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리바운드’는 10분도 안 되는 이야기 중 수진(김소이)과 남자친구 지원(차영남)의 영상통화 장면이 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 장면에서 수진과 지원의 복잡한 감정, 수진이 전 남자친구 희석(이재민)을 찾아가게 된 이유가 드러난다.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실존 인물이고 실제로 있었던 일이예요.(웃음) 수진이는 평소에도 지원에게 자주 이별을 고한 사람이었죠. 지원이가 ”헤어지잔 말 하지 말라고 했지“라는 대사에서 수진이가 전에도 갑자기 이별을 통보했다는 걸 알 수 있죠. 솔직히 지원 입장에서는 지치죠. 예전에는 전화로 헤어진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다 이해가 돼요. 희석은 수민의 떨어진 자존감을 끌어올려주는 인물이죠. 수진이 희석과 있으면 자신감 넘치고 지원을 대할 때와 다른 행동을 보여요. 이 이야기를 쓰면서 수진이 남에게 기대지 않고 자기 스스로 아픔을 치유했으면 하는 바람이었어요.”

“수진이 택시에서 화장을 고치는 첫 장면이 중요했어요. 수진과 지원, 수진과 희석의 관계구도가 다르기 때문에 전환점이 필요했죠. 지원에게 상처받고 희석에게 치유받으러 가는 수진의 모습을 택시 장면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 장면이 중요해서 제가 연출을 포기하고 수진을 연기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죠.(웃음)”

김소이는 ‘리바운드’를 만들면서 제작자로서 많은 걸 신경써야 했다. 캐스팅, 각본 뿐만 아니라 영상, 편집, OST까지 모든 걸 책임졌다. ‘리바운드’에 대한 그의 열정이 영화 전체에 들어있는 것이다.

“성원창 감독님이 가지고 있는 8mm 캠코더가 있어요. 그걸로 라즈베리필드 뮤직비디오도 찍었고 옛날 영상 같은 질감이 인상적이어서 이번 영화에 이 캠코더를 쓰게 됐어요. 제잒비가 10만원이었거든요. 비싼 카메라를 빌리기도 싫었죠. 처음에 저는 ‘리바운드’를 원신 원컷으로 다 찍고 싶었어요. 스토리도 시간순으로 진행되길 바랐죠. 편집하면서 처음 의도했던 방향이 틀어졌는데 영상 질감이 편집과 잘 어울린 걸 확인했죠. 우연과 필연이 모여서 ‘리바운드’를 잘 만들게 됐어요.”

“제가 영화에 삽입하고 싶었던 곡들 중에 오지은서영호의 ‘우린 안돼’라는 곡을 넣게 됐어요. 어떤 곡이 영화와 잘 맞을까 고민하다가 (오)지은이의 노래를 듣고 수진이라는 캐릭터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죠. 한 인물의 서늘함과 대범함을 표현한 가사가 정말 좋았어요. 지은이에게 ”제가 영화에 써도 되겠습니까“하고 공손하게 부탁했죠.(웃음) 제가 가사를 자막으로 넣은 것도 영화 이야기를 끝까지 연장시켜주는 힘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단편영화 ‘검지손가락’ 연출에 이어 ‘리바운드’ 제작, 각본에 참여한 김소이는 두 작품 모두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했다. 그가 ‘사랑’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랑이란 모든 사람이 공감할 소재이며 누구나 느끼고 겪는 감정과 경험이기 때문이었다. 김소이 역시 사랑하고 싶은, 사랑받고 싶은 평범한 사람 중 하나였다.

“메리 러셀 밋포드의 구절은 ‘리바운드’가 농구 용어 이외에 어떤 의미로 쓰이는 지 알려줘요. 1800년대부터 ‘리바운드’가 사랑과 관련된 용어를 사용됐고 이번 영화와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일부러 한국어로 번역하지 않았어요. 관객들이 이 구절을 받아들이실 때 은유적으로 해석할 것 같았죠. 단편영화 ‘검지손가락’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사랑이란 소재를 다룬 건 제가 제일 잘하는 게 ‘사랑’이기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노래든 연출, 각본이든 사랑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요. 사랑은 제 삶의 원동력이에요. 아직도 사랑에 대해 잘 모르지만 남녀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보편적인 모든 사람이 제 삶의 이유라고 생각해요.”

1999년 데뷔해 어느새 김소이가 데뷔 20년차를 맞이했다. 그동안 연기, 연출, 노래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며 자신의 커리어를 빼곡하게 채워갔다. 데뷔 20년차에 제작자, 각본가로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그가 앞으로의 20년도 늘 도전과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으로 ‘김소이’라는 이름을 사람들에게 알릴 예정이다.

“제가 지난해 계획된 것들이 다 무산돼서 힘든 나날을 보냈어요. 연기에 힘을 쏟았는데 이게 잘 안되니 음악적으로도 슬럼프가 찾아왔죠. 그래서 ‘리바운드’를 만들 게 됐어요.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서요. 지난해 말에 ‘리바운드’를 다 만들고 나서 음악 작업을 시작했어요. 이미 쓴 곡도 있고 녹음을 끝낸 곡도 있어요. 올해 안에는 신곡이 나올 거예요. 또 여성 듀엣을 하고 싶어 현재 논의 중인 뮤지션도 있어요. 조만간 듀엣으로도 노래를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리바운드’는 ‘프로젝트 세인’의 하나예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계속 창작하고 싶은 마음이 있죠. 지난해에 연기를 많이 못한 갈증이 있어서 올해는 많은 작품을 통해 배우로 대중들을 만나고 싶어요. 저한테 작품이 찾아오길 마냥 기다리는 건 지쳐요. 제가 판을 만들어보고 싶긴 해요. 이제 데뷔 20년차가 됐어요. 20대 때 방황했다면 30대 때는 현실에 겨우 발을 짚었죠.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 조금씩 제 자신을 알아갔어요. 올해가 데뷔 20주년인 걸 알았을 때 속으로 ‘김소이 잘했고 수고했다’고 다독였죠. 예전에는 하고 싶은 거만 하고 ‘나는 이런 사람이야’하며 고집부렸는데 지금은 대중과 가까워지고 싶어요. 제 자신이 여유로워졌기 때문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 거예요.”

사진=네임벨류스타즈 제공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