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을 뒤흔든 영화가 3월 극장가를 찾아온다.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등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들이 호흡을 맞춘 ‘우상’은 20일 CGV압구정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비밀에 감춰진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공식 초청돼 예비 관객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우상’은 ‘한공주’로 평단의 찬사를 받고 6년 만에 돌아온 이수진 감독의 연출력 또한 빛을 발할 예정이다.

‘우상’은 아들의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 구명회(한석규)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중식(설경구),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 련화(천우희)까지,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했던 참혹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돼 레드카펫을 밟은 설경구와 천우희는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상영이 끝난 뒤 GV를 가지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는 등 그 당시를 회상하며 흐뭇해 했다. 이수진 감독 역시 “두 배우분들과 함께 다녀 외롭지 않았다. ‘한공주’ 때는 항상 혼자 영화제를 다녀야했다. 이번에는 밤마다 독일 맥주도 마시고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흥미로운 나날을 보냈다”고 전했다.

‘우상’은 두 가지 의미로 쓰일 수 있다. 긍정적으로는 존경하고 본받고 싶은 인물, 부정적으로는 ‘우상화’ 같은 말로 사용된다. 이수진 감독은 제목이 “사전적 의미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우상’ 시나리오를 쓴 건 13년 전 쯤이었다. ‘한공주’ 이후 가벼운 이야기가 담긴 영화를 연출하고 싶었는데 저도 모르게 ‘우상’에 손이 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해야 하는 이야기구나’ 생각했다.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를 보면서 그 시작점이 어디일까 고민한 흔적이 ‘우상’ 시나리오에 담겼다”며 ‘우상’이 탄생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우상’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이름만 봐도 ‘믿보배’ 느낌이 전해진다. 이수진 감독은 “한석규, 설경구 배우가 정말 든든했다. 한참 선배이시지만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준비를 많이 하셨다. 천우희 배우도 두 분에 밀리지 않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줬다. 세 배우의 조화가 영화 속에서 흥미롭게 나타날 거로 믿는다”고 배우들을 믿었다.

한석규는 도지사후보이자 교통사고를 낸 아들 때문에 위기에 처한 구명회 역을 맡았다. 한석규는 “정치 세계에 뛰어든 야망 가득한 인물”이라고 구명회를 설명했다. 자신의 ‘우상’은 누구인지 묻는 질문에 “어머니가 생각난다. 제 가치관에 큰 영향을 줬다. 매도 많이 맞았다”며 웃음 지었다.

구명회와 대조되는 인물이 바로 중식이다. 설경구는 노란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고 초췌한 표정으로 반듯하고 깔끔한 한석규 앞에 선다. 설경구는 중식에 대해 “장애가 있는 아들이 사고를 당하면서 자신의 ‘우상’이 ‘혈육’이 된다. 그만큼 부성애를 드러내는 인물이다”고 전했다.

중식 캐릭터 이름에 대한 비하인드도 공개됐다. 설경구는 “이수진 감독님에게 ‘왜 이름이 중식이예요?’라고 물은 적이 있었다. 조식-중식-석식할 때 그 중식이라고 하더라. 바쁜 사회생활 속에서 급하게 먹게 되는 중식, 영화 속 중식 또한 세상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인물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중식 캐릭터 이름의 의미를 밝혔다.

천우희는 한석규, 설경구 등 대선배들과 함께 해 ‘우상’ 촬영 전부터 설렘이 가득했다. 천우희는 “한 작품에서 두 선배님을 만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정말 영광이었다. 이 조합으로 영화를 만들면 ‘역대급’이 되지 않을까 싶다”면서 “두 선배님의 연기를 보고 자극받기보다 배우려고 노력했다. 긴장도 됐고 심적으로 부담도 조금 느꼈다. 정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연기했다”며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우상’은 이날 공개된 예고편을 통해 세 배우의 연기 열전과 긴장감, 몰입감을 높이는 스토리로 예비 관객에게 첫 선을 보였다. 베를린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우상’이 국내 관객들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한편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가 출연한 ‘우상’은 3월 개봉 예정이다.

사진=김수(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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