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드라마의 ‘히트 포 더 사이클링’을 기록한 ‘스토브리그’가 종영 이후에도 시청자들의 큰 사람을 받고 있다. 24일 서울 목동 르비제에서 지난 14일 종영한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스토브리그’ 연출을 맡은 정동윤 PD와 극본을 쓴 이신화 작가가 참석해 드라마의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신화 작가, 정동윤 PD

팬들의 눈물마저 마른 꼴찌팀 드림즈에 새로 부임한 백승수(남궁민) 단장이 남다른 시즌을 준비하는 뜨거운 겨울 이야기 ‘스토브리그’는 시청률 5.5%로 시작해 최고 19.1%로 마감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야구를 소재로 한 드라마지만, 경기보다는 사람 관계, 비즈니스적인 이야기를 다루며 시청자들의 현실 공감을 이끌어냈다.

특히 남궁민, 박은빈, 조병규, 오정세 등 캐릭터와 딱 맞는 맞춤 연기, 조한선, 하도권 등 드림즈 멤버들의 빛나는 활약이 ‘스토브리그’를 돋보이게 했으며, 실제 구단들의 스토브리그를 보는 듯한 이신화 작가의 디테일한 극본과 정동윤 PD의 연출력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히트 포 더 사이클링’(사이클링 히트)은 타자가 한 경기에서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기록하는 걸 말한다. 실제로 선수가 달성하기 힘든 히트 포 더 사이클링을 ‘스토브리그’는 해냈다. 시청률 대박, 배우들 연기 극찬, 광고는 물론, 야구인들의 지지까지 받았다.

드라마의 큰 인기에 대해 이 작가는 “시청자분들의 드라마에 몰입해주셨기 때문이다. ‘스토브리그’ 팀도 모두 열심히 했다. 배우분들은 휴가 때도 배역 이름을 부르면서 끝까지 긴장하셨다. 그런 영향들이 모두 합쳐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다”고 전했다.

‘스토브리그’는 첫방송 전부터 그렇게 큰 기대작은 아니었다. 특히 이 드라마의 대본은 5년 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정 PD는 “스포츠 드라마가 성공하지 힘들지 않나. 저한테는 큰 도전이었다. 이 작가님을 만나고 나서 잘 표현하면 결과가 따라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많은 분들이 다큐 같다고 하시는데, 저는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다. 진짜 구단들이 스토브리그 때 할 수 있는 일들을 중심으로 대본을 채워갔다. 어떤 부분은 제가 창조한 것도 있는데, 시청자분들이 실제 사례를 찾아와서 정말 놀랐다”고 밝혔다.

‘스토브리그’의 신의 한 수는 캐스팅이었다. 배우 모두가 고르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드라마로,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정 PD는 “길창주 역의 이용우 배우가 기억에 남는다. 영어 잘하실 줄 알았는데 못하시더라. 나중에 영어를 잘 하시는 걸 보고 노력파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조한선, 하도권 배우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하도권 배우가 맡은 강두기가 그렇게 큰 사랑을 받을지 몰랐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 작가는 “남궁민 배우는 장점이 정말 많다. 개인적으로 백승수라는 캐릭터를 가장 공들였는데, 제가 생각해도 표현하기 어려워 보였다. 그런데 남궁민 배우가 연기하는 걸 보고, 그때서야 백승수의 정체성을 찾은 느낌이 들었다. 박은빈 배우는 정말 스마트하다. 한두 마디만 말해도 저를 긴장케 한다”며 배우들의 공에 박수를 보냈다.

드라마엔 수많은 명장면이 있어 딱 하나를 꼽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 작가는 “야구 경기 장면 모두 만족스러웠다. 상상도 못할 정도였다. 저는 길창주 선수를 찾는 과정, 그리고 11회 엔딩, 오정세 배우가 홍경 배우를 때리는 것. 마지막으로 16부에서 남궁민, 오정세 배우가 커피를 마시며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스토브리그’가 야구 이야기를 하다보니 국내 프로야구와 비교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이 작가는 “강두기는 양현종 선수와 일본의 구로다 히요키를 참고했다”며 “조한선 배우가 맡은 임동규는 특정 선수를 참고하지 않았다. 시청자분들이 이야기하신 분들은 정말 훌륭한 선수들이다. 다시 한번 야구 부흥을 위해 촬영에 협조해주신 SK 와이번스 구단 포함 모든 야구인들의 넓은 아량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고개를 숙였다.

16부작으로 ‘스토브리그’가 마무리되기엔 아쉬웠다. 진짜 제목처럼 스토브리그만 하고 끝난 것부터, 캐릭터들의 다음 이야기, 그리고 드림즈의 포스트시즌 결과까지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정 PD는 “‘스토브리그’ 방송 연장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 16부작 중 3~4개 에피소드가 남았을 때 매각 이야기로 끝내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 작가는 “열린 결말이다. 백승수가 다른 곳으로 떠나는 데, e스포츠가 될 수도 있다. 아마 페이커 이상혁을 영입하는 것일 수 있다는 상상도 해본다”고 해 웃음을 유발했다.

여러 이슈를 몰고오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지만 아쉬운 점은 있을 것 같았다. 정 PD는 “제 자체가 아쉬웠다. 더 좋은 역량을 끌어낼 능력이 있었다면 드라마도 더 좋게 평가 받았을 거다. 시간이 많았다면 아쉬웠던 장면들도 보강했을 거고”, 이 작가는 “아쉬운 게 없다. 이 드라마를 통해 좋은 분들을 만났고 5년 동안 빛 보지 못한 대본도 세상에 공개됐다. 이젠 이 드라마를 함께한 사람들과 앞으로 어떤 소통을 할지 기대할 뿐이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스토브리그’는 스포츠 드라마는 시청률 대박을 기록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깨뜨렸다. 야구, 축구, 배구 등 스포츠가 대중의 큰 인기를 받는 가운데, ‘스토브리그’가 이에 일조할 수 있을지, 앞으로 더 많은 스포츠 드라마가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정 PD는 “마지막회 백승수의 멘트와 자막을 잊지 못한다. 백승수는 현실적인 인물로 보이지만 막상 우리 주변에 없는 사람이다. 백승수가 카메라를 보며 ‘다들 그렇지 않습니까’라고 하는데, 시청자분들이 백승수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우리도 반항하고, 합리성을 가진 채 부당함을 헤쳐나간다면 백승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마지막 멘트와 자막이 ‘스토브리그’의 주제를 관통한다. 종방연하기 전에 감독님이 전화주셔서 엔딩에 자막을 넣자고 하셨다. 정말 좋은 생각이었다. 그 시간까지 그걸 붙들고 계신 감독님도 대단했다”며 감탄했다.

‘스토브리그’는 야구 이야기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려준 작품이었다. 권력, 계급, 경제력 등에 눌려 “예”만 하지 말고 반항도 하며 조금씩 이 사회를 변화시켜갈 주인공, 그건 바로 ‘당신’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사진=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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