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에 따라 취미는 다양하지만 2~30대 중 클래식 음악에 흥미를 가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알게모르게 클래식은 우리 생활과 가까운 곳에 있다. 하다못해 휴대폰 기본 벨소리마저 클래식 음악인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클래식은 대중적인 문화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툭 터놓고 말하자면 티켓값도 부담스럽고, 가사 한마디 없이 이어지는 연주를 듣고 있으면 곤욕스러울 때가 있다.
클래식 음악과 힙합, 어찌보면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조합을 시도한 과감한 밴드가 있다. 바로 엔피유니온이 그 주인공. 래퍼 롸키엘을 필두로 클래식 음악에서 주로 만나왔던 수자폰, 트럼펫, 트롬본 등 관악기가 만났다. 여기에 베이스드럼과 스네어드럼이 그 풍성함을 더한다.
해가 내리쬐는 어느 평일, 엔피유니온을 만났다. 8명의 멤버들은 사진 촬영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TV로만 힙합을 봐서 그런지, 그 스웨그(?)에 지레 겁을 먹고 갔지만 경쾌한 청년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힙합과 관악기의 조합이 조금은 독특하게 느껴진다는 말에 트럼펫을 연기하는 최원호는 “원래 힙합을 하려고 했던 팀은 아니에요”라고 털어놨다. 엔피유니온의 본래 밑그림은 뉴올리언스 재즈 장르의 브라스 밴드. 하지만 관객들의 반응을 본 후 “누군가가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해줄 필요를 많이 느꼈어요”라고 한다. 단순히 악기만 가지고 하는 공연에는 여전히 거리감을 느끼는 관객들을 보고 래퍼를 찾던 중 롸키엘과 연이 닿았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그만큼의 부담감도 따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래퍼 롸키엘은 “재미있을 거 같아서 했어요. ‘드럼라인’이라는 영화를 보면 타악기로 랩하는 인물이 나왔는데 주인공보다 더 멋있어보이거든요. ‘언젠가 저런 걸 해보자’고 했는데 기회가 됐어요”라고 말했다.
엔피유니온의 예상은 적중했다. 무대에 악기들이 오르면 우선 관객들 시선이 집중됐다. 관악기는 인디밴드들이 주로 사용하는 기타나 전자 키보드와는 현장감에 있어 그 느낌을 비교할 수가 없다. 훨씬 풍성하고, 웅장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래퍼 롸키엘이 느끼는 부담도 있었다. 롸키엘은 “연주가 바로 옆에서 들리기 때문에 톤을 잡는데 항상 어려움을 느껴요”라고 전했다.
연주자들을 세션으로만 인지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를 전하자 최원호는 “롸키엘 형이 무대 위에서 다른 멤버들 한테 관객들 시선이 올 수 있게 액션을 해줘요. 관객들이 입장에서 안 보일 수 있는 사람한테도 관심을 가지게 되는 거죠”라며 나름의 해결방안을 찾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롸키엘 역시 “제가 안 나오는 부분에서는 왠만하면 뒤로 빠지고 있어요. 사람들은 어쨌든 보컬을 보거든요. 제가 뒤로 빠져야 시선이 이 친구들한테 가죠”라고 밝혔다.
엔피유니온은 공연이 많을 때를 제외하면 여전히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버스킹 밴드가 밀집돼 있는 홍대의 경우에는 엔피유니온의 크고 화려한 악기소리에 주변에서 잠시 노래를 포기하기도 한다는 후문. 하지만 엔피유니온 나름의 고충도 있었다. 우선 악기를 들고 이동하는 점이 힘들고, 드럼 패드를 연결하는데 시간이 다소 걸린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피유니온은 “밥 먹다가 ‘버스킹하자’ 하면 악기꺼내서 할 수 있는 그런 장점도 있고, 그러다 경찰오기 전에 도망갈 수 있어요”라고 농담을 했다. 이어 “언제어디서나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그런 팀이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멤버가 많다보니 모이는 것도 조율이 참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엔피유니온의 진짜 고민은 “새로운 걸 할 때 한명씩 의견을 말하다보면 힘들어져요”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런 시도가 처음이라서 누가 맞는 소리를 하고 있는지 알기도 힘들고요. 그래서 다 해봐야 할 거 같아요. 모티브를 잡을 수 있는 팀들이 많지가 않아요”라고 팀의 고충을 전하기도 했다.
이들에게 가장 반가운 무대는 대학축제와 뮤직 페스티벌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버스킹을 제외하고 자신들을 인지하지 못하는 불특정 다수 앞에서 공연을 하지 말자는 게 팀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공연을 다니다보니 모르는 이들에게 엔피유니온 음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데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인지도를 쌓기 위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갈 생각이 없냐고 하자 “기회가 돼서 나갈 수 있으면 좋지만, 아직 우리 색에 맞는 프로그램은 없었던 거 같아요”라고 전했다. 더불어 “일처럼 해야 될 거 같잖아요. 누굴 밟고, 넘어서고, 원래 음악을 하려고 했던 취지에 반하는 거기 때문에”라며 조심스러운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음악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원미닛라이브(@1mn1live)를 통해 2주에 한번씩 유명곡들을 커버한 영상을 올릴 계획이라고. 엔피유니온은 일렉으로 구성된 밴드들의 영역을 금관악기들로 모두 대체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결성 초반만 하더라도 작은 일에 흔들렸다는 엔피유니온은 이제 완전체가 돼 단단한 내구력을 자랑했다. 그리고 오는 29일날 라이브 클럽 데이에는 2018 인디스땅스 결승 무대에 오른다. 엔피유니온은 “우리 음악은 듣는 것보다 무대에서 보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사실 가성비 끝판왕 밴드 거든요”라며 많은 이들이 공연에 찾아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싱글리스트DB, 라운드테이블(지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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