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신안 염전 노예사건을 파헤쳤다.

 

 

'천사의 섬'으로 불리던 그 곳의 밤엔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남자들이 있었다. 붉은 색 바지를 입은 이들은 염전 주인들이 육지에서 데려온 일꾼 염부들이었다. 대부분 임금을 받지 못했고 수시로 염주에게 폭행당했다. 대부분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던 염부들의 고통은 예상보다 더 가혹했다. 잔혹한 염주로 인해 목숨을 잃은 한 염부는 살해된 염전이 보이는 길가에 조용히 잠들어 있다.

2014년 2월, 자신이 섬에 강제로 억류돼 있다며 구조를 요청한 한 남자의 편지를 접한 서제공 형사는 "편지 내용엔 외부인이 오면 경계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일반 차량을 가지고 들어가서 관광객처럼 했다"고 밝혔다. 서 형사가 섬에 들어가 만난 시각장애 5급 김씨는 안경도 쓰지 않은 채 한겨울 매서운 추위 속에 난방도 안 되는 창고에서 전기장판 하나만 두고 생활하고 있었다.

김씨는 "파출소에 신고하려고 시도했는데 동네 사람들이 다 뒤도 봐주고 망을 보더라. 때릴 때 주먹이나 발로 치는 건 고사하고 나무 각목이나 쇠파이프로 칠 때도 많았다"고 말했다. 도망치다 걸려 염주에게 폭행당했고 안경도 깨졌다고 밝혔다. 1년6개월 동안 세 차례 도망을 시도했지만 매번 주민에게 발각돼 염주에게 붙잡혀갔다.

 

 

섬에서 구출된 김씨의 사연이 알려진 뒤 정부에서도 적극 나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뿌리를 뽑아야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경찰, 신안군청이 피해자가 더 없는지 찾아 나섰다. 2014년 대대적인 수사와 조사 이후 많은 피해자들이 섬 밖으로 구출됐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법원에서 생각지 못한 반전이 나왔다. 염주들에게 대부분 집행유예와 같은 가벼운 처벌을 내린 것이다. 재판을 지켜본 사람은 "나라에서 가족이 지원하지 못하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그래도 이 염주들이 데리고 있으며 먹여주고 재워주고 보살펴줬던 거 아니냐"고 한 판사의 발언을 전했다.

섬에서 구출된 54세 박성근(가명)씨는 지적장애 2급이었다. 최소 14년간 염전에서 착취당했으며 1억2000만원이 넘는 돈을 받지 못했다. 염주 박모씨는 그를 폭행하기도 했으나 정확한 폭행 시기를 특정하지 못해 폭행죄는 적용되지 못했다. 경찰은 영리유인, 사기, 감금 등을 적용했지만 1심 재판부는 염주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처벌불원서 때문이었다. 염주 아들이 문맹인 박성근씨를 수차례 찾아가 받은 것이었다.

지난 4월, 재판부는 박성근씨가 국가를 향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 판사들이 박성근 씨의 처벌불원서를 의도적으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어 국가가 박씨에게 배상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염주 측 변호인은 광주지법 목포지원 지원장이었다. 이 때문에 지원장 출신이 개업한 뒤 맡은 사건이라 전관예우를 해줬던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가 있다.

 

 

20년 넘게 살인 용의자인 염주 밑에서 일한 염부 최씨의 몸에는 수상한 상처가 있었다. 염주는 염전을 접은 뒤 식당을 개업했고, 최씨가 염주의 식당에서 불판을 닦던 중 염주 아내에게 일을 못한다고 잔소리를 들었다. 이때 들어온 염주는 부엌칼을 집어들어 최씨의 오른쪽 복부를 찔렀다. 최씨는 "창자가 나올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의료진은 최씨가 넘어져 칼에 찔렸다고 기록했다. 최씨는 "그 사람이 그렇게 하라고 하니까"라고 말했다. 퇴원 후 섬으로 돌아온 최씨는 며칠 뒤 섬 파출소에 염주를 신고했다. 최씨는 "파출소에서 다 조사했다. 그 사람은 안 찔렀다고 부인했다"고 말했다. 파출소에서는 염주의 말만 믿고 사건 접수조차 하지 않았다. 현재 염주는 살인미수 등으로 5년형을 선고 받아 복역 중이다.

염전노에 장애인 사건 국가배상 청구소송이 진행됐다. 염주가 1차 가해자이지만 염전 업자들에게 협력했던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신고를 무시한 경찰, 업무 수행 중 피해자 존재를 알았지만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공무원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재판의 피해자는 염전노예 8명이다.

대부분 피해자들이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과 달리 박인성씨는 일관되게 진술했고 재판부는 경찰의 적절하지 못한 처신으로 박씨의 피해가 커졌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남은 7인의 소송은 기각됐다. 신안군 등 정부에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이유였다. 신안군은 소송비용까지 청구했다.

사실 신안군 섬의 염전 노예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문제제기가 된 바 있다. 2011년 신안군에서는 장애인 불법 고용실태를 조사했지만 염전 노예는 없다고 결론내렸다. 제대로 된 조사였을까. 국가는 이들의 존재를 알면서도 방치했다. 공범자였던 셈이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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