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로 연일 논란을 일으키는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자매가 9년간 대한항공의 항공기를 통해 귀중품과 생활필수품 등을 밀수입했다는 대한항공 직원들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대표,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대한항공 관계사 외국 지점에서 근무한 전·현직 직원 2명은 국내 언론들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자신들이 이같은 밀수에 직접 관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조씨 자매가 온라인 쇼핑으로 구매한 물건이 외국 지점에 도착하면 이 물건들을 찾아 대한항공 직원에게 전달하는 일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같은 밀수는 일주일에 평균 2~3회였다.

증언에 따르면 2014년 12월 있었던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 전에는 이 물건들의 수신인이 'DDA(조현아 코드명)'이었으나 사건 이후에는 본사 'XXX 과장'으로 수신인이 바뀌었다.

몇 달 전까지는 물건이 든 박스를 그대로 전달했다. 그러나 최근 외국 세관에서 문제를 제기해 여행가방에 물건을 담아 전달하는 형식으로 수법이 변경됐다. 해당 여행가방은 여객기 수하물에 부쳐 인천으로 보내졌으며, 인천의 대한항공 직원이 이를 받아 처리했다.

이들은 "물건이 많을 땐 이민가방 3개 분량도 됐고 성인 남성이 들기에도 힘들 정도로 정말 크고 무거운 것도 있었다"며 "적을 때도 평균 4∼5박스 정도는 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폭로자들은 조씨 자매가 이같은 밀수를 감행한 것이 관세와 운송료를 아끼기 위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수신자가 'DDA'인 물건은 대한항공 외국지점의 지점장도 신경 써서 챙겨야 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들은 조씨 자매가 이 같은 일을 강제로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물품을 전달하기로 한 날이 있으면 바로 보내야 했으며, 안 보내면 난리가 나고 윗사람들이 혼이 났다는 것이다. 심지어 몸이 아파도 무조건 배송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기도 했다.

밀수 작업은 지난달 초까지도 계속됐으나 조현민 전 전무의 '물벼락 갑질' 논란 이후로는 해당 업무가 뚝 끊겼다.

이들은 "회사에 일이 한 번씩 터질 때마다 3∼4달 정도는 배송이 움츠러들었다"며 "땅콩회항 때와 한진해운이 문을 닫았을 때는 완전히 중단됐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물건 가운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나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이름이 들어간 것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한편, 증언에 따르면 조씨 자매는 밀수 정복 있는 이메일을 삭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증거 인멸을 시도한 셈이다.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들은 "조씨 자매 관련 업무를 하면서 부당한 일을 많이 시켜 불만이 쌓여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고 퇴사 배경을 전했다.

현직 직원은 "법은 누구나 지켜야 하는데 특권층이라고 법을 무시하는 것에 굉장히 비통하게 생각했다"며 "공항에서 교육을 받을 때 수상한 물건이 있으면 신고하라고 교육을 받는데 수년간 이 일을 하면서 양심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측은 해당 폭로에 대해 전면으로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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