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방송계와 영화계 최고의 신스틸러로 꼽히는 배우 이정은이 ‘대화의 희열2’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했다.

29일 밤 방송된 KBS 2TV 토크쇼 ‘대화의 희열2’에는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 이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기생충’의 가사도우미 문광으로 시청자와 관객을 사로잡은 29년차 배우 이정은의 연기인생 이야기가 깊은 울림을 전했다.

‘갑툭튀’ 배우처럼 보이지만 이정은은 한양대 연극영화과 졸업 후 극단 한양레퍼토리를 거쳐 대학로의 쟁쟁한 연극과 뮤지컬, 독립영화, 드라마와 영화 등 수많은 작품에 얼굴을 비췄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함안댁, ‘눈이 부시게’의 혜자 엄마를 비롯해 영화 ‘와니와 준하’ ‘변호인’ ‘마더’ ‘택시운전사’ ‘옥자’ 등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다양한 작품 안에 존재했다.

특히 올해 ‘눈이 부시게’로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조연상을 수상하고, ‘기생충’으로 칸 레드카펫도 밟았다. 이날 이정은은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마트 같은 데서 알아보신다”며 “더 알아보시라고 천천히 걷는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선사했다.

이어 이정은은 그동안 무명배우로 살아온 길을 되짚으며 과거사를 들려줬다. 극단활동을 하는 동안에는 일정한 수입이 없다 보니 부업으로 각종 판매 아르바이트를 섭렵하다가 탁월한 영업능력 탓에 재래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뻔하다가 도망친 사연도 공개했다. 또한 배가 고픔에도 계속 연기를 할 수 있던 동력을 밝히며 수많은 청춘과 무명배우들을 격려했다.

특히 2001년 ‘와니와 준하’에서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 준하(주진모)와 대화를 나누던 영화사 PD 역을 맡아 영화에 데뷔했다가 영상매체에 적응하지 못해 어색한 자신의 연기에 충격을 받아 10년 가까이 영상연기의 꿈을 접었던 일화를 들려줬다.

대학로에서 활동하던 시절 ‘마더’에 김혜자의 아들(원빈)로 인해 유가족이 된 여성 역에 캐스팅돼 상가에서 아들의 결백을 주장하는 김혜자의 멱살을 잡고 뒤흔들었던 대배우와의 첫 만남은 세월이 흘러 ‘눈이 부시게’로 이어졌다. ‘변호인’에서는 자신의 집을 방문한 송강호를 상대하던 주부 역을 맡았는데 서울 출신임에도 마산 사투리를 천연덕스레 구사하는가 하면 “쥬씨 드릴래예”란 대사로 부산 출신 송강호를 깜짝 놀래키기까지 했다.

'마더'에서 인연을 맺었던 봉준호 감독은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이정은이 대학로 창작뮤지컬 '빨래'의 주인할매로 출연하던 무렵, 배우 원빈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러 와 기립박수를 치기도 했다. 이어 ‘옥자’의 내성적이고 맑은 슈퍼돼지 목소리 배우로 캐스팅된 이후 봉 감독이 내민 비밀유지 서약서에 사인을 한 뒤 6개월간 전국 동물원을 전전하며 하마, 코끼리 소리를 연구하고 연천의 유기농 돼지농장을 방문해 돼지 목소리를 녹음하고 연마하는 열정을 발휘했다.

‘기생충’에서 최고의 반전장면으로 꼽히는 인터폰신에서는 자신의 귀엽고 푸근한 외모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오히려 더욱 예의 바른 설정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 관객의 격찬을 받았다. 무엇보다 2005년 연극 ‘라이어’에서 6개월간 공연했던 박명훈과 14년 만에 스크린에서 부부로 만나는 기쁨을 누려 요즘도 “여보, 당신”이란 애칭으로 전화통화를 나누는 등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KBS 2TV '대화의 희열2'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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