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과 국제영화상, 감독상, 작품상까지 4관왕을 차지했다. 특히 할리우드 영화인 ‘1917’의 우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외국영화로서 거둔 뜻밖의 수상이라 더욱 관심이 뜨겁다.

AFP=연합뉴스

오늘(10일, 한국시간) 미국 LA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4관왕을 차지마혀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영화인들에게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북미 지역에서 1000개이상 상영관을 늘리고 3000만 달러 이상 흥행수익도 거뒀다. 북미지역에서 개봉한 외국어 영화 흥행순위 전체 7위에 오르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은 셈이다.

한국의 사회현실을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기생충’이 어떻게 아시아를 넘어 최대 영화시장인 미국을 사로잡았을까. 그 답은 지난 칸영화제에서 영화 '버드맨'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이 “로컬하지만 글로벌한 영화”라고 평했던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기생충은 한국적인 로컬영화지만 동시에 전세계인의 공감을 살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이선균 등 주요 배우들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그 이름값만으로도 영화를 알리고 인기를 얻기에 충분했을지 모른다. 여기에 반지하, 와이파이, 과외, 짜파구리 등 요소들은 한국문화를 이해하는 관객에게 유머와 메시지를 더욱 깊이 와닿게 만들었다.  

사진=영화 '기생충' 스틸

하지만 해외에서는 다르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 있는바, 문화의 이해를 떠나서 작품 그 자체로 흥미를 전해주지 못한다면 관심받을 수 없다.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은 이 지점에서 오스카 투표권을 가진 영화인들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글로벌한 메시지다. '기생충'은 반지하에 사는 가족과 대저택에 사는 가족의 모습의 대비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사회양극화, 빈부격차 등의 문제를 다룬다. 하지만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본주의의 심장 미국을 비롯해 대다수 국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다. 

봉준호감독과 스태프들의 역량도 주효했다. 부자와 가난한 자를 단지 선악의 개념으로 나누지 않는다. 할리우드식 관습적인 스토리와 다른 예측 불가한 서사, 사회계급을 표현한 공간적 구조 등의 미장센과 편집 등은 메시지를 더욱 강렬하게 전달했다. 

사진='기생충' 스틸/네온 공식 유튜브채널 캡처

미국을 비롯해 자본주의 체제의 사회양극화, 빈부격차를 다룬 작품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럼에도 '기생충'이 평단과 관객을 사로잡은 이유는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포장한 한국적인 요소, 그것이 전하는 신선함, 독창성이다. 대표적으로 국내에서도 큰 반향을 얻었던 '짜파구리'와 '제시카 송'이 있다. 

'짜파구리'는 라면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함께 끓여만드는 요리다. 국내에서는 워낙 유명한 조합이지만 외국인들에게 라면도 익숙치 않겠거니와 둘의 조합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 알기 쉽지 않을터다. 그럼에도 이 새로운 요리는 신기한 호기심으로 다가왔다. 독특한 비주얼은 맛을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직접 따라만드는 영상이 공유되기도 하고, LA의 한 극장에서는 식사 패키지 메뉴로 등장하기도 했다.

영화에서 박소담이 '독도는 우리땅' 멜로디에 맞춰부른 이른바 '제시카 송'도 SNS에서 화제가 됐다. '제시카 징글'로 불리며 관객들은 특유의 중독성에 빠졌다. 이에 '기생충' 북미 배급사 니온은 공식 SNS에 '박소담에게 배우는 제시카 징글'이라는 동영상을 게재하기도 하면서 홍보에 박차를 가한 것도 '기생충'의 인기를 더욱 드높인 전략이었다.

사진=달시 파켓 페이스북 캡처

번역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나 블랙코미디 장르인 '기생충'의 자막이 형편없었다면 재미도 공감도 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기생충’의 영어 번역은 미국 출신의 영화평론가 달시 파켓의 솜씨다. 그는 한국적인 부분의 맛을 최대한 살려 전하고자 노력했고 이것이 언어문화적 경계를 허무는데 주효했다. 

'기생충'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가 공감할 만한 주제를 한국적인 요소들과 버무려 완성했다. 이는 해외관객들에게 공감과 신선함을 동시에 안겨주며 흥행과 비평 모두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을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으로 만드는데 망설이지 않았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새삼 진실로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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