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배우로서 첫발을 내디딘 전종서(24)의 시작은 화려하다. 거장 이창동 감독의 신작 ‘버닝’을 통해 신선한 연기력으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낸 건 물론, 무려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며 대중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다. 커다란 관심에 들뜰 법 한데, 그녀는 성숙하게도 차분한 태도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있다.

 

막 더위가 시작된 늦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전종서를 만났다. 시원한 커피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그녀는 당돌한 줏대를 가진 영화 속 캐릭터의 모습과 한치도 다르지 않았다. ‘올해의 발견’ ‘역대급 신인의 탄생’ 등 떠들썩한 바깥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칭찬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참 감사해요. 그런데 인터넷 반응들을 살펴보고 있지는 않아요. 지금은 ‘버닝’ 속 모습만으로 칭찬해주시는 거니까요. 영화에 드러난 제 모습이 사실 진짜 제 모습은 아닌 것 같아요. (이창동) 감독님과 상대 배우분들의 도움으로 좋게 보여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참 과분한 일이죠. 저는 계속 배워나가야 하는 입장이라서 들뜨지 않으려 해요.”

최근 영화계가 20대 여배우 기근에 시달리는 가운데, 전종서의 등장은 대중에게 예기치 않았던 선물처럼 다가온다. 이에 배우 본인 또한 “예상하지 못했던 행운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첫 오디션을 본 작품에 이렇게 캐스팅이 되고, 칭찬까지 듣는 건 정말 예상치 못했어요. 주변 연기하는 친구들이 수십 수백 번 오디션을 보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앞으로 계속 오디션을 보겠구나’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래서 ‘버닝’ 오디션도 큰 중압감 없이 봤어요. 그런데 덜컥 붙은 거죠. 운이 좋았다는 말밖엔 할 게 없어요.”

 

그의 말대로 다소 운이 따른 캐스팅이었지만, ‘버닝’ 속 연기 호평은 스스로의 능력도 필요한 작업이었다. 게다가 몽환적인 느낌의 해미 역은 신인이 표현하기엔 절대 쉽지 않은 롤이었다.

“시나리오에 해미의 성격, 생각 등등이 세세하게 적혀있진 않지만, 대사 한 줄, 행동 하나에 매료됐던 것 같아요. 제가 못해낼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직접 마주한 감독님과 유아인, 스티븐 연 선배에 대한 신뢰가 있었거든요. 영화 속에서 종수-벤과의 관계를 통해 해미가 존재하는 것처럼, 현장에서 저 또한 감독님, 선배님들, 스태프들과의 관계를 통해 존재할 수 있었죠. 본래 저는 해미랑 다르게 내성적인데요, 그런데 그런 관계들이 쌓여서 현장에서만큼은 캐릭터의 모습으로 있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참 소중한 시간이었죠.”

이어 전종서는 현장에서 느꼈던 이창동 감독과 유아인, 스티븐 연의 모습에 대한 느낌도 전했다. 전종서는 그들에게서 대감독, 대스타의 아우라에 걸맞은 태도를 보고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술회했다.

“이창동 감독님은 정말 멋지세요. 워낙 큰 존재감을 가지신 분이잖아요. 그런데 저를 신인배우로서 보시는 게 아니라, 동등한 사람으로서 봐주셨어요. 저는 너무 작은 배우인데도 하대하거나 가르침의 대상으로 보지 않으셨어요. 물론 이건 비단 저한테만 그렇게 해주시는 게 아니라, 누구를 만나도 그렇게 하셔요. 누구나 존중하시는 분이죠. 함께 촬영하면서 더 존경하게 됐어요.

그리고 유아인, 스티븐 연 선배도 마찬가지로 멋진 분들이에요. 왜 그 두 분이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지 알게 됐죠. 반년 정도밖에 함께 있지 않았지만, 배우로서뿐 아니라 인간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현장에서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순간순간 보고 배운 것들이 참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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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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