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성추행 논란'에 휘말린 배우 조민기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세상을 떠났다. 향년 53세.

고인은 한때 믿고 보는 연기파 배우로, 예능 '아빠를 부탁해'를 통해 친근한 이 시대의 아버지로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불거진 성추행 폭로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고 말았다.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내내 부인으로 일관하던 그는 끝없이 이어지는 폭로로 말미암아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결국,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가장 안타까운 결단을 내리며 생을 마감했다.

 

조민기[사진=윌엔터테인먼트 제공]

2월 20일, 조민기 '미투' 첫 등장

조민기의 성추행 논란은 지난달 20일 온라인 상에 익명으로 처음 게시됐다. 조민기가 청주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사실을 고발한 글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화제로 부상했다. 

이어 조민기가 지난 2017년 3월, 청주대로부터 성추행 의혹으로 3개월 정직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을 부추겼다. 청주대학교 측도 지난해 11월 조민기의 성추행 문제를 학생처에서 조사했으며, 조민기에게 중징계를 내렸다고 전했다. 이후 조민기는 28일 면직 처분을 받으며 청주대학교를 완전히 떠나게 됐다. 

성추행 의혹 강력 부인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다음날인 21일, 그는 JTBC '뉴스룸'과 전화 인터뷰에서 "가슴으로 연기하라고 손으로 툭 친 걸 가슴을 만졌다고 진술한 아이들이 있다. 노래방이 끝난 다음에는 '수고했다'고 안아줬다. 격려였다"고 해명했다. 더불어 "내 딸과 같이 너희 동갑이니까 친구하라고 했던 애들한테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나"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은 자신의 성추행이 사실이라는 점을 고백하는 것과 다름 없었기에 네티즌들의 거센 비난만 낳을 뿐이었다.

조민기는 같은 날 방송된 채널A '뉴스TOP10'에서도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교수한답시고 그나마 스케줄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었고, 그런 과정을 다 겪으면서 7년을 근무했는데, 남는 게 이거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라며, 학교에서 '음해'가 계속되면 더 이상 존속할 이유가 없다고 발언했다. 조민기의 어처구니없는 입장 표명에 여론은 더욱 악화되었고, 이는 성추행을 당한 다른 학생들의 추가 고발이 이어지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조민기[사진=연합뉴스]

오피스텔부터 나체사진까지…학생들의 끝없는 고발

조민기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학생들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하자, 다른 학생들도 용기를 내 목소리를 냈다. 21일 배우 송해나는 JTBC를 통해 "교수님이 한 학년에 한 명씩을 지정해서 '내 여자'라고 불렀다" "조민기가 자신이 머무는 학교 근처 오피스텔로 불렀다. 억지로 침대에 눕게 하고, 가슴을 만지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밝혔고, 22일 새벽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조민기가 소파에 앉아 있는 나를 뒤에서 껴안으며 자신의 성기를 엉덩이에 갖다 대고 편하게 누워 자라고 했다"는 증언이 등장했다.

23일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한 글쓴이가 "아무도 밟지 않은 눈위에 순결한 소녀가 서있는 나체의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다" "아무도 모르는 조용한 곳에서 같이 온천을 할 수 있다더라" 등 조민기에게 성추행을 당했던 일들을 밝혔다. 

 

조민기[사진=연합뉴스]

드라마 하차, 소속사와 계약 해지

시간이 갈수록 성추행 의혹의 추악한 이면은 끝없이 밝혀졌고, 결국 조민기는 청주대 교수직 면직 처분은 물론 출연이 예정됐던 드라마를 하차했다. 여기에 몸을 담그고 있던 소속사와 계약을 해지하기까지 이르렀다. 성추행 파문이 일어난 직후인 21일 OCN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의 하차를 알렸던 소속사가 그로부터 5일 뒤인 26일 계약 해지 사실을 전해온 것이다.

조민기의 이전 소속사 윌 엔터테인먼트 측은 "해당 사건이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적 파장이 크고, 무엇보다 배우와 매끄러운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못한 바, 수많은 고심과 논의 끝에 배우 조민기와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27일 소속사는 마지막으로 보도자료를 통해 조민기의 사과문을 공개했다. 조민기는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잘못입니다. 저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피해자분들께 진심으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 제 잘못에 대하여 법적, 사회적 모든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습니다"라고 공식 사과하며 자숙하며 살겠다고 밝혔다.

조민기의 '카톡', 대중은 완벽히 외면했다

그러나 조민기의 가장 추악한 이면은 공식 사과 바로 다음날인 28일 공개됐다. 한 매체가 피해자 중 한명으로부터 입수한 메신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한 것. 피해자가 조민기로부터 받았다고 밝힌 카톡 메시지에는 "지금 나 혼자 너무 많은 상상 속에 너무 많이 흥분. 몹시 위험" "난 만지고 있어요. 이미. 도와줘요" 등 수위 높은 발언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는 조민기가 상반신이나 성기를 찍은 사진을 보냈다고 폭로해 대중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조민기[사진=윌엔터테인먼트]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 앞두고 자살

충북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는 오는 12일 조민기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었다. 경찰은 조민기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청주대 연극학과 2011학번 여학생과 졸업생 등 피해자 10여명의 진술을 확보해 수사를 벌였다. 결과적으로 드러난 피해자는 스무명에 달했으며, 경찰은 성추행 피해자의 진술 조사가 마무리되면 법률 검토를 거쳐 조민기를 소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조민기는 소환과 함께 서기로 예정돼 있던 포토라인에 서는 대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택했다. 

9일 오후 4시경, 조민기는 서울 광진구 구의3동 한 주차장 옆 창고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인근 주민이 지하주차장 옆 창고에 숨져 있는 조민기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 조민기는 발견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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