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며 최근 일부 극우세력과 자유한국당 일각에서 중심으로 진행되는 ‘5·18 흔들기’에 대해 작심하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아직도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 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고 있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다”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이어 “5.18의 진실은 보수, 진보로 나뉠 수 없다. 광주가 지키고자 했던 가치가 바로 자유이고 민주주의였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광주 시민단체와 일부 유가족,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으며 입장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문 대통령은 “광주사태로 불리었던 5·18이 ‘광주 민주화운동’으로 공식 규정된 것은 1988년 노태우 정부 때였고, 김영삼 정부는 드디어 1997년 5·18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했다”고 말했다. 또 “대법원 역시 신군부의 12.12 군사쿠데타부터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진압 과정을 군사 반란과 내란조로 판결했고, 광주학살의 주범들을 사법적으로 단죄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당시 가두방송을 담당했던 '오월, 그녀ㅑ' 박영순씨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있다./연합뉴스

20년도 더 전에 광주 5·18의 역사적 의미와 성격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뤘고, 법률적인 정리까지 마쳤음을 다시금 강조한 문 대통령은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언급하자 참석자들 사이에서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어 “아직도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 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고 있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다” “5·18 이전, 유신시대와 5공시대에 머무는 지체된 정치의식으로는 단 한 발자국도 새로운 시대로 갈 수 없다”며 5·18 폄훼 세력들을 강력 성토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광주 시민들께 너무나 미안하고…”라는 부분에서 울컥한듯 눈시울을 붉히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 직접 참석하는 것은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18일 이후 2년 만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가운데) 18일 오전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행사장으로 입장 하던 중 시민단체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80년 5월 광주가 피 흘리고 죽어갈 때 광주와 함께하지 못했던 것이, 그 시대를 살았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 정말 미안하다”며 “그때 공권력이 광주에서 자행한 야만적인 폭력과 학살에 대하여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대표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대해서도 “5·18 이전, 유신시대와 5공시대에 머무는 지체된 정치의식으로는 단 한 발자국도 새로운 시대로 갈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학살의 책임자, 암매장과 성폭력 문제, 헬기사격, 성폭행과 성고문 등 밝혀내야 할 진실이 여전히 많다. 아직까지 규명되지 못한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3월 제정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에 따른 진상조사규명위의 조속한 출범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 법의) 핵심은 진상조사규명위를 설치해 남겨진 진실을 낱낱이 밝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위원회가 출범조사 못하고 있다”며 “국회와 정치권이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해 주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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