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OCN 오리지날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연출 강신효/극본 한우리) 최종회가 전파를 탔다.

유료플랫폼 기준 전국 가구 시청률 3.9%, 최고 4.2%(닐슨코리아, 전국기준). 1회 2.5% 대로 시작해 회차가 진행될 수록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며 최종회까지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OCN 오리지날이 선보인 드라마들 중 비교적 높은 화제성과 시청률을 나타냈던 ’38 사기동대’ ‘터널’ ‘보이스’에는 못 미치지만 분명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의 한우리 작가, 그리고 배우 김옥빈 강지환 심희섭 캐스팅에 모아졌던 기대에 비하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 굳이 이유를 꼽자면 기존 장르드라마들과 다른 화법이 초반 시청률을 잡지 못한 원인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앞서 방송된 ‘구해줘’를 통해 종교라는 소재는 이미 신선함을 잃었다. 이에 ‘작은 신의 아이들’이 표방한 것은 과학 수사와 신들린 수사의 만남. 천재적인 두뇌의 형사 천재인(강지환 분)과 신기 있는 형사 김단(김옥빈 분)이 극의 중심에 섰다.
 

김옥빈은 드라마에서 자칫 설득력을 잃을 수도 있는 빙의 연기를 제대로 살려냈다. 보는 입장에서 어색하거나, 불편했다면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배역이었다. ‘잘해야 본전’인 배역을 기존의 무속인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연기 관습을 따르지 않고, 눈빛과 대사톤을 조절해 자연스럽게 극중에 녹여냈다.

검사, 형사 캐릭터과 인연이 깊은 강지환은 지금까지와 또다른 결의 매력을 선사했다.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 답게 과학 용어로 장식된 대사가 많았지만 리듬감 있고 정확하게 시청자들에 이를 전달했다. 스스로에게 도취된 나르시시즘 말기의 천재인의 뻔뻔함 역시 러블리하게 그려냈다.
 

김옥빈과 강지환이 코미디 연기와 정극사이를 오갔다면, 심희섭은 줄곧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심희섭은 영화 ‘1999, 면회’로 안재홍, 김창환과 함께 충무로의 기대주로 데뷔한 배우. 안방극장에 본격적으로 눈도장을 찍은건 지난해 큰 사랑을 받았던 SBS 드라마 ‘사랑의 온도’. 당시 심희섭은 조보아의 친구로 등장했었다.

심희섭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그간 갈고닦아온 연기력을 대방출했다. 어릴적부터 마음에 품어온 김단을 바라볼 때는 아련한 눈빛을, 연적 천재인과 마주할 때는 빈틈 없는 모범 답안 검사를 보여줬다. 무엇보다 삐뚤어진 욕망과 순수했던 뽀빠이 사이를 오가는 탁월한 연기력이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작은 신의 아이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어둡고, 무겁게만 여겨오던 장르물에 코미디적인 요소를 가미시켰다. 물론 선과 악이라는 분명한 기준으로 인물들을 선그을 수밖에 없는 기존 수사물의 선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또 다른 화법에 대한 시도라고 눈여겨 볼 수 있다.

방송가에 ‘장르물=시청률’ 공식이 퍼지며, 천편일률적인 작품이 쏟아지고 있어 오히려 시청자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 ‘작은 신의 아이들’은 틈새에서 반짝 빛나는 보석같은 드라마였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