. 

 

★삼성 세리프 TV, 작아도 갖고싶은

세계적인 가구 디자이너 로낭&에르완 부훌렉 형제가 디자인을 맡아 유럽 시장에 먼저 출시된 삼성 세리프 TV는 TV 마니아라면 한 눈에 반할 만한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한다. 정갈한 사각 프레임에 북유럽 가구처럼 디자인된 긴 다리 네 개가 달려 있다. 글씨체의 일종인 ‘세리프’의 I 자형을 형상화했다고 알려졌다.

다리는 탈부착이 가능해 TV만 따로 떼어 선반이나 장에 올려둘 수도 있다. 큰 화면을 선호하는 TV 마니아들을 망설이게 하는 부분은 32인치와 40인치의 두 종류밖에 없다는 것이지만, 디자인 때문에 눈에 어른거린다는 사람이 많다.

 

★스메그 500, ‘스웨그’ 넘치는 꼬마자동차

특유의 빈티지 디자인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이탈리아 가전 브랜드 스메그에서도 눈에 띄는 제품이 FIAT(피아트)와 협업한 스메그500 자동차형 냉장고다. 홈바 형태로 자동차 보닛을 오픈하면 안쪽에 100L의 음료 보관 공간이 있다. 다양한 사이즈의 음료병을 보관할 수 있으며, 기능 조작 부분은 마치 자동차의 계기판처럼 디자인돼 흥미를 자아낸다.

아무것도 없는 거실이라 해도 음료 냉장고 하나만 두면 한 번에 트렌디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한다. 손님에게 병 음료를 대접하는 경우가 많거나 집에서 ‘혼술’하기를 즐기는 1인 가구라면 위시리스트에 두고 싶을 냉장고다.

 

★발뮤다 토스터, 예쁜 아이가 죽은 빵도 살려낸다?

2003년 일본 도쿄에서 만들어진 일본 가전 브랜드 ‘발뮤다’의 토스터는 ‘죽은 빵도 살려낸다’는 희한한 소문이 돌면서 유명해졌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 속에서도 한 번 더 유명세를 타게 한 것이 정제된 디자인이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홀딱 반할 만한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디자인 때문에 국내에도 팬이 많다.

30만원대로 가격이 상당히 비싼 편이지만 특유의 스팀 기능을 적용해 촉촉하게 구운 빵을 먹어 보면 생각이 바뀐다는 전언이 많아 기능성 또한 훌륭하다는 평가다. 토스터 외에도 발뮤다는 전기포트, 선풍기, 밥솥 등 다양한 소형 가전을 선보이고 있는데, 모두 시선을 사로잡는 미니멀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LG 시그니처 세탁기, 블랙홀인지 세탁기인지

‘초 프리미엄 가전’을 모토로 LG전자에서 만든 ‘시그니처’ 시리즈는 흑백 마니아라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심플하기 그지없는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백색가전의 대표인 세탁기의 선입견을 깬 디자인은 다른 것들보다도 확 눈에 들어온다. 흰색의 바탕에 검은 원 모양으로 블랙홀 같은 드럼 말고는 눈에 띄는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다. 심지어 가전제품에는 당연히 박혀 있는 회사 로고조차 눈에 띄지 않는다.

이렇게 흰 눈처럼 깨끗해 보이는 세탁기에 지저분한 옷가지를 집어넣는다는 게 미안할 지경(?)이지만 드럼세탁기로서의 기능에는 충실하다. 세탁실이 아니라 잘 보이는 곳에 인테리어용으로 둬야 할 것 같은 세탁기로 평가받고 있다.

 

★뱅앤올룹슨 무선 이어폰, 한번 가져보고픈 럭셔리

12월 출시된 ‘신상’인 뱅앤올룹슨의 무선 이어폰 ‘베오플레이 E8’은 럭셔리 브랜드 뱅앤올룹슨의 이름은 들어봤어도 가격 때문에 절대 살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이들의 구미를 당기게 할 만하다. 30만원대의 가격은 비싸긴 하지만 이 브랜드 제품 중에서는 장만 가능한 수준이다.

일단 실용적인 무선 이어폰인 데다, 충전 뒤 4시간 동안 버틴다. 귀에 쏙 들어가는 두 개의 무선 이어폰은 가죽 케이스에 넣어 쉽게 보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케이스에 넣기만 하면 자동으로 전원이 꺼지면서 충전이 시작되는 기능성을 갖췄다. 휴대폰 앱과 연결하면 사운드 환경을 세밀하게 설정할 수 있으며 전화 수신 기능으로 전환도 완벽해, 모바일 시대의 이어폰으로 모자람이 없다. 

 

사진출처=삼성전자, 스메그, 발뮤다, LG전자, 뱅앤올룹슨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