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랫동안 ‘여성 예능인’은 남성들에 밀려 대한민국 예능판의 변두리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최근 큰 웃음으로 중무장한 개그우먼들이 방송가를 종횡무진 활약하며 예능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시청자들의 애정을 한몸에 받으며 다시 한 번 전성기를 활짝 열어젖힌 여성 예능인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 이영자

개그우먼 이영자가 '휴게소 완판녀'로 등극하며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았다. 바로 지난달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예능 ‘전지적 참견시점’(이하 ‘전참시’)을 통해서다.

‘전참시’는 연예인들의 가장 최측근인 매니저들의 말 못할 고충을 제보 받아 스타도 몰랐던 은밀한 일상을 관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영자의 전성시대’로 대표되는 콩트나 ‘택시’ ‘안녕하세요’ 등 토크쇼 위주의 방송에만 출연하던 이영자에게 리얼 예능은 첫 도전이다. 데뷔 28년 차에 처음으로 드러낸 날 것 그대로의 모습에 시청자들의 환호를 이끌고 있다.

여기서 이영자는 빙빙 돌려말하는 충청도식 화법으로 눈치 없는 31번째 매니저 송성호와 함께 ‘특급 케미’를 선보이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방송 파트의 절반 이상은 먹는 이야기지만, 이영자만의 맛집 리스트는 최고의 화제거리다. “체했을 땐 한방 통닭” “푸우욱” “맛보면 크으~” 등 온갖 감탄사와 쫄깃한 설명으로 맛을 표현하면서 재미는 물론, 시청자들의 침샘을 자극한다. 그 덕에 방송에 나온 말죽거리 소고기국밥은 그 주 매출이 400% 상승했다고 알려졌다.

 

‣ 박나래

박나래의 전성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갤럽이 조사한 올해를 빛낸 코미디언/개그맨 부문 3위에 선정돼 여성 코미디언 중 유일하게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던 그는 2018년에도 식을 줄 모르는 인기로 맹활약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tvN ‘코미디빅리그’에서 마동석, 오혁, 통아저씨 등 ‘분장의 귀재’로 이목을 끈 후, MBC ‘나혼자 산다’,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 tvN ‘짠내투어’, JTBC ‘슈가맨2’, 웹예능 ‘박나래의 복붙쇼’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대한민국 대표 예능인으로 우뚝 섰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순도 높은 웃음을 책임지며 시청률 보증수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박나래의 인기 요인은 생각보다 평범하다. 개그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자세와 리얼예능에서 드러난 정 많고 푸근한 인상이 시너지를 낳아 이 같은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자세로 가장 큰 웃음을 주고 있는 모습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그녀를 ‘호감’으로 만든다.

 

‣ 송은이

국내 여성 MC 중 손에 꼽히는 진행 능력으로 여러 예능에서 활동해 왔던 송은이는 최근 탁월한 기획력으로 꾸준한 인기 몰이에 성공한 케이스다. 예전에는 보는 사람까지 편안하게 만드는 진행능력으로만 인정을 받았지만, 최근엔 특유의 추진력과 기획으로 꾸준히 새 활로를 뚫어냈다.

여성 MC들이 대부분 주춤하던 2015년, 송은이는 팟캐스트로 눈을 돌려 대박을 쳤다. 2015년 절친 김숙과 함께 ‘비밀보장’을 시작하면서 TV에만 머물러 있던 예능인들이 웹 플랫폼으로 진출하는 신호탄을 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엔 ‘송라인’ 신봉선 김영희 김신영 안영미와 함께 걸그룹 ‘셀럽파이브’를 만들어 음악방송은 물론, MBC 에브리원 ‘주간아이돌’에도 출연하며 주가를 올렸다. 그야말로 전천후 활동을 펼치고 있다.

 

‣ 김숙

‘송은이 절친’ 꼬리표가 붙어 다니던 김숙은 지난 2016년 JTBC ‘님과함께2-최고의 사랑’에서 ‘가모장숙’ 콘셉트로 대중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어딜 남자가 시끄럽게” “돈 까짓거 내가 벌테니까 남자는 집안일이나 해” 등 그동안 남성들의 기에 눌려 살아왔던 여성의 속마음을 대변하며 사이다 같은 인기를 끌었다.

김숙이 이처럼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던 건 자신만의 특화된 개성과 거침없는 입담으로 그 어떤 예능인에 빗대어도 밀리지 않는 존재감이 있기 때문이다. 김숙은 ‘님과함께’ 이후에도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로 여성 예능의 부활을 이끈 바 있다. ‘가모장숙’이라는 애칭처럼 그녀가 여성 예능 전체의 전성시대를 열 수 있을지도 주목할 포인트다.

 

‣ 강유미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개그맨 강유미는 KBS ‘개그콘서트’ 속 ‘분장실 강선생님’이나 ‘사랑의 카운슬러’로 기억되곤 한다. 그 당시를 제1의 전성기로 본다면, 현재 강유미는 콩트가 아니라 인터넷 개인방송과 시사 프로그램에서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지난해 4월 유튜브에 ‘좋아서 하는 채널’을 개설한 그는 숙박녀, 짝퉁(?) 일본어 더빙, 일상영상등이 큰 호응을 얻으며 벌써 30만에 육박하는 구독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또 최근엔 SBS 시사프로그램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선 ‘질문특보’로 출연, 앞뒤 안 가리고 무작정 취재에 나서 독한 질문을 날려 시청자들의 애정을 받고 있다. 특히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을 찾아가 “강원랜드에 몇 명이나 꽂으셨습니까?”라고 묻는 무시무시한 패기는 ‘기자보다 더 기자 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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