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 매칭 프로그램은 방송가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지금처럼 일반인들의 방송 출연이 활발하지 않던 시절에는 바쁜 스케줄로 이성을 만날 시간이 없는 스타들을 한 자리에 모아 커플 게임을 하거나, 이성에게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2002)이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새로운 예능 형식의 탄생과 맞물려 ‘짝’(2011~2014)이 등장했다. ‘TV 출연자=연예인’이라는 공식을 깨고 일반인들이 나와 적나라한 남녀의 로맨스를 보여준 프로그램은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며 매회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진=하트시그널2 공식포스터)

그리고 2017년 시즌1으로 시작한 ‘하트시그널’이 지난 3월 두 번째 시즌으로 시청자들 곁을 찾아왔다. 청춘 남녀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서로의 짝을 찾는 과정을 그리는 프로그램은 2049세대의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쟁통에도 아기는 태어난다는 말처럼 인류가 연애에 얼마나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타인의 연애 훔쳐보기, ‘시선의 권력’이 주는 쾌감
 

시청한다는 행위 자체는 우리에게 시선의 권력을 만들어낸다. 상대는 나를 볼 수 없지만, 나는 상대의 행위를 관찰하고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다. 사건에 직접 개입해 이를 조종하거나 흐름을 바꿀 수는 없지만 누군가의 행동을 보는 것만으로 시청자들의 풍부한 이야기거리가 만들어지는 것. 우리가 ‘하트시그널2’를 통해 시각적으로 볼 수 있는 건 등장인물들의 행동 뿐이다. 그러나 이를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만들어진다. 특히나 ‘하트시그널2’은 철저히 ‘남’의 연애사다. 나, 혹은 내 주변의 이야기라면 괴롭고 복잡해질 수도 있는 연애사를 제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 비연예인 출연진들이 만드는 ‘돌발상황’
 

연예인들이 ‘하트시그널2’에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물론 과거와 달리 연예인들의 공개 연애가 활발해 졌고, 최근에는 MBC ‘나 혼자 산다’에서 한혜진과 전현무가 실제 연인으로 발전할 정도로 ‘솔직한’ 시대가 도래하기는 했지만 설정이라는 느낌을 지우기는 쉽지 않았을 터. 하지만 기존의 예능프로그램들은 대본과 기획의도, 그리고 이 방향성을 연예인들이 이끌어 나간다. 반면 비연예인들에게 이런 방향을 설정해준다면 금방 부자연스러움이 노출된다. 이에 ‘하트시그널2’는 일반인들의 돌발적인 행동이 만들어내는 상황에 당락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하트시그널2’는 지난 방송에서 김현우와 오해가 빚어진 오영주가 눈물을 보이는 장면이 크게 주목받았다. 드라마가 각본에 짜여진 ‘판타지’ 로맨스라면 ‘하트시그널2’는 날것의 연애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 감정의 19금, 내밀한 남녀의 사생활
 

‘하트시그널2’를 시청하고 있으면 간혹 지상파라면 어느 수위까지 남녀의 사생활이 공개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가 생긴다. ‘하트시그널2’는 종편 채널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기성 방송의 선을 넘어 조금 더 내밀한 남녀의 관계를 담아낸다. 노골적인 장면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자연스러운 스킨십과 솔직한 대화 등으로 ‘감정의 19금’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 이 때문에 더욱 몰입도 높게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다.

 

♦︎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남녀들의 이야기
 

(사진='하트시그널2' 공식 홈페이지)

‘하트시그널’이 처음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건 아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지만 고스펙 출연진들을 기용해 결국엔 ‘스타 만들기’가 아니냐는 질타를 받았다. 그러나 ‘하트시그널2’ 역시 방송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어느 정도의 환상성이 결국 시청자들이 꾸준히 프로그램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힘이 되는 것. 김현우는 ‘하트시그널’ 출연 전부터 경리단길에서 훈남 사장님으로 알려진 인플루어서였다. 뼈 아픈 말이지만 정말 평범한 남녀가 출연했다면 과연 이만큼의 시너지와 화제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남는다.

사진=채널A '하트시그널2'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