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정봉주 전 의원이 12일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프레시안 서어리 기자와 나눈 카톡 내용을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정 전 의원에 따르면 서 기자와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현직기자 A씨는 학교 친구 사이이며 '나는 꼼수다'의 지지자여서 과거 공개적으로 두 세 차례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정 전 의원이 이들이 재학 중인 대학에 강의를 몇 차례 하면서 가까워졌다고 한다. 지난 7일 프레시안에서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하기 전날, 서어리 기자가 전화통화를 시도했고 이상한 전화로 여겨 정 전 의원이 전화를 끊자 다음과 같은 카톡을 보내왔다. 야심한 오후 11시17분이었다.

 

“전화 받으시죠?”

“전화하기 싫으면 카톡으로 이야기 나누시죠?”

"2011년 12월 23일, 수감 전날, 렉싱턴 호텔에 불러서 강제로 추행하려고 하셨죠?“ ”카페 룸으로 불러서 껴안고 키스하려고 하셨죠? 인정하시죠?“

“내일 오전 기사 나갑니다. 그전까지는 해명 주셔야 합니다”

“그럼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기자님 이밤에 자다가 전화 받았는데

수감 전날이면 엄청나게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경황이 없었는데 이게 먼 헛소리예여~

사실과 관계없는 기사를 쓸 경우

법적 조치하겠습니다“

 

“녜. 알겠습니다. 기사에 반영하겠습니다”

 

현재로선 A씨와 정 전 의원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이에 앞서 이른바 취재관행에 대한 대목은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다음날 나올 기사, 그것도 그 어느 때보다 중차대한 이슈로 부상한 ‘성추행’ 가해자인 취재대상에 대한 확인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꼼꼼히 이뤄져야 한다. 자칫 한 사람의 일생이 파탄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사가 나오기 전날 밤 11시가 넘은 시각에 전화 혹은 카톡으로 사실 확인을 했다는 건 이미 결론까지 나온 완성된 기사 안에 구성요건을 맞추기 위해 일명 ‘코멘트 박기’를 시도한 것으로 밖에 이해되질 않는다.

정상적인 매체와 취재기자라면 사전에 만나서, 취재원이 만남을 거부하면 전화통화로라도 취재를 하고, 반론을 듣고, 이에 근거한 팩트체크를 다시금 한 다음 기사 작성을 해야 한다.

더욱이 놀라운 건 취재 대상에 대한 접근 태도다. 범죄자 취조하듯 “~하시죠” “했죠?”라고 시종일관 다그치는 말투는 언론, 기자가 ‘권력’이자 ‘유세’이구나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요즘은 원칙적으로 경찰서에서도 인권을 위해 이런 식으로 범죄자 조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쌍팔년도 취조 방식의 멘트를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의 전형적인 '갑질' 비판을 들을 소지가 다분하다. 

마지막으로 정봉주 전 의원은 해당 의혹이 사실무근임을 밝혔고, 기사가 발행될 경우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대응방안까지 제시했다. 미투 운동 확산 이후 ‘성추행 의혹’ 보도를 특종경쟁 혹은 옐로 저널리즘 시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성추행 의혹 당사자의 입장을 다음날 보다 상세히 듣고 확인한 뒤 보도를 하더라도 대세에 지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는 ‘미투’의 본질을 지켜나가는 언론인의 자세일 터다. 더욱이 진보언론을 지향하는 매체의 보도 과정에서 이런 접근법을 취해야 했을까, 카톡 내용을 보며 입맛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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