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저 내년 여름에 연애할 거에요, 결혼을 내후년에 할 거구요(웃음). 사실 신점을 보고 왔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때 만나는 상대는 바람은 안 핀다고 하시던데요? 너무 좋았어요. ‘잘 살겠구나’ 싶었죠. 사실 그런걸 믿지는 않아요. 어쩌다 지인을 따라갔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농담삼아 그렇게 말하고 있어요”

세상 차가울 거 같은 냉미녀 포스를 풍기지만 필자가 만나본 한보름은 흔히들 말하는 ‘인싸형’ 성격이었다. 말도 잘하고, 굳이 애둘러서 표현하는 부분도 없는 시원시원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밝은 사람이 되기까지 한보름에게도 말못할 고민의 시간이 있었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어떤 연기를 하고 싶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매일 생각해요. 오랫동안 연기를 하고 싶어요. 엄청 성공해서 떼돈을 번다? 부잣집에 시집간다? 이런 환상도 없어요. 18살 때부터 연기자를 준비했는데 데뷔가 늦어졌고, 가수 준비도 했으니까요. 그때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처음에는 친구들 만나서 술도 마셔보고 했는데 풀리지가 않더라고요. 굉장히 불행했어요. 그때 저 자신이랑 약속했어요. 슬플 때는 술을 마시지 않기로요. 대신 시간이 날 때마다 취미활동을 하나씩 하게 됐어요”

최근 고정 출연까지 꿰차며 예능을 하고 있는 것도 한보름의 연기 생활에 윤활유가 되고 있었다. 드라마나 영화와는 또다른 활동이 한보름에게 나름의 힐링을 선사하고 있다고.

“‘호구들의 감빵생활’같은 경우는 억지로 뭔가를 하지 않아도 되니까 힐링이 되는 거 같아요. 저도 많이 떠는 스타일이 거든요. 몸쓰는 일을 할 때는 ‘어떻게 말 해야 하나’ 이런 고민이 없잖아요. 그런면에서 저는 ‘정글의 법칙’도 너무 좋았어요. 고생하는 게 저한테 잘 맞나봐요. 몸쓰는거 할 때가 가장 저다운 거 같아요. 액션연기요? 해보고 싶죠. 유치원때 태권도를 배웠거든요”

한보름은 지난해 관찰 예능에 나와 집을 공개하고, 절친 배우들과 함께 보내는 소소한 일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함께 연예계에서 활동하는 절친으로는 최윤영, 이주우, 엄형경이 있었다. 네 사람은 ‘다 잘될거야’를 인연으로 현재까지 우정을 이어오고 있었다.

“이번 드라마할 때 응원을 너무 많이 해줬어요. 커피차도 보내주고, 모니터도 해줬어요.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문자를 하거든요. 그렇게 만나는 것도 쉽지 않잖아요. 저희끼리는 비밀이 없어요. 연기도 ‘이 역할, 이 대사 너네 스타일로 읽어봐’하면 서로 녹음해서 보내주고요. 취미활동도 원래는 저 혼자서 했는데 이제는 다들 같이 해요. 넷이 같이 요리학원도 다니고 중국어 학원 아침반 다니고, 영어 과외도 다같이 했어요. 골프도 배우러 갔는데 오래는 못하더라고요. 서로한테 아닌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친구들한테 좋은 영향을 많이 받는 거 같아요”

친구들의 응원, 좋은 동료와 스태프 덕에 좋은 기억을 남기며 마무리 한 ‘레벨업’. 지금까지 악역에서 주로 강한 임팩트를 남겨온 한보름에게 배우로서의 성과도 분명 있었다. 자신이 가진 또 다른 결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 무엇보다 시청자들이 이런 점을 알아봐줬다는 게 마음이 오래 남는다고.

“이 친구가 이런 역할도 하는구나 라는 말을 들었을때 기분이 좋았어요. 그 전에는 욕을 먹는 캐릭터가 많았죠. ‘알함브라’ 때도 욕을 엄청 많이 먹었거든요. 그런 모습들을 벗겨낼 수 있어서, 시청자 분들이 그런 반응을 보여주셨을 때가 가장 좋았던 거 같아요”

하지만 매번 좋은 말만 들을 수는 없었다. 배역 때문이건, 그리고 예능이건 연예인이라면 선플만큼 악플도 뒤따르기 마련이었다. 한보름 말대로 이전 작품들의 캐릭터가 워낙 센 탓에 여전히 ‘배우 한보름’을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원래 악플도 다 봤어요. 저는 친구들이 저한테 어떤 문제점에 대해서 고치라고 조언해주는 걸 좋아해요. 근데 악플은 어느 순간 점점 안보게 되는 거 같아요. 작품이나 연기에 대해서 지적을 하시면 충분히 수용하겠는데 그냥 인간 한보름에 대한 비난이 많으니까 헷갈리기 시작하더라고요. 너무 많이보면 안 되겠다 싶어요. 마구잡이식 악플도 많으니까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또 아예 안보면 스스로 발전을 못할까봐 걱정도 되요”

이제 절반이 훌쩍 넘어버린 2019년. 올 한해 많은 것을 성취했지만 남은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한보름은 거창한 계획대신 현답을 내놨다.

“버킷리스트요? 못해도 되고 실패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다시 하면 되죠. 저는 성공만 했던 사람이 아니거든요. 대신 그 과정이 행복해야 하는 거 같아요. 불행하다고 생각하면 다들 못 버티더라고요. 긍정적인 마인드로 뭐든 많이 하려고요”

사진=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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