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양국의 배우들이 만나 멋진 멜로영화를 만들어냈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된 ‘나비잠’(감독 정재은)이 지난 14일 기자시사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나카야마 미호-김재욱의 섬세한 감정선, 잔잔한 울림을 선사하는 미장센까지 최근 몇 년 간 멜로 기근에 시달렸던 한국영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올 것이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영화 ‘나비잠’은 솔직하고 거침없는 작품으로 인기를 얻은 여성 소설가 료코(나카야마 미호)의 사연을 조명한다. 그는 소중히 여기던 만년필을 되찾아준 일을 계기로 한국인 유학생 찬해(김재욱)를 알게 되고, 두 사람은 멘토이자 멘티, 그리고 연인이자 파트너로 발전한다. 하지만 선천성 알츠하이머로 투병 중인 료코는 찬해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이별을 고한다.

이 작품에 대한 관심은 ‘러브레터’로 오랫동안 영화팬들의 기억에 각인됐던 나카야마 미호가 어떤 캐릭터로 멜로 복귀를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지로 쏠렸다.

나카야마 미호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소설가란 설정에 꼭 어울리는 가련한 모습을 선보였고, 47살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20여 년 전 ‘러브레터’에서 발산했던 매력을 또 한 번 드러내며 시선을 완벽하게 사로잡았다. 오랜만에 다가온 사랑과 점점 잃어가는 기억에 대한 아픔을 동시에 표현해야 하는 쉽지 않은 캐릭터를 맡아 특유의 섬세함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리고 나카야마 미호는 한국의 멜로남 김재욱과 15살이라는 나이차를 뛰어 넘는 케미스트리를 뽐내, 멜로의 훈훈한 매력에 방점을 찍었다. 일본에서 유년기를 보낸 바 있는 김재욱은 일본어가 유창하게 소화하며 극에 이질감 없이 스며들었고, 특유의 눈빛으로 연상 연인과의 애틋함을 자연스레 소화했다.

나카야마 미호는 시사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김재욱에 대해 “그가 등장하는 모든 장면이 아름다웠다”고 평했다. 이어 “한국 배우와의 호흡은 김재욱이 처음이었는데, 굉장히 열정적으로 연기에 임해 이에 답하려고 같이 열정적으로 연기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연출을 맡은 정재은 감독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고양이를 부탁해' '태풍태양' 등을 연출했던 그는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스태프, 일본 배우와 호흡을 맞춰 촬영을 진행했다. 한국인 배우는 거의 100% 일본어로 연기를 펼친 김재욱이 유일했지만, 그럼에도 감정선을 놓치지 않고 공감 가득한 작품을 만들어 냈다.

정 감독은 “여러 면에서 새로운 도전을 한 영화다. 관객들이 멜로 영화에 대한 애정이 많지만 요즘 영화 시장에서 잘 볼 수 없는게 사실이다. 아름답고 슬픈 영화를 한편 하고 싶었다”고 영화를 만든 계기를 전했다.

‘나비잠’은 나이와 국적을 뛰어넘은 사랑이 불치병으로 좌절된다는 어쩌면 지극히 정형화된 스토리다. 하지만 정재은 감독이 전작에서부터 뽐내왔던 담담한 표현법은 ‘나비잠’을 멋진 멜로로 탄생시켰다. 기억과 사랑에 대한 깊은 접근과 순수함으로 다가가는 배우들의 매력, 아름다운 공간에 대한 적절한 활용으로 관객들의 멜로 감성을 톡톡히 건드린다.

한편, ‘나비잠’은 내년 봄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개봉 예정이다.

 

 

사진='나비잠' 스틸컷, 뉴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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